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SANAA의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

대만 타이중시 중앙공원에 지난해 12월 13일 개관

경계를 해체한 8개의 백색 박스, 도시와 공원을 잇다


12년의 긴 기다림 끝에 타이중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했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듀오 SANAA의 설계로 지난해 12월 13일 공식 개관한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Taichung Green Museumbrary, 이하 뮤지엄브러리)를 방문하기 위해 연초에 대만의 제2 도시 타이중을 찾았다. 공사하는데만 5년이 걸린 뮤지엄브러리는 SANAA가 추구해 온 ‘관계의 건축’이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작업이다.

타이중 시의 북서쪽 외곽에 자리 잡은 슈이난 경제무역단지 내 중앙공원에 들어선 뮤지엄브러리는 이름이 가리키는 대로 공원의 자연환경 속에 타이중 시립 미술관(Taichung Art Museum, TCAM)과 타이중 공공도서관(Taichung Public Library)이 한 곳에 들어서 있다. 알루미늄 메쉬 외피를 두른 8개의 블록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전체 면적이 5만 8016㎡(약 1만 7550평)나 된다. SANAA가 지금까지 설계한 건축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문화프로젝트이다. 이미 가봐야 할 이유는 충분했는데 이곳 미술관에 한국 현대미술가 양혜규의 작품이 개관 커미션 작품으로 설치되었으니 더욱 가보고 싶어졌다.

1995년 세지마 가즈요(b.1956)와 니시자와 류에(b.1966)가 설립한 SANAA(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는 2004년 베니스 비엔날레 제9회 국제 건축전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데 이어 2010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고 2025년에는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RIBA )의 로열 골드메달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그룹이다.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는 그린 뮤지엄브러리가 개관 직후인 12월 22일 리움미술관에서 건축특강을 가졌다. 강연에서 세지마 가즈요는 초기부터 최근까지 세계 곳곳에서 했던 대표작을 소개한 뒤 “40년 동안 건축설계를 하면서 늘 공원 같은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어딘가에서 함께 모이도록 하면서 환경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축을 하려고 고민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최근에 완성된 빅프로젝트인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에 대해 “‘공원 그 자체인 건축물’이 완성됐다”고 강조하고 “구체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만나는 도서관과 추상적인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 미술관의 성격이 교차하는 장소에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갖게 될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꼭 가보길 권한다”고 했다.

도시와 공원의 경계에 선 백색의 입방체

그린 뮤지엄브러리를 방문한 시간은 일요일 오후였다. 세지마 가즈요의 강연이 있던 날 리움미술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양혜규 작가로부터 석양이 지는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양혜규 작가의 전속 갤러리인 국제갤러리에서 연결을 해 준 TcAM의 홍보팀에서는 택시를 탈 경우 국립대만미술관으로 가지 않도록 주소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일러줬다. 국립대만미술관(NTMoFA)은 1988년 설립된 대만 최초이자 유일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미술관을 이야기하면 그곳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었다. 잘못 찾아가서 간 것은 아니고 오전 시간을 이용해 일부러 시내에 있는 국립대만미술관을 찾아 현재 진행 중인 ‘2025 대만비엔날레’ (2025.11.15.~2026.3.1.) 등 전시회와 조각 공원을 둘러봤다. 이어 2013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의 설계로 지어진 국립 타이중극장을 방문했다. 독특한 공간감을 자랑하는 이토 도요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며 이번 여행의 메인 방문지인 그린 뮤지엄브러리를 설계한 SANAA의 세지마 가즈요가 작업 초기에 이토 도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했다는 점에서 미리 방문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그린 뮤지엄브러리가 들어선 타이중 중앙공원(Taichung Central Park)은 타이중시 북서부 외관 시툰구의 슈이난경제무역단지(臺中水湳經貿生態園區, Shuinan Economic and Trade Park) 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 슈이난공항이 있던 자리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 군용 비행장으로 처음 건설됐고 이후 대만 공군기지와 민간 공항이 공존하는 복합 공항으로 사용되다 그 기능이 현재의 타이중 국제공항으로 이전하면서 2004년 공항은 공식 폐쇄됐다. 70년 넘게 타이중의 하늘길을 담당하던 활주로 부지는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시민들을 위한 녹색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타이중시는 중앙 공원을 경제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복합 클러스터로 개발 중이고, 상징성을 띤 건축물이 그린 뮤지엄브러리이다.

뮤지엄브러리는 약 67 헥타(약 20만 평)에 달하는 중앙공원의 북측 끝자락, 고층아파트로 이뤄진 도시 외곽의 주거지역과 드넓은 공원이 만나는 경계 지점에서 공원의 입구 역할을 한다. 8개의 기하학적인 입방체가 어우러진 거대한 볼륨을 가진 뮤지엄브러리는 멀리서 보면 그 존재감을 잘 가늠할 수 없다. 유리를 많이 사용하고 그 외부에 백색 알루미늄 외피를 덧 씌운 구조여서 빛과 바람이 통하고 시각적으로도 어스름해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견상으로는 바로 옆에 있는 타이중 국제컨벤션센터 (Taichung International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 TICEC)가 더 눈길을 끈다. 슈이난 경제무역단지의 핵심 랜드마크인 타이중 컨벤션센터는 나무 문(Tree Gate)이라는 디자인개념을 바탕으로 설계되어 삼각형 외피로 덮인 거대한 지붕이 유선형으로 휘어지며 내려오는 모습을 하고 있다. 현란한 국제컨벤션센터와 달리 알루미늄 메쉬 외피의 기하학적 구조물인 그린 뮤지엄브러리는 아주 점잖게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개방성’과 ‘투명성’이 극대화된 백색의 구조물

과거 공항이었던 만큼 매우 평탄하고 넓은 부지에 위치해 있고 규모도 커서 어디서나 도드라져 보이는데 거대한 볼륨에 비해 건축물은 위압적이거나 무겁지 않다. 건물의 지층부는 입구가 14개나 되고 원형의 수변공간을 가진 필로티 광장이 있고 이곳에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디자인이 되어 있다. 필로티 광장이라고 하지만 바닥에 특별하게 높낮이를 달리하지도 않고 문도 업어서 어디가 공원인지 건물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안과 밖의 경계가 없이 자연(공원)과 그대로 통한다.

SANAA의 건축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방성’과 ‘투명성’이다. ‘개방성’이 무엇인지 이해가 갔다. 휴일 오후인 만큼 공원에는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뮤지엄브러리 주변의 잔디밭에도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공원을 찾았다가 자연스럽게 뮤지엄브러리 건물을 드나들며 공간을 통과하거나 의자에 앉아서 쉬기도 했다. 필로티 광당의 수공간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기도 하다가 나선형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 미술관으로 가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도서관으로 이동한다. 그린 뮤지엄브러리에서 주변환경과 건축물의 경계는 사라졌다. 공원 안에 들어선 건물이라기보다 공원이 된 건축물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건축가 니시자오 류에는 “누구나 필로티 광장의 그늘 아래서 쉴 수 있는 이 열린 공간이 진정한 의미의 ‘그린 뮤지엄브러리‘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지상층 필로티 공간에 있는 원형의 수반 옆에는 땅 밑을 파내는 스크루 모양의 조형물이 서 있다.


알루미늄 메쉬 외피의 변신술

뮤지엄브러리는 방문객들이 주변의 자연경관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SANAA의 다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 건물 역시 투명성을 극대화하여 유리와 금속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위에 알루미늄 메쉬가 씌워진 형태이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인 알루미늄 메쉬 외피는 개방성과 투명성을 물리적으로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알루미늄을 가로로 금을 내어 잡아당긴 확장형 알루미늄 메쉬(Expanded Aluminum Mesh)로 감싸진 외벽은 빛의 각도에 따라 불투명한 은색 벽체가 되기도 하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망사로 보이기도 한다.

메쉬 반투명성은 시각적 모호함을 극대화한다. 밖에서 안을 보면 사람들의 움직임이 실루엣처럼 보이고 내부에서는 외부의 공원이 수묵화처럼 필터링되어 보인다.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무는 SANAA 특유의 철학적 장치를 알루미늄 메쉬가 제대로 해 내고 있다.

환경적 기능도 지닌다. 메쉬는 대만의 강력한 일사량을 1차적으로 차단하는 차양 역할을 하며, 내부 유리 벽면의 열 부하를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황혼녁에 맞은편 언덕에서 바라봤을 때는 백색에 노을이 은은하게 반사되면서 핑크빛으로 보이기도 했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밤이 되어 공원에 어둠이 내리면 내부의 불빛이 메쉬를 통해 밖으로 퍼지면서 마치 도시의 등대 같다.


매스의 분절과 ‘미술관+도서관’ 기능의 중첩


SANAA의 니시자와 류에는 개관 기념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타이중의 아름다운 기후와 공원의 녹지를 건물 안으로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했습니다. 8개의 박스 사이로 바람이 통하고 햇빛이 스며드는 구조는 건물이 도시의 호흡을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

SANAA는 6만㎡나 되는 거대한 프로그램을 하나의 덩어리로 처리하지 않았다. 대신 기능에 따라 분절된 8개의 독립된 볼륨(Volume)을 제안했다. 이는 대형 공공건축이 자칫 가질 수 있는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건물을 도시 조직의 일부인 ‘작은 마을’처럼 보이게 한다. 도서관 구역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보면 입방체들이 주변 환경에 잘 녹아들고 도서관과 미술관이 교차하는 기능적 미션을 제대로 해 낼 수 있도록 수십 차례 배치를 바꿔가며 고민한 흔적을 볼 수 있다.

각 볼륨은 서로 다른 높이와 크기를 가지며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사이사이에 형성된 빈 공간(Void)은 타이중의 고온다습한 기후를 해결하는 ‘바람길’이 되는 동시에, 공원의 녹지가 건물 심장부까지 침투하는 통로가 된다. 내가 방문한 1월 초 타이중의 겨울 날씨는 낮기온이 20도여서 답지 않았지만 다른 계절에는 대부분 기온이 무척 높고 습도가 높은 점을 감안한 설계다.

볼륨들은 독립되어 있지만 도서관과 미술관의 두 기능은 중첩되어 있다. 두 기능은 명확한 층간 구분이 아닌, 수평적 브리지와 공유 공간을 통해 엮인다. 도서관 구역의 청소년용 서가를 지나가면 계단을 오르면 공유 공간이 나오고 미술관의 입구로 이어진다. 미술관의 갤러리에서 나와 브리지를 통과하면 도서관 구역으로 들어가는 그런 구조다. 미술관 구역은 화이트 큐브의 정적 공간과 메쉬 외벽을 통한 동적인 공간이 교차한다.

“우리는 시민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미술관의 현대미술을 마주하는, ‘우연한 발견’이 일어나는 장소를 원했습니다.”(니시자와 류에)

“우리는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도서관)와 감각을 일깨우는 경험(미술관)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관람객이 미술관의 전시를 보다가 우연히 도서관의 서가 사이를 걷게 될 때, 그 경계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영감이 이 건축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단지 판을 깔았을 뿐이며, 이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사용할지는 이제 타이중 시민들의 몫입니다.“(세지마 가즈요)

수직적 서사와 양혜규의 ‘유동봉헌’

미술관 건물 내부의 중추인 서쪽 박스는 27m 높이의 아트리움을 자랑한다. 이 건축물의 ‘구조적 중심’으로 주변의 나선형 경사로가 시선을 유도하며 비어있는 공간의 수직성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이곳에 설치된 양혜규 작가의 블라인드 설치작품 ‘유동 봉헌- 삼합 나무 그늘 (Liquid Votive – Tree Shade Triad)’은 건축의 수직성을 시각적 예술로 변환한다. SANAA 건축의 핵심인 ‘투명성’과 ‘개방성’에 대한 예술적 화답이다.

‘유동봉헌’은 여러 문화권에서 공동체의 물리적 공간을 넘어 정신적 유대의 장소로 여겨지는 신성한 고목을 상징한다. 작가는 대만의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자라는 둥치가 두껍고 가로로 넓게 가지를 뻗는 나무(봉황목)와 문명의 도구인 ‘블라인드’를 결합했다. 나무가 땅에 뿌리내린 형상인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천장에 매달린 나무로 구현된다. 높다란 건물 중앙에 거대한 신목이 공중에 떠 있는 듯 자리한 이 작품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하늘을 향해 상승하는 구조로 설치되어 있다.

짙은 녹색, 붉은색, 황갈색, 갈색 등 자연의 깊은 색채를 반영한 저채도의 블라인드로 구성되어 있다. 블라인드를 연결하는 줄들이 늘어져 있는 모습은 타이중의 ‘봉황목’에서 공생하는 넝쿨을 연상하기도 하고, 신목에 걸린 붉은색 실을 연상하게도 한다. 밤에는 유연하게 휘어지는 형태의 LED 조명과 반딧불이를 연상시키는 레이저 빛이 더욱 선명한 빛을 발하며 나무에 생명감을 부여한다.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는 유동봉헌 작품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알루미늄 메쉬를 통해 중앙공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현장을 안내해 준 우타 정 큐레이터는 “양혜규의 작품은 건축가가 의도적으로 비워둔 ‘가능성의 공간’에 빛과 그림자의 질서를 부여하고 있다”며 “관람객들은 각 층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건물의 스케일을 체감하고 시점마다 달라지는 작품의 리듬감을 감지하며 독특한 미적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양혜규의 작품이 설치된 아트리움 공간은 뮤지엄브러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포토스폿으로 꼽힌다.

8층에 위치한 옥상정원은 지면에 있는 공원의 수직적 확장이다. ‘컬처 포레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옥상정원은 지상의 중앙공원을 옥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각기 다른 높이의 지붕들이 연결되어 형성된 이 입체적 정원은 건축물의 단열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제공하는 공공재로서 기능한다.


뮤지엄브러리의 정체성을 알리는 개관기념전

개관기념전 ‘지식과 예술의 생태계(Ecology of Knowledge and Art)’는 도서관과 미술관의 기능을 융합한 이 건물의 정체성을 기념하는 데 집중하며 3개의 큰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1층 특별전시실 ‘건축의 기록’ 전은 2013년 국제 공모 당선되고부터 2025년 완공까지 SANAA의 여정을 담은 아카이브 전시다.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의 수천 장에 달하는 스케치, 8개 볼륨의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한 구조 모델링 과정, 그리고 타이중의 혹독한 기후를 이겨내기 위해 개발된 특수 메쉬 외벽의 샘플 등이 공개되어 있다.

미술관의 2~3층 전시실에서는 개관기념전으로 대만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현대미술특별전 《만물의 외침 (A Call of Beings)》이 4월 12일까지 열린다. 타이중의 자연과 도시 문화를 주제로 한 대만 현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미술관 윈도 갤러리는 통창 너머로 보이는 실제 '타이중 중앙공원'의 풍경과 내부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중첩하여 보여줌으로써, '벽 없는 미술관'이라는 컨셉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도서관 연계구역의 전시공간에서는 ‘예술로 읽는 책: 아티스트 북 컬렉션’이 열리고 있다. 예술가의 손길이 닿은 책들을 보며, 지식이 어떻게 예술적 감동으로 전이되는지 체험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도서관의 ‘지식’과 미술관의 ‘상상력’이 만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그린 뮤지엄브러리는 ‘형태가 기능을 따르는 것’을 넘어 ‘공간이 경험을 유도하는’ 미래형 공공건축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일요일은 미술관이 오후 5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무척 바쁘게 이동하며 공간을 탐색했다.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유동봉헌’이 설치된 공간으로 돌아왔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서쪽으로 기울면서 비치는 햇살이 메쉬 사이로 투영되면서 블라인드의 색은 순식간에 다르게 보였다. 빛과 색의 조화 속에 나무가 휴식을 취하려는 것 같았고 반딧불이들이 춤추는 모습이 하나둘씩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떠나야 할 시간, 밖으로 나가 무역센터 앞에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 그린 뮤지엄브러리를 바라봤다. 백색의 메쉬는 부드러운 황혼빛으로 물들었다. 건축이 어떻게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가장 부드러운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건물’이 아닌 ‘환경’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니시자와 류에의 말이 다가왔다.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는 건물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보다, 그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 그리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비추는 투명한 배경이 되기를 자처한다. 가볍고 투명하면서도 무한한 문화적 가능성을 담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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