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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쓰쓰 Sep 30. 2019

4차 산업혁명,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 전에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4차 산업혁명, 요즘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단어이다. 하지만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본다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부끄럽지만 공대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 나조차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나에게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이것저것 얼버무리다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렸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어떤 세계를 가져다줄까?


이렇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려오기 시작한 건 아마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에서 이기면서부터인 것 같다. 퀴즈, 포커, 체스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이미 세계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바둑만큼은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바둑에는 총 361개의 격자가 존재하고 두 대국자가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돌을 놓아가기 때문에 존재하는 경우의 수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개수보다 많다. 두 대국자에게 시간제한이 있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정해진 시간 내에 이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보란 듯이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도 치열하게 주고받은 대국이 아니라 사실상 알파고의 원사이드 한 대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는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 속도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고, 알파고 대국 이후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에 끊임없이 보도되었다.   


우리는 최근 10년 새 세상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은 그렇게 흔한 제품이 아니었다. 휴대폰은 그저 사람들과 문자와 전화를 하기 위한 도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스마트폰은 연락 그 이상의 활동을 가능하게 해 준다. 문자보다는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해 주로 대화하고, 인터넷 서핑, 게임, 동영상 시청, 여러 업무 등 스마트폰으로 정말 많은 것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10년 후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세상이 워낙 빠르게 바뀌어서 지금의 모습으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치 10년 전의 우리가 지금을 상상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2015년 3월 전략가 톰 굿윈은 현재의 시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 최대의 택시 회사인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다.
세계 최대의 숙박업 체인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도대체 이 세계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급격한 발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두 명의 저자는 현재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핵심 키워드로 머신(기계의 발전), 플랫폼(생산물과 플랫폼의 결합), 크라우드(군중의 출현)를 꼽으며 각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들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1. 기계의 발전

옛날에 인공지능은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러 알고리즘들이 개발되었지만 인공지능의 성능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인공지능이 갑작스럽게 발전하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점이 주효했다. 바로 계산 능력의 증가, 데이터의 증가, 딥러닝 알고리즘의 발전이다. 


현재 인공지능의 트렌드는 딥러닝이다! (출처 : PNAS)


현재 인공지능 구현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딥러닝이다. 딥러닝은 인간의 뇌가 뉴런을 통해 신호를 계속 전달해나간다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컴퓨터 시스템에 맞게 변형하여 만든 구조이다. 딥러닝은 기본적으로 두 숫자 사이의 곱셈과 덧셈 연산을 굉장히 많이 수행하는데, 이 때문에 많은 연산을 빠르게 처리해 줄 수 있는 고성능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하드웨어가 딥러닝에 필요한 연산들을 빠른 시간 안에 계산하도록 지원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18개월마다 칩의 성능이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으로 인해 연산 하드웨어의 성능이 매우 빠른 속도로 향상되면서 지금은 딥러닝의 많은 연산을 지원해줄 수 있게 되었다.


계산 능력의 증가와 더불어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데이터의 증가 역시 인공지능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딥러닝을 비롯한 인공지능 알고리즘들은 기본적으로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의 방법을 사용하는데, 마치 어린아이가 ㄱ, ㄴ, ㄷ부터 하나하나 처음부터 배워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 분류, 언어 학습 등을 인공지능이 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례들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를 많이 접할수록 고양이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학습하여 새로운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고양이인지 더 잘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예전에는 이러한 데이터들을 많이 모으는 것이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이미지나 음성 데이터를 얻기가 쉬워졌다. 단순히 구글에 고양이라고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고양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계산 능력과 데이터가 많이 증가하게 되면서 딥러닝 연구는 점점 활기를 띄었고, 연구자들은 동일한 양의 자원만을 가지고 최대 성능의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해야 하는 작업에 특화된 여러 딥러닝 변형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미지 분류의 경우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음성 인식의 경우 RNN(Recurrent Neural Network), 유사 이미지 생성에는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 좋은 성능을 보였다. 


이미지 분류 작업은 이미 인간을 뛰어넘었다 (출처 : Economist.com)


인공지능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사람이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심리학자 윌리엄 그로브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인간 전문가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예측을 비교한 결과 인간이 확실히 더 뛰어난 사례는 고작 6퍼센트에 불과했다. 사진이 주어졌을 때 이 사진에 있는 물체가 무엇인지 구별하는 이미지 분류 문제에서도 인공지능이 이미 2015년에 인간의 성능을 뛰어넘었다.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 속도를 고려한다면 조만간 대부분의 작업에서 인간의 퍼포먼스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인간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대부분의 일에서 컴퓨터가 더 좋은 결과를 낸다면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책에서 저자는 사람들의 감정 상태와 사회적 욕구를 연구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이미지 분류, 음성 인식 같은 작업들에 대해서는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사람의 감정을 헤아려 공감하고 격려해주는 것을 바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축구팀 코치가 로봇이라면 과연 팀원들은 코치를 잘 따르려고 할까? 의사가 로봇이라면 환자들은 로봇의 진단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간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가 판단을 내리면 다른 사람들이 컴퓨터의 좋은 판단을 따를 수 있도록 설득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중간 단계에서 인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미래 인간의 역할을 보여주는 이런 농담도 나온다.

미래의 진료소에서는 인공지능, 사람, 개를 고용할지 모른다. 인공지능은 환자를 진단하는 일을 할 것이고, 사람은 그 진단을 이해하고 환자와 소통하며 전달하고 환자가 치료를 끝까지 잘 받도록 돕는 일을 할 것이다. 개의 일은 사람이 인공지능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려 할 때마다 사람을 무는 것이다. (p.157)


2. 플랫폼의 출현

인터넷의 발전으로 짧은 기간 사이에 여러 유서 깊은 산업들이 크게 변화했다. 인터넷 미디어의 발전으로 신문과 잡지의 매출이 급감했고, 휴대전화의 발전으로 유선전화를 쓰는 가정의 수가 크게 줄었다. 또한 디지털 음원으로 인해 음반 판매량이 감소하였으며 인터넷 쇼핑몰로 인해 실내 대형 쇼핑몰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이 이들 산업들을 어떻게 순식간에 끌어내릴 수 있었을까?


인터넷은 기존 산업을 압도할만한 세 가지 장점을 가진다. 바로 '무료', '완전성', '즉시성'이다.

일단 무언가가 디지털화되면 무료로 그것의 사본을 생성할 수 있고(무료), 디지털 사본이 생성되면 이는 디지털 원본과 정확히 똑같다(완전성). 마지막으로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디지털 사본을 즉시 다른 곳으로 유통할 수 있다(즉시성). 신문이나 음반은 이러한 성질을 가지지 못한다. 사본을 생성하는데 비용이 발생하고 다른 곳으로 유통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인터넷과 비교했을 때 경쟁이 힘들 수밖에 없다.


잘 나가는 기업들은 자신만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출처 : 이데일리)

플랫폼은 인터넷의 이러한 장점들을 발판 삼아 발전하였다. 콘텐츠를 무료로, 완전하게, 즉시 퍼트릴 수 있고, 콘텐츠 유형에 따라 맞춤 광고를 제공하여 돈을 벌 수 있었다. 플랫폼의 영향력은 실로 파괴적이었다. 음반 산업을 예로 보면, 재생산 비용이 0이기 때문에 음반 단위가 아닌 음원 단위로 판매가 가능해졌고 사용자가 필요한 음원만을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가 탄생했다. 


또한 플랫폼은 사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각 사용자에게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되는 특성을 갖는다. 만약 카카오톡의 사용자가 나밖에 없다면 누가 카카오톡을 이용하려고 할까? 따라서 플랫폼 운영자들은 사용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사용자 경험과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며, 다양한 기여자와 기여물들에 플랫폼을 개방한다. 애플과 구글의 운영체제인 iOS와 안드로이드는 앱 개발을 개발자들에게 오픈하고, 앱에서 얻은 수익을 개발자들이 일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개발자들이 수익을 가져가면 회사 입장에서는 불이익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하고 실용적인 앱들이 출현하게 되면 사용자들이 해당 운영체제를 사용하게 될 요인을 늘려주어 결과적으로는 사용자 수를 늘려 이득이 된다.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배달의 민족, 카카오택시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를 O2O (Online-to-Offline) 플랫폼이라고 부르는데 온라인으로 무언가 요청을 하면 오프라인으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O2O는 고객들의 이용 데이터를 이용하여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고객들에게 점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으며,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활용할 더 많은 기회를 준다. 자동차의 경우 타는 시간보다 타지 않는 시간이 더 많은데, 우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타지 않는 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군중의 출현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지식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되었고, 이 지식들이 축적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지식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능해졌다. 대표적인 예가 리눅스와 위키피디아이다. 리눅스는 윈도우와 같이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운영체제 중 하나이다. 리눅스는 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윈도우와는 반대로 소스 코드를 모두 오픈하여 개발자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다양한 사람들이 리눅스 개발에 참여하였고 리눅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크고 전문적인 운영 체제가 되었다. 위키피디아도 마찬가지이다. 최대의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들고자 했던 지미 웨일스와 래리 싱어는 백과사전에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을 모두에게 오픈하였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위키피디아 편집에 참여하여 현재 위키피디아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인기 많은 사이트가 되었다. 


이렇게 온라인의 특성을 이용하여 생성된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을 군중(crowd)이라 한다. 군중은 여러 흥미로운 특성을 보이는데, 초보자라 할지라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전문가보다 문제 해결에 뛰어난 경우가 많다.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람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을 받을 수 있다 (출처 : Businessadvice) 


군중들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자신이 가진 자원을 쉽게 나눔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과 메이커 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면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시장의 기호를 확인할 수 있어 늦은 시장 조사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메이커 운동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다. 이는 인터넷이 발전하지 않은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장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실제로 로봇과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는 많은 일들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반복적이고 따분한 일뿐 아니라 창의적인 작업에서까지 인공지능은 인간을 넘어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 고객들에게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유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기계들에게 일자리를 뺏길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발전된 기계들을 잘 활용하여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다면 수많은 기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참고한 책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 앤드루 맥아피, 에릭 브린욜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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