계절의 여왕 5월.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눈부시다. 이맘때 아이들과 꼭 한번은 하고 지나가야 될 일로 캠핑(을 빙자한 그저 고기굽기와 불멍)도 있지만 공원에서의 피크닉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침 한강에서 드론쇼가 열린다는 말을 들었다. 5월의 주말 한강은 안그래도 사람이 바글바글인데 행사까지 있다니… 조금 두려웠지만 한강 공원에서 돗자리 깔고 봄밤을 만끽하고 드론쇼도 덤으로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광역버스를 타고 잠실역에서 내려 잠실한강공원으로 가는 길부터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한강공원 입구 쪽은 차량통제를 하고 경찰분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구름같이 많았다. 공원에 들어서니 바닥에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테트리스를 하듯 돗자리가 빽빽하게 깔려 있었다.
사람들을 비집고 겨우 작은 빈 땅을 찾아 우리의 소박한 돗자리를 깔고 저녁식사 겸 요기를 하기 위해 아이들은 두고 나만 매점으로 원정을 나갔다. 작은 매점은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로 사람이 꽉 차 있었다. 김밥과 물을 사서 인파를 헤치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돗자리로 돌아가는데 마치 난리통 피난길에 겨우 먹을 걸 구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앉아서 김밥을 뜯자마자 둘째의 청천벽력같은 한마디.. 화장실이 가고싶다고… 남자화장실 들어가는
데 30분 가까이 기다렸으니, 가히 그날 한강의 인구 밀집은 어린이날 놀이공원 뺨 때리는 수준이었다.
여차저차 돗자리에서 김밥을 먹고 있으니 드론쇼가 시작됐다. 드론이 날아오를 때마다 주위의 구름같이 많은 사람들이 우와~ 우와~ 하고 다같이 환호를 해주는 덕에 더 실감나고 괜히 덩달아 신이 났다.
춘식이와 라이언이 등장하는 드론쇼는 깜찍했고 생각보다 빨리 끝나긴 했지만 아이들도 재미있다고 말해주었다. 드론쇼가 끝나고 주위 사람들은 썰물처럼 나가기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이 피크닉의 여운이 남는지 좀더 있다가 가자고 했다.
해가 저문 어둑하고 서늘한 한강공원의 돗자리에서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오늘의 봄밤을 어떻게 기억할까 궁금했다. 어쨌든 좋은 기억으로 남아 나중에 또 아이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과 한강에 다시 찾아오기를 마음 속으로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