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는 닥나무 껍질인 인피 섬유를 원료로 만들어진 우리 전통의 종이를 말한다. 강하고 질겨서 오래전부터 수묵화, 서예, 그리고 창호와 지물 등에 두루 쓰이며 우리의 삶과 궤를 같이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지는 일반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한지를 만드는 재료와 기법도 한국 고유의 것에서 멀어져 갔다. 책은 이제는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국의 전통 한지를 살리기 위한 드림팀이 4년 간 공들인 연구와 노력의 결과물이다.
집필은 성철스님 , 법정스님, 노무현 대통령 인물화로 유명한 수묵화가 김호석 화백 외에 한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자 , 식물 분류학 전공의 닥나무 전문가, 행정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 4명이 함께 했다. 김 화백은 40년간 수묵화 재료인 전통한지를 연구했고, 한국 고유의 전통한지를 이용해 작품을 하는 몇 안 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특히 조선시대 후기부터 1910년 사이에 사라진 것으로 확인된 한지 표면처리 방법을 가진 유일한 전문가이다. 김 화백은 2015년 행정안전부의 훈장 용지 개선을 위한 전통한지 원형 재현사업을 하면서 전국에 있는 한지 현장답사와 재료 탐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만난 박후근 과장,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 임현아 연구개발실장, 닥나무 연구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인 산림청 국립수목원 정재민 박사,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박후근 행정지원과장과 '기록용 한지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한국에는 한국 고유의 전통한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전통적인 기법을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전통 한지 원형을 찾아서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공감하고 문헌연구와 현장답사, 장인 인터뷰 등을 통해 고증을 거쳐 책을 펴냈다. 닥품종 연구를 위해 의성, 안동, 완주 위봉산, 신안 가거도, 군산 선유도 등을 현지답사했다. 원주, 안동, 함안 등 전국 21곳의 전통하지 업체를 일일이 답사하며 그들이 어떤 재료를 사용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 한지를 만들고 판매는 어떻게 하는지를 조사했다.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한지는 한지가 아니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집필팀이 전통 기법의 원형을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밝혀낸 사실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우선 집필팀은 닥나무의 원형을 찾았다. 닥나무는 우리나라 특산 수종이라 할 수 있는데 중국에는 분포하지 않으며 일본에서는 자생지가 확인되지 않고 재배되어 왔다. 닥나무는 꾸지나무와 애기 닥나무의 자연교잡에 의한 잡종이라는 사살을 형태적 및 분자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또 한지 제조방법을 정확하게 서술해 어디까지가 한국적인 요소인가를 설정했고 인쇄 가능한 전통한지 표면처리(도침) 기술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책은 한지를 살리기 위해 국가가 어떻게 행정적으로 배려해야 하는지를 종전 사례를 들면서 향후 적용할 지침을 제시했다.
책은 위기에 직면한 한국의 전통한지 산업의 아픈 현실도 가감 없이 지적하고 있다. 집필팀에 따르면 경복궁, 창덕국, 덕수궁, 창경궁 등 4대 궁궐 창호지의 한지 사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수입닥 또는 펄프를 혼합한 것이었다. 1996년 64곳이던 전통한지 업체수는 2019년 9월 말 현재 21곳에 불과하다. 중국 선지는 2009년, 일본의 화지는 2014년 유네스크 인류 무형 무 노하 유산에 등재했지만 한지는 등재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 수리복원에 전통한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규정도 없다.
책의 공동저자 4인은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슨 전통한지가 필요한가를 묻는 이들도 있으나 전통한지 품질이 우수하다. 보전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감히 말하건대 한지와 한지 원료가 되는 닥나무에 관한 한 모든 노력을 경주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호석 화백은 "품질이 우수하고 보전성이 뛰어난 전통한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이 책이 우리 전통한지를 진흥시키는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