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미술관에서 해설사의 도움 없이 나만의 감각으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그저 느껴지는 대로 보고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지 속에는 많은 은유가 포함되어 있고, 화가들이 작품을 창작할 때의 특별한 상황과 감정이 녹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특히 미술관에서 통하는 말이다.
‘혼자 보는 미술관’은 홀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역할을 충실하게 해 준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가 가졌던 선입견이나 상식과는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리슨 갤러리에서 전시물 총괄 책임자로 일했고, 타임아웃 런던의 미술평론 책임자로 일했던 예술비평가인 저자는 감상자에게 ‘백지상태’를 의미하는 단어인 ‘타불라 라사 TABULA RASA’로 요약되는 10개의 키워드 감상법을 제시한다.
우선 T.B.U.L.A. 는 마주하는 시간 Time, 작품과 나와의 관계 Association, 작품을 이루는 배경 Background, 이해 Understand, 다시 보기 Look Again(책의 원제이기도 하다), 평가 Assessment를 가리킨다. 이렇게 기본적인 이해의 과정을 거친 다음 R.A.S.A. 의 과정으로 넘어간다. 그림의 역동성을 만드는 리듬 Rhythm과 작가가 몰래 건네는 메시지를 담은 비유 Allegory, 보이지 않는 액자인 구도 Structure까지 살펴보고 나면 우리 앞에는 명작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 Atmosphere가 펼쳐진다는 설명이다.
이런 방식도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반박할 수 있겠다. 하지만 책이 제시하는 색다른 과정을 거쳐 혼자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고유한 재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다음번에 미술관에 가면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작품 감상에 앞서 두 가지 용기를 제안한다. 다른 사람의 감상평에서 멀어질 용기와 잘 알지 못해도 선뜻 작품에 다가갈 용기다. 저자는 작품 앞에서 세 번 심호흡을 하고, 먼저 작품을 찬찬히 감상하고 난 다음 설명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직감을 따라가되 작품을 몇 차례 다시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놓친 것이 무엇인가?”“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나?”“처음 추측한 게 옳았나?” 조언대로 놓쳤던 아주 작은 디테일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