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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Mar 16. 2020

[남프랑스 기행  #4]뒨느 뒤 필라

거대한 모래언덕, 거대한 숲

보르도를 뒤로 하고 서남쪽으로 달린다. 60㎞ 정도 달리면 대서양의 아르카숑 해안 쪽으로 의외의 풍경이 펼쳐진다. 소나무 숲 너머로 산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높은 모래 언덕이 나타난다. ‘뒨 뒤 필라’(Dune du Pilat)는 높이 110m나 되는 모래 언덕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3㎞나 이어진다. 볼륨이 6000만㎥나 되는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모래언덕, 사구沙丘이다.

발을 옮길 때마가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모래를 원망하며 힘들게 모래 언덕에 오른다. 열심히 모래에 빠지면서 오르고 있는데 저 멀리 보니 계단도 있긴 했다. 그래도 힘들긴 마찬가지. 아무튼 시작할 때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정상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 길이 사막의 둔덕(뒨)처럼 펼쳐진다.

동서로 폭이 600m나 되기 때문에 대서양 방향을 바라보면 그냥 부드러운 모래로 뒤덮인 드넓은 백사장이다. 방금 그렇게 힘들게 올라온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이 모래 언덕은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으로부터 보르도 지역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보르도 지역에서 훌륭한 와인이 생산될 수 있다고 한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면 랑드 숲 (La forêt des Landes) 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100만 헥타 규모로 유럽 최대의 인공 숲이다. 랑드 주와 지롱드 주, 그리고  로에갸론 주 등 3개 주에 걸쳐 있는 방대한 숲이 19세기에 인공으로 조성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곳은 1세기 전만 해도 소금기를 머금은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굳어지면서 겨울에는 늪지로 변하고, 끝없이 움직이는 모래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던 쓸모없는 골치 덩어리 땅이었다. 드넓은 땅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끝에 오래 걸리지만 자연 친화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소나무였다.

1857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안 쪽은 모래언덕을 고정시키도록 소나무와 잔디를 심고, 내륙의 모래언덕에는 소나무와 갈대 등을 심었다. 참나무도 일부 심었다. 차츰 나무들이 자라고 뿌리를 내리면서 대부분 지역의 물기가 빠지고 1세기가 흐른 지금은 대부분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하늘을 덮고 있다. 소나무 아래는 거칠고 뿌리가 억센 잔디 혹은 덤불이 생태학적으로 안정되게 자리 잡고 있다. 1970년 이 지역의 일부가 자연공원으로 지정됐다.

소나무 숲에는 캠핑장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어 바다와 나무와 모래가 어우러진 휴가지로 각광받고 있다. 숲에서 나오는 목재는 다양한 자재로 활용되고 펄프 제조에도 쓰인다고 한다. 자연과 환경을 지혜롭게 가꾸어 모래와 바다와 자연이 있는 훌륭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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