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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Apr 18. 2021

미국에서 번지는 아시안 증오범죄

증오가 증오를 낳는다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미국 배우조합(SAG)의 여우 조연상을 거머쥐더니 

영국 아카데미의 여우 조연상까지 석권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SAG 회원의 한 사람으로 기생충 때도, 미나리 때도 기쁜 마음으로 투표하면서

이런 기회를 가능하게 해 준 한국의 영화인들이 자랑스럽고 무엇보다 고마웠다.


그리고 며칠 전, 윤여정님의 아들되시는 분이 아시안 증오범죄 때문에 

엄마의 미국 방문을 걱정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답답하고, 난감하고, 부끄럽고... 그렇게 속상했다...


LA 코리아 타운 한복판에서조차 증오범죄가 발생하는 걸 보면서

어쩌다 미국 사회가 이 지경이 됐는지 황망해하는 건 나뿐 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에 산 지 30년이 넘었지만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겪는다.

하긴 요즘 처음 겪어보는 게 한 두 개가 아니지만...


얼마 전 4월 14일, 미국 상원은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증오범죄 방지 법안을 통과시킨다.

Hate Crime이라는 용어를 놓고 [증오범죄]가 맞냐, [혐오범죄]가 맞냐는 

참 혐오스런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데.. 

개인적인 판단으로 지금부터는 증오범죄로 임의 해석하는 점을 양해 구한다.


통과된 법안을 놓고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데 표현 그대로 방지 법안 성격이다. 

이 분야의 범죄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개선시킬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뭐 그 정도 내용이다.. 

이 법안의 통과 여부보다는 왜 이런 대처가 이제야 가시화됐는지가 더 답답하다.

       

이런 사례를 언론에서 자주 보도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침묵해왔던 아시안 사회가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언론에 제보하면서 부각되고 있지만

이런 조짐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경고되어왔다.


최근에 FBI에서 나온 발표를 보면, 

2018년도의 증오범죄 수가 2019년에는 두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일각에서 분석하는 것처럼 증오범죄 급증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2018년, 2019년은 펜데믹과는 무관한 연도다.


2014년부터 이런 증오범죄 건수는 꾸준히 증가해 오고 있었다.

FBI가 발표한 연례 Hate Crime Statistics (HCSA) Report를 보면 

2019년에만 7,314건의 증오범죄가 발행했는데 

이 수치는 2008년도에 발행한 7,783건이래 가장 최고치다.


종교적인 증오범죄는 7% 상승했고, 유태인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는 14% 증가한다.

라티노를 겨냥한 범죄수는 8.7% 상승했는데 이 대상이 지금은 아시안으로 집중되고 있다.


AAPI라는 아시아 태평양계 비영리단체에서 2021년 3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코로나 19 이후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증오범죄는 4천여 건에 달한다고 한다.

68%가 언어폭력, 11%가 물리적 폭력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점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도시라고 자부하는 캘리포니아가 

발생 사건의 45%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뉴욕도 14%다. 

물론 아시안 인구가 많아서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고도 할 수 있고, 친밀감도 높다고 할 수 있으련만

그런 따위가 허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충격적이었다.


아시안 증오범죄가 주택가에서,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자행되고 있는 것에 놀라게 되는데

Department of Justice (법무부)에서 발표하는 2019년 자료를 보면 

이런 범죄 발생비율의 장소가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증오범죄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 주택가 인근으로 24.6%를 차지하고 있고

18%는 길가에서 벌어진다. 9.6%는 학교에서 발생하며, 4.7%는 주차장 등이다.

심지어 교회나 사찰 등에서도 4.4%가 발생한다고 한다.


가해를 가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증오범죄를 일으키는 52.5%가 백인이며, 23.9%가 흑인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범죄율이 64.4%고 

건물같은 property를 대상으로 32.8%가 벌어진다고 한다.


인종 간의 문제로 벌어지는 게 57.6%, 종교적인 이유가 20.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증오범죄를 제지, 처벌하기 위한 법안은 이미 1968년에 제정되었다.

알다시피 1968년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피살당한 해이다. 

이걸 계기로 제정되다 보니 아무래도 인종차별 관련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다 1998년 와이오밍 대학을 다니던 매튜 웨인 쉐퍼드 (Matthew Shepard)라는 학생이 

폭행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동성애자라는 이유였다. 

이걸 계기로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2007년에 매튜 셰퍼드 법이 상, 하원을 통과하지만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다. 

결국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가서야 겨우 실시될 수 있었다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성 정체성 문제, 신체적 정신적 장애에 대한 차별적 형태까지 포함시킨

포괄적인 법안이었다. 

이번에 상원을 통과한 법은 이런 증오범죄 대상에 아시안이 강조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한인 여성 제나 두파이 양을 '매춘부', '핵 테러리스트'라고 폭언하며

무차별 폭행한 40대 남성이 증거 불충분으로 4월 16일 석방됐다.

뇌진탕과 어깨 탈골, 발목 골절 등을 당했는데도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에서다.

증오범죄는 가중처벌 대상이라 당사자들의 증언 외에 별도의 증거 수집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 여성을 그렇게까지 폭행하고도 석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폭언에 놀란 여성이 호신용 페퍼 스프레이를 분사했으니 정당 방위성 폭행이라고 보는 건지...


올해 18살.. 어리디 어린 이 소녀는 석방소식을 듣고 두려움에 떨면서도

이 사건이 다른 인종에 대한 비하로 번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나부터도 너를 이렇게 만든 남자와 그 남자의 인종을 증오하기 시작했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러지 말라고 한다. 


아시안 증오 범죄로 인종간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자신의 사건이 이런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음을 염려하며

증오가 증오를 낳는 상황은 피하길 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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