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두 도시에서 나의 집 찾기 과정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의 집에 잠시 살아보니 타인과 같이 산다는 것에 신물이 느껴졌다.
무리를 해서라도 혼자 살고 싶었다.
그래서 '방'이 아닌 혼자 사는 '집'을 조건에 넣고 검색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본 집은 까탈루냐 광장 근처였다. 투어 모임 장소와도 가까워서 즐거운 마음에 집을 보러 갔는데...
내부는 새로 리모델링해서 깔끔했지만 문제는 건물 그 자체였다.
마치 홍콩의 구룡성채를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혹시 불이라도 난다면 제대로 출구를 찾지 못하고 그냥 죽을 것만 같았다.
와. 바르셀로나에 이런 곳이 있다니. 신기했지만 내가 살고 싶지는 않았다.
두 번째로 본 곳은 한쪽 벽면이 다 창문이었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성가족 성당과 아그바르 타워. 두 개의 바르셀로나 랜드마크가 거실에서 보이는 곳이었다.
휴대폰 카메라로는 표현이 안되지만 실제로는 성당이 더 가깝게 보였다.
집의 컨디션이고 뭐고 간에 난 그냥 창밖의 이 풍경이 좋았고, 더 볼 것 없이 계약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집주인은 여러 명의 사람에게 더 집을 보여주고 싶어 했고, 그중 월세를 가장 잘 낼 것 같은 사람을 뽑고 싶어 했다.
그들이 나에게 최근 3개월치의 월급 명세서. 그리고 세금을 낸 기록을 요구했다.
(이건 집을 보러 온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한 사항이다.)
그래서 난 한술 더 떠서 이야기했다.
- "6개월치의 월세를 한꺼번에 내겠어. 그러니 나랑 계약을 하지 그래?"
곧바로 답장이 온다.
"내일 바로 계약할까?"
나의 다섯 번째 집. 바르셀로나의 Verdaguer 동네
월세 650유로, 가스또/인터넷 불포함, 보증금 월세의 두 달치, 나 혼자 사는 집.
이제 샤워 시간을 맞춰 볼 필요도 없이 나 혼자 사용한다!!!
그런데 뭐가 문제였을까?
Corsega 집이 작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은 곳이지만 나에게 정말 잘 맞았다면
이 집은 나를 계속 불행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이때의 나는 일과 사람에 지치고, 몸도 많이 아프던 시기였다. 게다가 문제가 많은 회사의 시스템과 환멸.
그게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했고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커다란 창문을 볼 때마다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창문. 너무 큰 창문이 날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절대 그 순간의 충동에, 우울한 기분에 지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정말 많이 노력했다.
* 이때의 내 감정과 상황은 말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다시 써야겠다.
아무튼 난 노력 끝에 홀가분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마음의 안정을 위해 나의 첫 시작 내 마음의 고향 마드리드로 이사를 결정했다.
다시 마드리드로.
나의 여섯 번째 '방'! 마드리드의 Delicias 동네
월세 450유로, 수도세와 난방비 포함(중앙난방 시스템)/인터넷 포함, 전기세 불포함
방 안에 개인 화장실과 개인 냉장고, 개인 티비가 있음. 거실에도 공용 사용하는 큰 냉장고 두 개가 따로 있음.
오븐을 비롯해서 모든 주방기기 완비. 스페인 3명, 미국 1명 그리고 나 (모두 여자), 보증금은 한 달치 월세.
오! 최상의 조건을 갖춘 집을 발견했다.
방이 다섯 개인데 화장실도 다섯 개다. 전부 개인 화장실을 갖춘 환상의 집이었다.
게다가 공용 공간인 거실 겸 부엌에도 살림 도구가 전부 갖춰져 있지만 방 안에도 작은 개인 냉장고가 따로 있었다. 마치 호텔처럼.
그리고 정말 좋은 점 한 가지 더!
바로 새로 리모델링을 한 집이라 내가 처음 들어가서 산다는 거다. 전부 다 새 거! 후후
테라스까지 있어서 햇빛도 바람도 모든 게 완벽한 조건이었다.
살다 보니 이런 집을 발견하기도 하는구나...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집을 보러 간 날, 집주인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내 바로 뒤에 스페인 알리칸테 여자애가 집을 보러 온다며 만약 내가 원한다면 그 여자애에게 집을 보여주지 않고 나랑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
계약을 안 할 이유가 없지. 당장 보증금을 내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에는 계약 기간, 월세, 그리고 지켜야 할 세부 사항들이 적혀있다.
(월세를 안내면 쫓겨나고, 집에서 마약을 해도 쫓겨난다 등등)
공용 공간을 자주 더럽히던 친구와 투닥투닥 대면서도 마음 편하게 잘 지냈던 나의 마지막 스페인 집이다.
조금만 걸어가면 큰 공원과 강이 있었고, 새로 생긴 번쩍번쩍한 쇼핑몰도 있어서 삶이 편리했다.
(나와 내 친구는 그 쇼핑몰을 두바이라고 불렀다. 혼자 너무 최신식 건물이라 뭔가 이질감이 느껴져서)
2011년 4월 스페인 마드리드 도착 - 2019년 5월 한국으로 귀국하기까지
총 여섯 채의 집을 거쳐 살아 본 나의 짧은 기록.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는 피해야 할 동네가 있다.
Madrid - Opañel과 Usera 그리고 그 주변 지역.
Barcelona - El Raval
흔히들 생각하는 스페인 사람보단 이민자 동네라고 보는 게 좋다.
집을 검색하다 보면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데도 저렴한 집이 있는데 대부분 저 동네들이다.
마드리드의 우세라 지역은 나의 중국인 친구마저 절대 저 동네에 집을 얻어선 안된다고 말리던 동네였다.
한마디로 좋지 않은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구역이다.
바르셀로나의 라발은 '바르셀로나의 쓰레기장'이란 별명이 있다고 바르셀로나 출신 친구가 얘기해줬다.
대마초 냄새를 심심찮게 맡아볼 수 있는 곳이다.
집이 저렴할 땐 다 이유가 있다.
집 혹은 방을 구할 때 보증금은 보통 한 달치 월세를 낸다. (가끔 두 달치를 요구하는 곳도 있음)
나중에 방을 뺄 때 특별히 집을 망가트리지 않는 한 돌려주지만
가끔 상식에 어긋나는 인간들도 있다. 어떻게 서든 꼬투리를 잡고 돈을 주지 않으려는 주인!
특히 카탈루냐 인들은 별명 자체가 구두쇠 Tacaño 다.
스페인 친구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방을 빼기로 마음먹었다면 마지막 한 달의 월세는 내지 말고 보증금에서 해결하라고 말을 전해야 돼."
"절대로 돈을 내지 마."
"특히 카탈루냐 Tacaño 를 조심해"
아... 그러나 난 잊고 말았습니다.
바르셀로나 혼자 살던 집, 주인 할머니 까르멘은 나의 두 달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수작을 부렸고
난 그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몇 달을 고생했다.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 달 월세는 내지 말고 보증금에서 해결하겠다고 주인에게 이야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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