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느닺없이 독침을 맞았다. 순간 방심했다. 독이 온몸에 퍼지는 것이 느껴진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쿵쾅쿵쾅 요동치는 심장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 온몸이 굳어가기 시작한다. 심장의 뜨거운 기운이 그녀의 독과 함께 내 몸의 구석구석으로 퍼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눈앞이 흐려진다. 몸을 감싸던 긴장이 풀리면서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온몸에 기운이 빠진 듯 몸이 가라앉는다. 두 손이 덜덜 떨린다. 그렇게 방심한 순간 그녀의 독침에 당하고 말았다.
이대로 독에 잠식당할 수 없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던 면역 세포가 활동을 시작한다. 저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의식을 깨운다. 감각이 돌아온다. 다행히 독이 온몸에 퍼지기 전에 해독할 수 있는 감각이 깨어났다. 의식이 돌아왔다. 정신을 차리고 독과 싸우고 있는 감각에 집중한다. 잠시 후 상황이 마무리되어 가는 듯하다. 조용히 이어폰을 귀에 착용하고 잔잔한 음악으로 감각에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상황은 종료 됐다.
내공 수련이 필요하다. 내 안에 내 허락 없이 들어온 독을 해독하는 더 강력한 내공이 필요하다. 피부에서 감각하는 순간 더 이상 독이 내 안에 퍼지지 않게 하는 내공 수련이 필요하다.
순간의 사건에 당황했지만 빠른 시간에 회복하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정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