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두 도시에서 나의 집 찾기 과정
*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2002)를 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스페인(마드리드)에 왔으니 어떻게든 살 집을 구해야 한다.
혼자 살 '집'은 언감생심.
나의 첫 월급이 700유로, 두 번째 월급이 780유로였다. 그러니 혼자 살 집은 애초에 생각하지 못했고
Piso Compartido 즉, 공용 하우스를 알아봤다.
말 그대로 부엌, 화장실, 거실은 공용. 방은 각자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드라마 '청춘 시대' 느낌이려나?
나의 첫 번째 '방' 구하기 기준은 이러했다.
1) 안전한 지역일 것.
2) 스페인 사람들만 살고 있는 집(일할 때 주로 한국말을 사용하니 집에서라도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싶어서)
3) 인원은 5명을 넘지 않을 것.
'Idealista'라는 유명한 사이트에서 거주하고 싶은 지역과 조건 등을 설정하면 된다.
사이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조건에는
0) '집'을 구하는지 '방'을 구하는지
1) 월세에 gasto (전기세, 수도세, 난방비), 인터넷 포함 혹은 불포함
2) 함께 살 사람은 여자, 남자를 선호하는지 혹은 성별 상관이 없는지
3) 게이프렌들리
4) 흡연 여부
5) 애완동물 허용 등등 나름 세부 사항이 있다.
자, 그렇다면 조건에 맞는 방을 발견하면 바로 계약할 수 있을까?
아니다.
바로 같이 사는 친구들에 의해서.
일단 왓츠앱, 혹은 전화로 방을 보러 가고 싶다고 말하면 시간 약속을 정한다.
집을 살펴보고, 일종의 인터뷰를 하게 된다.
나의 국적, 나이, 직업, 파티를 즐기는지, 흡연은 하는지. 보통 몇시에 샤워를 하는지 등등 궁금한 것들을 물어본 뒤 본인들의 소개도 한다.
그리고 집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조용한 걸 선호하는지 혹은 파티를 즐기는지. 집안의 규칙까지도.
그리고 곧 연락을 주겠다고 말해준다.
인기가 많은 집은 일주일까지도 기간을 두고 면접을 본 뒤 합격 여부를 알려준다.
난 마드리드에서 두 번의 탈락 경험이 있다.
내가 탐내는 방은 남들도 탐낸다. 당연한 이치다.
* 내 친구의 경우, 방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면접관들을 제치고) 주인에게 일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겠다고 재력을 과시해서 바로 뽑힌 경우도 있다.
*경쟁자가 없는 방의 경우엔 면접이고 뭐고 바로 계약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해서 나의 첫 번째 집은 마드리드의 Argüelles 지역
월세 350유로, 가스또/인터넷 불포함, 스페인 3명 프랑스 1명 그리고 (나) 한국 1명 (모두 여자)
보증금으론 월세 한 달치를 냈다.
* 6개월 뒤 스페인 친구 한 명이 나가고 한국 여자가 들어왔다. 지영언니, 내 평생의 단짝 친구가 될 줄 이땐 꿈에도 몰랐다.
굉장히 안전한 지역이었고, 대형 마트와 함께 운동(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었다.
집은 굉장히 컸으며 별도로 두 개의 창고, 그리고 화장실도 두 개인 집이었다.
난 그중에 가장 작은 방이었다. 나의 예산에 딱 맞는. 하지만 gasto가 불포함이다.
달마다 같이 사는 친구들과 전기, 수도, 난방비를 1/n 해야 했고, 모두들 조심하면서 살았다.
특히 난방비가 비싸기 때문에 겨울에는 저녁 모두가 집에 있을 때 한두 시간 정도만 난방을 틀어 집을 따뜻하게 했다.
잠들기 전엔 이불 안을 드라이기로 달군 다음 잠에 들었고, 너무 추운 날엔 물주머니를 전자렌지에 돌려 끌어안고 잠들었다.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나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지지만 그때는 덤덤했다.
문제는 스페인 아이가 집을 나가고 그 자리에 대만 여자애가 들어오면서부터다.
마드리드의 추운 겨울을 참지 못했던 대만 여자애는 방 안에 따로 전기담요와 난로를 사용했고,
우리가 모두 집을 비웠을 땐 난방을 틀어놓고 집을 달구었다.
그래서 우린 말 그대로 전기세와 난방비 폭탄을 맞았고, 한 사람당 190유로의 가스또를 지불해야 했다.
세상에! 한 사람당 190유로라니!!!
아오... 이 사건을 계기로 이후에 집을 구할 땐 무조건 월세에 가스또 포함인 집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팁! 바로 Calefacción central 중앙난방이면 금상첨화다.
중앙난방 시스템이면 겨울을 난방비 걱정 없이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고로 나의 조건은 이렇게 됐다.
1) no fume
2) no mascotas
3) incluye los gastos e internet
4) Calefacción central
그리고 난 바르셀로나로 발령을 받아 도시를 이동하게 된다.
나에게 너무너무 친절했던 경비아저씨 까를로스가 고향 페루로 휴가갔을 때의 일이라 그에게 엽서 한 장을 남기고 난 바르셀로나로 떠나게 됐다.
나의 두 번째 방 구하기는 바르셀로나에서!
두 번째라 똑똑한 척을 하며 방을 구했다.
내가 스페인 여행 때 좋아하던 바르셀로나의 Gracia 동네의 테라스가 있는 방.
월세 360유로 gostos 포함/인터넷 불포함, 아르헨티나 남자 1명, 카탈루냐 커플, 독일 여자 1명, 나.
첫 번째 집에 비해 부엌도 거실도 화장실까지 굉장히 작았지만 방은 넓었던 곳이다.
문제는 집주인 카탈루냐 남자였다.
밤에 Bar에서 밴드 연주를 한다고 했던 그는 나에게 페이스북 친구를 신청했는데
세상에나....... 그는 홀딱 벗고 침대에 다리 벌리고 누워있는 여자 사진을 주로 페이지에 올리던 놈이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동양인은 없다는 거?
철저히 서양인이 취향인걸 위로 삼아 조심하며 살려고 했지만 일이 발생했다.
첫 번째, 속옷이 없어졌다.
두 번째, 이 놈이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방에 들어와 침대에 앉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침대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눈을 뜨고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사실 욕을 했다. 이 ㅅㅂ!!!!!!!!!!!!!!
실수로 내 방에 들어온 거라고 횡설수설하던 놈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화를 내고 따지다가
결국 난 이사할 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별수 있나. 똥을 피해서 내가 나가야지.
이렇게 어이없게 난 세 번째 방을 구했다.
나의 세 번째 방은 바르셀로나의 Gracia 지역(여전히 내 최애 동네)
300유로, 가스또/인터넷 포함, 루마니아 커플, 한국 여자 1, 그리고 나.
원래의 내 기준이었던, Compañero 중에 스페인 사람은 없었지만 내 스페인 생활 중에 최고의 하우스 메이트였다.
내가 힘든 바르셀로나를 버틸 수 있었던 이유 8할 아니 그 이상은 다 이 사람들 덕분이다.
* 나의 친구 오아나, 안드레아, 명진 언니는 나중에 다시 한번 언급할 거다. 나의 천사들.
방이 정말 작았다. 그리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다. 텍스트로만 보면 최악의 집 같지만 매일매일이 행복했다.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이곳에서 살고 싶었으나 회사는 몇 년 뒤 날 그라나다로 발령 보내려고 했기에
난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나의 네 번째 방! Girona 동네
월세 380유로, 가스또/인터넷 포함, 전용 화장실. 집주인(여자 1), 할머니 1, 중학생 딸 1, 그리고 나.
그라나다로 발령 낸다기에 짐을 쌌건만! 무산되고 바르셀로나에 남게 되었다.
살고 있던 방엔 이미 새 사람을 받기로 했기에 난 집을 이사해야만 했다.
급하게 Girona 동네의 한 공무원 아줌마 집으로 이사를 갔다.
최악 최악이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알코올 중독자다. 밤마다 술을 마시고 자신의 어머니와 중학생 딸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한다. 나에게도 몇 번이고 히스테리를 부리기에 화가 나서 나도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
결국 두 달을 살다가 급하게 다른 집을 찾아 이사를 했다.
이사를 가기 하루 전, 주인아주머니는 나에게 왜 이사를 가냐고 울며 물었다.
나의 딸이? 나의 엄마가? 누가 널 귀찮게 한 건지 본인에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했다.
하아... 당신 당신!!!!!!!! 당신만이 날 귀찮게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가여워 보이는 이 여인에게 진실 대신 그냥 이 집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회피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난 다섯 번째 '집'을 구했다.
이번엔 '방'이 아닌 혼자 사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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