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위한 여행~
날씨가 아직은 춥다보니 아이들과의 나들이도 실내인 곳을 먼저 찾게 된다. 그 중에서도 성남 잡월드는 우리 집에서 멀지 않기도 하고, 몇 년간 애들 데리고 가리라 벼르고 있었던 곳이라 망설임 없이 예약하게 됐다. 더 일찍 가지 않고 벼르고 있었던 이유는 잡월드의 어린이체험관이 만 4세부터 체험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만 4세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어린이체험관 체험이 가능하다!) 코로나 없던 시기엔 둘째가 만 4세가 되지 않아 가지 못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한국 나이 8세, 만 6세가 되었고 첫째는 초등학교 4학년이니 둘이 같이 체험하기 딱인 나이가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몇년 전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가게 되며 잡월드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우리 집 남매들도 너무 어려 나는 키자니아의 존재도 모르고 있다가 학급 아이들을 인솔하고 잡월드부터 가게 되었는데 정말 요즘 세상 좋아졌다 감탄했던 게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중학생 아이들을 인솔하고 가서 학생들이 청소년 체험관의 직업 체험을 하는 걸 견학했었는데 패션모델 체험을 하던 아이들이 준비된 무대 세트에서 캣워크를 하던 것, 법원의 판사와 검사 변호사 체험을 하던 아이들이 재판 준비를 하던 것, 군인 체험을 선택한 아이들이 엄격한 교관님과의 만남에 당황하던 것 등 구경만 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다.
사실 진정한 의미의 직업체험이라기보다는 맛보기 놀이식 체험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진정한 직업체험을 하려면 예전 체험 삶의 현장 프로그램 정도로 하루 종일 현직자와 근무 정도는 해봐야 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다양한 직업들의 세계를 훑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싶었다.
대학 입시를 치른 뒤 오래되었고 그 뒤로 직접 준비를 할 기회도 없었어서 잘은 모르지만 요즘은 대입 수시에 '학생부 종합전형' 이란 게 생겨서 일찍 진로를 준비하는 것이 무척 중요해졌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며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고등학교 3년간 학생부를 그 진로에 맞는 활동들로 기록해두는 게 좋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중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에게 남은 수십년간의 인생의 방향을 정하라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 있으면서 봐도 자신의 진로가 명확한 아이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당연하다. 나이 사십이 다 되어 가는 나도 여전히 남은 내 인생의 진로를 모르겠는데... 이십 년도 채 살지 않은 아이들이 정하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다. 꿈이 없거나 꿈을 정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고, 장래희망을 써서 내는 아이들도 그저 이 직업을 하면 부모님이 좋아하는 것 같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 같다는 어렴풋한 기대로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매진하는 아이들은 극소수이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자신의 진로를 일찍 정한 아이들이 있는 집이 부러울 때가 많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와 다르게 나름 학부모가 된 지금, 아이들을 기르는 일은 중요한 선택의 연속이 되어 버렸다. 피아노를 가르칠 것인지, 태권도를 가르칠 것인지, 대형 어학원에 보내서 영어를 일찍부터 가르쳐야 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학원을 보내지 않고 신나게 놀게 할 것인지, 공부할 것을 강요할 것인지 자유롭게 놔둘 것인지... 한 인간의 인생을 좌우할 지도 모르는 선택들을 내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우유부단해진다. 아이에게 '하고 싶은 것 뭐야?' 라고 물어봤을 때 아이가 엄마, 이거 저거 이거 하고싶어! 라고 답해주면 많은 고민들이 해결될텐데 돌아오는 대답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엄마가 골라줘.' 이다. 인생 선배로서의 책임감이 더 무거워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과 잡월드에 꼭 가고 말겠다고 별러 온 건지도 모른다. 또 모르는 일이 아닌가. 맛보기식 체험을 하다가 우리 아이들에게 운명적인 자신의 천직과의 만남이 생길지도!
서두가 아주 길어졌는데 잡월드의 어린이 체험관에는 40여개에 달하는 직업을 체험할 수 있고 입장한 뒤 각 체험실의 시간표에 맞춰서 체험이 가능하다. 체험실마다 시작하는 시간이 조금 다르기도 하고 인기가 많은 체험은 빨리 마감이 되기 때문에 체험실의 시간표와 인기도에 따라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것이 좋다.
큰아이에게 미리 체험실 시간표를 주고 하고 싶은 체험을 고르라고 했다. 둘째에게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골라서 누나와 따로 다닐지 아니면 누나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누나와 같이 다닐지를 선택하라고 하니 누나랑 같이 다니겠단다.(누나 껌딱지) 첫째는 시간표를 들고 한참을 고심하더니 동물병원, 병원 신생아실, 이벤트 기획사, 미용실, 과자가게를 골랐다.
11살 딸인 첫째는 요리에 관심이 많고, 아기나 동물 등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아이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선택이었다. 첫째의 선택대로 움직였는데 첫 체험인 동물병원은 무난하게 입장이 가능했다. 동물 미용사와 수의사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먼저 온 친구들이 동물 미용사를 택해 우리 아이들은 수의사 체험을 했다. 유리창 너머로 어설프게 가운을 입고 동물을 수술하는 척하며 제법 심각하게 진료카드도 적는 모습이 엄마로서는 마냥 웃겼다.
두 번째 병원 신생아실은 나의 예상 밖으로 어린이들에게 매우 인기였다. 왜 어린이들이 그렇게 신생아실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작 시간에 맞춰서 번개처럼 움직이는 다른 친구들에 밀려 결국 집에 갈 시간까지 이곳을 체험하지는 못했다. 대신 계획에 없던 신문사 체험을 했는데, 카메라를 하나씩 받아서 직접 사진 촬영하는 활동이 재미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기사는 달랑 한 줄... 짧은 체험 시간이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벤트 기획사에서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체험으로 음식 모형 만들기를, 미용실에서는 머리 모양 만들기 체험을 했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체험은 과자가게였다. 첫째는 워낙 요리를 좋아하니 두말할 것도 없고 둘째도 어쨌든 먹을 것이 생겼다(!)는 것에 대만족했다.
과자가게까지 하고 나니 체험 시간이 끝났다. 첫째는 너무너무 재밌었다고 다음에 또 오자고 했고, 둘째는 조금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누나를 따라다니느라 너무 누나 취향의 체험만 해서 그런 것 같아 다음에 오면 둘째의 관심사를 반영한 체험실도 선택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가 소방관이나 공룡 캠프, 레이싱이나 드론 체험 같은 걸 했더라면 더 재미있어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다음에 올 때는 체험 방법이나 체험관 내 지리에도 좀더 익숙해져 있을 테니 더 알차게 지금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기약하며 잡월드를 나섰다. 잡월드여, We will be back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