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용난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매주 600달러씩 받는 사람들은 그동안 집안에 박혀있으면서 꽤 많은 돈을 예금했습니다. 몇 년간의 렌트비나 생활비를 주식 코인으로 벌어놓은 사람도 많습니다. 2022년 1분기까지는 직장으로 가지 않을 겁니다.
WSJ의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은 요즘 이런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맥도날드는 아이폰을 지급하겠다는 인센티브를 내걸면서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도 이번 FOMC 기자회견에서 '완전고용'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완전 고용의 목표까지는 아직 멀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미국 정부의 막대한 돈풀기로 인해 자산이 늘어났고 그 결과 지금 미국 주택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금리 인상을 계속 늦출 수는 없고, 매우 난감한 상황인 것이죠.
공식적으로 미국에는 920만 개의 일자리가 여전히 비어있고 여전히 950만 명의 실업자가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죠?
WSJ가 인터뷰한 기업들의 대표 이야기를 들어보던 코로나로 해고했던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임금과 인센티브를 불러도 반응이 없다는 겁니다. 한 호텔 중간급 책임자는 사람을 못 구해 직접 청소를 하고 맥주를 따라야 한다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가을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어머니들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복귀할 것이고 직원들도 회사로 돌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1분기까지는 고용난이 지속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 전파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많은 미국인들이 당장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싶어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에게 이런 현상은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준 총재가 말한 것 같이 이는 기업의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임금을 올려야 사람을 구할 수 있어서.. 비용 증가) 궁극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거시경제학에서 고 물가상승과 실직, 경기 후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고용난의 또 다른 이유는 인구학적 영향입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코로나 기간 많이 은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WSJ에 따르면 62세 이상 인구의 15%가 지난 1년 사이에 은퇴했습니다. 원래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코로나까지 겹쳐지며 은퇴시기를 앞당긴 60대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출산율이 2007년 이후 급속하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0년 전에는 여성 1명당 2.1명을 출산했다면 현재는 1.6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건 미국과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입니다.
지금 노동시장을 떠나는 것은 고령 노동자나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뿐이 아닙니다. 고임금 노동자들도 이제 직장에서 떠나 프리랜서를 하거나 사업을 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습니다.
"제 꿈은 직장에서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전통적인 노동시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코로나 기간 사람들이 직장에 묶여서 정신없이 하루살이를 하다가 이제 집에서 생각할 시간들이 많아지고 SNS 등 여러 사연을 접하다 보니.. 직장보다는 다른 진취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요?
지금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고가 WHO 등 국제기구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을 한 사람도 변이를 전파할 수 있다는 뉴스까지 나오고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자들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9월 복귀 시점을 10월로 늦추려고 합니다.
고용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연준이 바로 테이퍼링을 하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입니다. 모건스탠리도 연준이 연말까지 테이퍼링을 할 확률은 60% 정도라고 이야기합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이런 노동력 부족을 수반할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가졌냐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지금 시기를 그저 "괜찮다. 또 이러다 오르겠지"라고 스스로 계속 무분별한 투자할 명분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9월에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충분히 복귀하느냐를 주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