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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Jul 15. 2024

파리전시 리뷰] 인상주의 탄생 150년 기념전

‘파리 1874, 인상주의의  발명, 오르세미술관 ( 3.26~7.14)

2024년 세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미술사조인 인상주의(Impressionnisme)가  탄생한 지  15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이를 기념해 인상주의 예술의 보고인 파리  오르세 미술관은 지난 3월 26일  ‘파리 1874, 인상주의의  발명 ( Paris 1874 : Inventer l'impressionnisme, 이하 파리 1874)'전을 개막했다. 개막 전부터 이 전시에 관심이 많았고 꼭 보고 싶었는데  아슬아슬하게 폐막(7월 14일) 일주일 전인 6일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워낙 소문이 자자했던 전시여서 4개월 가까이 열리는 동안 수많은 관람객이 찾았고, 폐막을 일주일 앞둔 주말이라 관람객이 무척 많았다. 전시는 역시 현장에서 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절실히 느꼈다. 정말 이번에 안 봤으면 얼마나 소중한 기회를 놓쳤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할 정도로 전시는 훌륭했다. 

Nadar에서의 전시를 옮겨놓은 듯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인상주의가 탄생하던 1874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0년 프랑스-독일 전쟁과 파리 코뮌이 지나간 뒤 아직 여파가 남아있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새로 아름답게 단장한 파리의 대로에는 변화에 대한 갈증과 호기심 넘치는 시민들이 넘친다. 산업혁명의 결과로 증기기관차는 주말이면 사람들을 파리교외나  노르망디 바닷가로 실어 날랐다. 일련의 예술가들은 이런 밝고 생동감 넘치는 삶을 그대로 담고자 했지만 권위적인 아카데미가 주도하는 살롱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르세미술관 지상층 왼쪽에 있는 기획전시실로 들어가면 이런 배경 설명에 이어  첫 번 섹션에서는 젊은 화가들이 모여 전시를 열었던 사진가 나다르 Nadar의 작업실, 카퓌신대로 35번지를 보여준다.

'2층에 걸쳐 7-8개의 방이 있는 나다르의 아틀리에'를 당시의 기록을 기반으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 1874년 4월 15일 개막한 첫 번째 전시에 참가했던 무명예술가협회(Société Anonyme des Artistes peintres)  작가 31명의 작품 200점이 걸린 모습을 구현해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이어 당시와 같은 분위기가 나도록 벽을 암적색으로 칠한 공간에서  이들 작품으로 실제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해  초반부를  구성했다.   프랑스 국내 미술관 박물관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작품들을 그러모은  전시는 아직 인상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 첫 번째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150년 만에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도판으로만 봐 왔던 중요한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서 처음 접할 수 있어서 좋았고, 또한 이미 수차례 봤던 작품도 이번 전시 콘셉트에 맞게  큐레이션 해 놓아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전시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밝은 하늘색 발레복을  입은 소녀 'La Danseuse' (1874)와  눈부시게 파란색 드레스를 차려입은 젊은 여인의 전신을 그린 작품  'La Parisienne' (1874, 영국 카디프 미술관 소장)이다. 'La Danseuse'는 워싱턴 국립미술관 소장품으로 와이드너 컬렉션에서  1942년 기증한 작품이다. 느슨하게 푼 머리와 수놓은 손수건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미뤄 공연을 하는 발레리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파리지엔느'와 함께 1874년 전시 당시 르누아르가 전시한 작품 중 가장 큰 사이즈의 작품으로 방문객들이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처음 만나는 그림이었다.   

에드가 드가(1834~1917)의  '무대에서의 발레 리허설 ( Pepetition d'un ballet sur la scene, 1874), 오르세 미술관 소장)과  나란히 전시된 르누아르의  작품 '객석 (La Loge, 1874, 런던 코톨드 미술관)'  19세기 후반 파리에 생겨난 새로운 극장에서 흔히 만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최신 유행 의상을 입은 젊은 여성과 함께 앉아 쌍안경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남자는 르누아르의 동생을 모델로 했다. 첫 전시에서 매우 인기를 끈 작품이다. 

클로드 모네(1840~1926)는 당시 새로 문을 연 오페라 극장과 함께 최신 유행을 리드했던 카퓌신대로를 그렸다. 'Boulevard des Capucines (1873~1874)'는  미국  캔자스시티의 넬슨-앳킨스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이다.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가 열린 바로 그 장소, 카퓌신대로 35번가의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대로를 해가 질 무렵의 활기차게 돌아가는 현장감 있게 포착한 작품이다. 모네의 빠른 붓놀림은 현대 도시와 새로운 오페라 지구의 활력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에드가 드가의 '발레수업 (Classe de danse, 1870,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은 아주 작은 그림이지만 사진처럼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첫 번째 인상주의 전에는  몇몇 아카데믹한 작품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두아르 바랑동 (Edouard Brandon, 1831~1897), 피에르 뷔로 (Pierre Bureau, 1827~1876), 아돌프 펠릭스  칼스( Adolf Felix Cals, 1810~1880), 구스타프 앙리 콜랭 (Gustave Henri Colin, 1828~1910), 알프레드 마이어 (Alfred Meyer(1832~1904)  등의 작품도 소개됐다. 

폴 세잔도 당시 인상주의 화가들과 인연으로 첫 번째 전시에  참가했다. 그가 출품한 작품은 'Une moderne Olympia, Esquisse (1873~1874)'인데 '현대적 올랭피아를 위한 스케치'로 해석되며  1865년 살롱전에서 스캔들을 일으킨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에 대한 오마쥬인 동시에 살롱전의 고리타분함을 비꼬는 듯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첫 전시회에서  터무니없는 작품이라고 비난을 받았다.  

여성 화가 베르트 모리조 (1841~1895)는  첫 전시에 자신의 동생인 에드마 모리소를 그린  '에드마 퐁티용 부인의 초상( 1874)'과  아기를 돌보는 에드마의 모습을 담은 '요람(lLe Berceau), 1872' 등 10점을 첫 전시에 의욕적으로 선보였다.     

1874년 살롱전과 비교
인상주의의 전시장을 나서면 1874년 살롱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가 열린 장소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샹젤리제 대로의 산업 및 미술 궁전에서 1874년 5월 19일부터 살롱전이 열렸다. 물론 당시 파리의 상류층 사람들을 대서 살롱전을 보러 몰려갔다. 종교화, 풍경화, 초상화 외에 유행하던 오리엔탈리즘을 다룬 작품 등  2000점의 작품이 살롱의 벽면을 가득 채웠지만 특별할 것 없이 어디서 본 듯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살롱전에 출품되고 묻혀있던 작품들이 이번 전시 덕분에 빛을 보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당시 살롱전을 묘사한 작품으로 빼곡하게 벽에 걸린 작품을 제대로 볼 수도 없어  책자를 들여다보며 작품을 감상해야 하지만 이런 나들이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전시는 오랜 시간 동안 미술계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공식 살롱전과 도발적인 1874년 무명화가들의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의 차이와 유사점을 비교해 보면서 당시 인상파가 전시한 작품의 시각적 충격이 어떠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했다. 살롱전의 작품들은 아카데믹한 형식과 그림에 등장하는 모델들에게 특유의  엄격한 기준이 요구됐다.  같은 파리의 젊은 여성을 그린 초상화도 살롱전에 나온 작품과 르누아르가 그린 '라 파리지엔'의 분위기는 현격하게 다르다.  살롱전의 여성은 정숙함이 풍기고 어딘가 무거운 분위기인 반면 르누아르의 여인은 밝고 천진하며 생동감이 넘친다.  

또한 같은 화가의 작품 중에서 살롱전에 받아들여진 작품과 낙선한 작품을 비교해 보여주기도 했다. 마네의 제자였던 에바 곤잘레스(1847~1883)가 연한 핑크빛 드레스를 입은 정숙한 여인의 그린 파스텔화 'La Matinee Rose'는 1874년 살롱전에 입선했지만 현대적인 여성의 모습을 당당하게 표현한  '객석의 이탈리아인' (1874, 오르세 미술관 소장)은  낙선했다.  

'인상파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오페라극장의 가면무도회 (Le Bal de l'Opera, 1873,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소장)는  펠르티에가에 있는 오페라 극장의 활기찬 모습을 실제 현장에서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그린 것인데 매춘부와 고객 간의 거래를 보여준다며 살롱전에서 거부당했다.  반면 '철도 (Le Chemin de fer, 1873,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소장 ) '은  합격. 생라자르역에서 연기를 뿜으며 지나가는 기관차에 사로잡힌 어린 소녀의 뒷모습, 최신 유행의 의상을 입고 무릎에는 강아지가 잠들어 있으며 책을  들고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19세기 후반 파리의 모습으로 최첨단을 달리는 현대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시되지만 이 작품이 파리 살롱전에 전시됐을 당시 이를 알아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방문객들은 주제가 당혹스럽고, 구성이 일관성이 없으며 표현이 모호하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아무튼 합격과 불합격 작품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살롱전의 심사위원들도 스스로의 기준을 의심했을 것 같다.  

야외의 빛을 찾아, 도시생활의 즐거움을 찾아 
한 섹션은 빛의 찾아 나선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보여준다.  대표적인 화가는 클로드 모네이다.  야외에서 스케치한 밝은 톤과 생동감 넘치는 터치로 현대 생활의 장면이나 풍경을 그리는데 '인상주의'라는 이름의 모태가 된 모네의 유명한 작품 '인상, 해돋이(Impression, Soleil Levant, 1872, Paris, Musée Marmottan Monet 소장) 작품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관심을 입증했다.  모네는 1871년부터 생라자르역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아르장퇴유에 자리 잡고 주변에 나가 풍경을 그렸다. 이때의 작품  '양귀비 들판(Coquelicots,1873)', '파라솔을 든 여인 ' 등 익히 보아온 모네의 작품 외에 외젠 부댕의 바닷가 스케치작품들, 베르트 모리조의 '독서(1873)와 '술래잡기'(1873),  카미유 피사로의 '퐁투아즈의 공공정원(1874)' 등을 통해 인상주의가 '외광파'라는 별칭을 갖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오랫동안 살롱에서 선호되어 왔던 성경, 신화 또는 역사적 에피소드에서 탈피해  카페 테아트르와 오페라 극장과 같은 새로운 공간에서 일상적인 여가 활동을 하는 것을 즐겨 묘사했다. 르누아르의 '물랭드라갈레트의 무도회 Bal du moulin de la Galette, 1876)는 일요일 오후 뷔트 몽마르트르 Butte Montmartre의 유명한 댄스 장소에서 파리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1877년 인상주의 화가전시회 

1874년의 전시는 재정적으로 실패였다. 1875년 호텔 드루오(Hotel Drouot)에서 경매가 진행됐으나 다부분 작품들이 250프랑을 넘지 못했다. 1876년 갤러리 뒤랑 루엘에서 두 번째 전시가 열렸다. 새로 가입한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가 가장 적극적이었고 그는 1877년 4월 4일 제3회 인상주의 전시회를  후원하게 된다.  후원자이자 화가인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후원으로 열린 이 전시회부터 참가작가들은 스스로를 '인상주의' 화가로 선언했고 이 제목으로 신문도 발행했다.  펠르티에 가 6번지에 있는 파리의 아파트에서 베르트 모리조와 마르키즈 드 람푸르 2명의 여성을 포함한 18명의 화가들의 작품 245점이 전시됐다. 모네의 '생라자르역'(1877) , 르누아르의 '그네'(1876),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1876), 드가의 '젊은 여인의 초상(1867) 등이 전시됐고  가장 인상주의다운 전시였다고 평한다.  이후 인상주의 전시회는 1886년까지 열렸으며  폴 고갱, 조르주 쇠라, 폴 시냑 등 후기 인상주의로 이어진다. 

이 전시회는 오르세미술관 전시가 끝나면 2024년 9월 8일부터 2025년 1월 20일까지 워싱턴 국립미술관으로 옮겨 전시한다.▣

이 기사는 컬처램프에서 좀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culturelamp.kr/news/articleView.html?idxno=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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