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스페인에서 살게 되었나?
0. 나는 어쩌다 스페인 가이드가 되었는가?
1. "다들 여행 가고 싶은 나라 있어요?"
아침 방송을 마치고 식사를 하는데 디제이가 물어본다.
질문을 던진 디제이, 첫째 언니, 둘째 언니 모두 스페인에 가고 싶다고 얘기하는데 나 혼자 아프리카라고 답변했다.
(첫째 언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라고 말했다. 피디도 있었지만 혐오하는 사람이니 패스하겠다.)
2. "어때? 내 여행에 관심 있어?"
방송을 쉬고 있던 현주는 직장을 때려치운 나에게 본인의 유럽여행 계획을 말해줬다.
그중 스페인이 있었고, 그 어느 날의 아침식사 대화가 떠올랐던 나는 스페인 여행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아참, 내가 가고 싶다고 했던 아프리카는 아직도 가지 못했다.)
3. 깨어나라! 내 안의 유흥이여!
마음껏 게으르고, 클럽에서 신나게 놀아보고, 걷다가 누워 태양도 쐬고, 소매치기도 만나보고.
늘 눈치 보며 살던 내가 봉인 해제되어 즐기던 순간이었다.
이제껏 살면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있나?
뜨거운 태양, 지중해에 반사되던 빛, 그늘에서 맞는 바람, 거리의 풍경, 사람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나는 결심했다.
- "지금부터 나의 로망은 스페인이다!!!"
(강백호가 "산양은 내가 쓰러뜨린다!!!"라고 선언했을 때의 톤으로 말해야 함)
4. 스페인에서 살 방법을 찾아보자.
이때 나의 친구 현주가 한 마디 던진다.
"언니 내가 파리에서 야경투어를 들었거든? 그 가이드 일하면서 굉장히 행복해 보이더라."
그 가이드의 회사를 내게 알려줬다.
채용공고가 없던 회사.
무작정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 "나 당신네 회사에 관심 있습니다. 스페인에 가고 싶어요."
귀찮듯이 연결해준 스페인 지점장에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메일로 보냈다.
답변이 없다. 연락이 없네. 소식 한 통 없구나.
내 인생 처음으로 집요함을 보여줬고, 난 스페인에 가게 됐다.
(아참, 스페인 지점장은 일 년 뒤 바뀌었다. 그놈이나 이놈이나 하는 짓은 똑같다.)
5. 어머나 세상에. 명심하겠사옵니다.
떠나기 2주 전 아빠에게 말했다.
- "나 스페인에 가서 살 거야."
"넌 지금 상의를 하는 게 아니야. 통보를 하는 거지."
잠시 생각에 잠기던 아버지는 진지하게 조언을 하셨다.
"성병은 걸리지 마라."
6. 고객에겐 정직한, 직원에겐 사기 치는 좋은 회사.
마드리드에 도착하고 보니 회사는 처음 말과는 달랐다.
월급도 체계도 없고 그 외에 신고할 것이 투성이었다.
있는 건 열정 가득한 가이드 노동력뿐이었다.
2011년 4월 외노자 노예 생활의 시작이다.
(아참, 훗날 이 회사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신고를 당한다.)
7.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약 10년 간의 나의 스페인 생활 일기다.
지극히 평범한 <<나의 판타스틱 다이어리::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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