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Gente 04
마르티나는 이탈리아 남부 도시에 산다.
언제 한번 마르티나가 점심 식사에 초대했을 때, 꽃을 사들고 간 적이 있다.
빈 손으로 가기엔 적적하고, 그렇다고 거창한 걸 사자니 또 쭈뼛거려지는 바람에 고심 끝에 고른 건 꽃 한 다발이었다.
말이 꽃 한 다발이지, 동네 꽃가게에서 고른 거여서 포장지는 물에 젖은 분홍색이었고, 꽃의 길이도 들쑥날쑥했다.
가격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겠거니와, 화사하게 집안 장식용으로 좋겠다 싶어서 고른 참이었다.
꽃을 한 아름 받아 든 마르티나는 꽃보다도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어느 날, 오밤 중에 마르티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지금 강남스타일 추고 있는데 너 생각이 나서 전화해봤어!
강남스타일이라니, 언제 적 노래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말춤을 추고 있을 마르티나와 가족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웃음이 절로 그려진다.
하여간 웃긴 애야, 정말.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살 때, 마르티나 여자 친구 엘리자베타가 잠깐 놀러 온 적이 있다.
베타는 당시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 투어가이드로 일하고 있었고, 잠깐 휴가를 낸 김에 애인을 보러 남부 도시로 기차를 타고 왔었다.
그날, 마르티나와 베타가 함께 준비한 이탈리안 음식을 배가 불룩 나올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메인 메뉴는 까르보나라와 라자냐였고, 입맛을 돋우기 위한 샐러드도 채비해두었다.
그릇을 비우는 기색을 보이자마자 다시 국자 한 가득 담뿍 퍼주는 바람에 우리들은 종내에는 항복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화도 시킬 겸 식사를 마친 후에는 소파에 둘러앉거나 벽을 기대고 앉아 기타를 치고 노래도 불렀다.
마르티나는 제 차례가 되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베타의 뺨을 연신 장난스럽게 꼬집었다.
밤이 되고 나선 또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흥이 돋은 나머지 그 길로 밖으로 나가 펍 두어 군데를 들렸다가 마지막으로 광장에서 헤어짐을 고했는데 베타가 언젠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며, 잘 지내라고 한 기억이 있다.
베타와 작별을 하며 포옹을 했을 때에 난 그녀가 입은 남색 바람막이에 얼굴을 푹 묻었다.
여태까지 굳이 그 광장에서의 인사가 왜 여태 기억에 깊숙이 남았는지는 참 모를 일이다.
마지막 학기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으며 마르티나 얼굴을 종종 마주한다.
우리가 함께한 우정의 조각들을 연결하다 보면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 매주 목요일마다 갔던 카페의 돌길 바닥을 걷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서로의 어깨와 손을 마주 잡고 스텝을 밟았다가 재차 꼬여버려 허무맹랑한 몸짓을 하게 될 때마다 터지던 웃음들이나 작은 잔에 든 진한 커피를 홀짝이며 나누던 수많은 담소들.
그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들어 쳐다봐주던 모습이 스크린에 담겨 있는 지금은 영 멀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만약에 지금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한다면 어떤 말들이 오갈지, 어떤 웃음을 들려줄지, 혹은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기만 한다.
번호를 누르기에는 멀고, 그렇다고 전화를 도로 물리기에는 가까운 사이가 된 내 친구,
마르티나, 마르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