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iander(고수)
이런 세상에!
고수가 동남아시아 채소가 아니었어?
이야기는 이렇다.
영어도 배우고, 호주에 온 다양한 대륙, 국가들의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 위해 도서관에 자주 간다. 여러 자원자들이 일일 영어 교사로 오셔서 다양한 주제와 관련한 이야깃거리를 영어로 표현하고, 와중에 각 나라의 특징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오늘은 내 왼쪽부터 캄보디아 스님, 앤(영어 선생님), 중국 할아버지 한 분, 중년의 여성 두 분, 이란 할머니, 스페인 할머니, 터키의 젊은 여성 두 분, 한국에서 출장 온 남성 한 분, 중국에서 회계학 공부하러 온 여성 한 분, 그리고 나.
오늘의 주제는 호주의 “원주민”에 대한 것이었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어휘들 첫 번째가 “indigenous”였다.
호주에 와서 가장 많이 접하는 어휘는 ‘aborginal’과 ’indigenous’이었기에 생소하진 않다.
선생님께서는 original, first people, native people이라 쉽게 알려주셨지만, 그래도 사전을 통해 재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나는.
‘Google’에게 ‘indigenous meaning’이라 입력했더니 다음과 같이 답해준다.
originating or occurring naturally in a particular place; native.
"coriander is indigenous to southern Europe"
문제가 시작되었다.
예문의 주어가 ‘coriander’다.
‘뭐야, 설마 이 코리안더가 진짜 그 고수인 거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원산지가 동남아가 아니라 유럽이라기에.
순간 우리말 사전에 ‘고수’는 왜 ‘고수’가 되었는지, 유럽의 ‘coriander’는 어떻게 하다 중국, 동남아의 대표적 향신 채소가 되었는지가 궁금해진다.
사전에서 ‘고수’는 “산형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30~6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잘게 갈라진 우상 복엽이다. 6~7월에 작고 흰 꽃이 복산형 화서로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둥글다. 동부 유럽이 원산지로 절에서 많이 재배한다”라고 한다.
뭐야? 이젠 ‘유럽’도 모자라 ‘절’까지 나온다고?
현대 국어 ‘고수’의 옛말인 ‘고ㅅ.ㅣ(한글 고어가 입력되지 않아 ㅅ,., ㅣ로 표현함)‘는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났고, 17세기에는 ‘고싀’ 형태가 등장, 문헌상 확인되지 않지만 현재의 ’고수‘에 이르렀다.
원산지로는 지중해 연안, 이탈리아로도 알려져 있으나, 수천 년 전부터 약용으로, 또 조미료로 고대 이집트에서 식용되었다고도 하며, 이는 심지어 기원전의 기록에 근거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스라엘과 포르투갈에서의 야생 고수가 재배측면의 원산지로 보이기도 하나보다.
여하튼 고수는 오늘날 유럽 일대는 물론 인도· 중국·동남아시아를 포함해 유라시아 전체, 남북미 대륙에서도 고기 음식에 듬뿍 넣어 누린내를 없애거나 샐러드나 국수 등 음식 맛을 북돋는 향신료로 널리 쓰인다.
중국에는 전한 시대(前漢時代)에 장건(張騫)이 호나라에서 가져왔다는 전설이 있으며, 송대(宋代) 이후의 『물산지(物産誌)』에도 고수가 적혀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전래된 것으로 추측되며, 조선시대의 『도문대작(屠門大嚼)』 ·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이에 관한 기록이 보이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경상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산물 목록에 올라 있으나 약재로 취급했을 뿐 반찬으로 조리한 기록은 없다고 한다. 이는 같은 시기에 편찬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도 마찬가지 용도로 “뿌리와 잎은 기미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고 전해진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도 “고수풀은 도처에 심는다. “고 전해진다.
도가(道家) 전통에서는 오훈(五葷: 다섯 가지의 자극성 있는 채소)으로 부추, 마늘, 순무, 염교에 이어 고수풀을 더한다. 불교에서는 수련을 위해 섭취를 금하는 오신채(五辛菜)로 마늘, 파, 양파, 염교(락교), 산마늘을 꼽으며, 고수를 수행자들을 위한 특식으로 간주해 사찰 텃밭 몇 고랑에 이들을 기르며, 대표 사찰음식으로 꼽기도 한다.
고수의 효능으로는
- 뿌리와 잎은 기미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 성질이 따뜻해 소화를 돕고 오장을 편하게 한다.
- 빈혈을 고치고 대장과 소장을 이롭게 한다
- *고수를 많이 먹는 인도차이나 지역에서는 이를 만병통치약처럼 선호한다.
- 두통을 완화시키는 진통 효과가 있고, 홍역이나 천연두로 열이 날 때는 발진을 유도하는 약재로도 쓰인다.
- 『본초습유(本草拾遺)』에는 오랫동안 먹으면 잊어버리는 병(건망증)에 걸리며, 뿌리는 고질을 나게 하며, 쑥과 함께 먹으면 좋지 않고 난산을 한다.
특별히 한국과 관련된 것들 중에는 놀랍게도 김치를 담글 때도 썼다고 한다.
- 김치에 고수를 넣으면 잘 시지 않아 오래 먹는다는 속설
-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서는 김치를 담글 때 양념으로도 쓴다.
- 황해도 지역에서는 김치로 담가 먹는다.
coriander, ‘고수’는
- 이집트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고, 이태리 쪽 지중해 연안(남동유럽)으로부터 중국, 동남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퍼져있다.
- 건강상의 이점은 물론 잡내를 잡아주고 단맛을 비롯해 향긋하기까지 해 전 세계적으로 즐기는 채소이다.
- 한국에도 고려시대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김치나 생채로도 즐긴다.
- 도교에서는 다섯 가지 자극적인 것으로 분류되지만 불교에서는 정진을 위해 즐겨 먹었다 전해진다.
원주민에서 고수까지 오다니 나도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