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벗들의 초상'
한국 여성 미술의 ‘큰 언니’ 윤석남(80)이 오늘이 있기까지 자신을 다독여 주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벗들에게 고맙다는 말 대신 그들을 그린 초상화로 미술관을 채웠다. OCI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벗들의 초상화’전에서 윤석남 작가는 가수 한영애 등 오랜 벗들을 그린 초상화와 작가의 자화상 등 27점의 채색 및 드로잉 60여점, 그리고 3점의 신작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한국 여성 미술의 ‘큰 언니’ 윤석남(80)이 오늘이 있기까지 자신을 다독여 주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벗들에게 고맙다는 말 대신 그들을 그린 초상화로 미술관을 채웠다. OCI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벗들의 초상화’전에서 윤석남 작가는 가수 한영애 등 오랜 벗들을 그린 초상화와 작가의 자화상 등 27점의 채색 및 드로잉 60여점, 그리고 3점의 신작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윤석남이 초상화를 그리고자 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에서 보았던 윤두서의 자화상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형형한 눈빛, 휘날리는 기인 수염들 그리고 그이가 입고 있는 담백한 한복의 선들, 무엇보다도 살아서 나에게 무슨 말인가를 전하고 있는 듯한 그 눈빛에서 난 왜 그렇게 놀랐을까? 지금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고 나는 이제부터라도 붓을 들고 먹을 갈고 초상화를 그려야지 하는 것이었다. ” (작가 노트 중)
이태호 교수로부터 도야 김현자(경기무형문화재 제28호 이수자) 선생을 소개받아 한국화 기법을 약 4년 동안 배웠다. 그렇게 민화의 길로 접어든 작가는 왜 옛 초상화에는 주로 남성 인물만 등장하는 것인가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러다 옛 그림 속 위인들처럼 본인 주변에서 보아온 멋진 여성들, 즉, 늘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벗들을 그려서 기록하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초상화 그리기 작업이 전통 채색화 기법을 배우고 또 본인의 스타일로 소화하기까지 긴 시간을 걸쳐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22명의 벗의 초상화를 내놓았다. 이들은 모두 윤석남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다독이며 지금까지 ‘같이 또 달리’ 자신의 길을 개척한 친구이자 동료들이다. 직업은 다를지라도 하나 같이 본인의 일에 충실하고, 당당한 여성들이다. 동시에 이 초상화는 어느덧 저마다 얼굴에는 주름이 패고 흰 머리가 날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껏 있어 준 벗들 덕분에 오늘날의 윤석남이 있다는 지극히 사적인 고백이기도 하다. 작가는 “친구들에게 ‘고맙다’라는 말 대신 이렇게 그림을 그려 그간의 마음을 전한다. 초상화 연작은 앞으로도 지속해 더욱 더 많은 여성을 그려낼 작가의 야심 찬 ‘현재진형형 프로젝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허난설헌’, ‘신가족(新家族)’, ‘소리’ 3점의 신작 설치 작품을 선보여다. 연꽃 사이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허난설헌은 작가의 오랜 모티브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OCI미술관의 공간에 맞추어 전반적인 작품 톤을 흰색으로 더욱 차분하게 절제하여 그 옛날 시인의 외로움과 고아함, 섬세한 감성을 집중도 있게 표현했다. 목조각과 채색화가 어우러진 ‘신가족’에서는성인남녀를 주축으로 하는 전통적인 가정상 대신 반려동물과 함께 꾸려나가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제시하는가 하면, 가장 최근작인 ‘소리’에서는 광장에서의 경험이 투영되어 있다. 이처럼 각각의 작업은 윤석남의 기존 작업과 맥락을 같이하면서도, 시공간을 초월한 정서적 교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가늠해보게 한다.
전시의 후반부인 3층 전시장에서는 채색화 기법으로 그린 작가의 자화상을 볼 수 있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고 또 보고 종이 위에 옮겨낼 때, 그 오랜 시간 동안 작가가 느꼈을 고독과 삶에 대한 회고가 엿보이는 작업이다. 작가의 스물다섯 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12월 21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