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표현하는 스페인 사람들

낭만과 오글거림 그 어딘가, 선택은 당신의 몫

by rimiya



오 나의 태양이여, 나의 심장이여!





언젠가부터 '오글거림' '진지충' '중2병' 여러 가지 말들이 생겨나면서 20세기 특유의 낭만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특별한 일 없어도 친구들과 심심찮게 주고받던 예쁘게 꾸민 편지들

마음에 좋아하는 시 한 편은 간직하고 살라던 선생님의 말씀에 급하게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외우던 날들



그래도 나의 학창 시절은 소소하게 낭만이 있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초코파이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말했다.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까지도

눈빛만 보면 알 수 있을 거라 장담하기 시작했고,

오글거림이라는 표현 뒤로 직접 표현하기를 피해왔다.

그러니까 내가 그랬다는 거다. 어리석은 내가.



"오 나의 태양이여, 나의 심장이여!"


스페인에 살면서 신기했던 건 사람들의 스스럼없는 표현 방식이다.

친구들끼리, 가족들끼리, 이웃들에게 -

살면서 마주하게 된 많은 이들이 입버릇처럼 말한다.


Mi Sol

Mi Corazon

Mi Cariño



길을 걷는데 앞에 엄마와 어린아이가 걷고 있다.

아이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느라 걸음이 느려져있고, 엄마는 외친다.

"나의 태양이여~ 빨리 와줘, 나의 천사여~ 어서"


신기했다.



어렸을 때 나 또한 아빠와 함께 길을 걷다가 느려지면 우리 아버지가 나한테 외쳤다.

"야아!!!!!!!!!!!!!! 빨리 와!!!!!!!!!!!!!!!!!!! 뛰어!!!!!!!!!!!!!!!!!!!!!!"



이런 나에게 스페인 부모가 아이에게 외치는 말은 판타지 같았다. 허허

(아버지 사랑합니다.)



나의 동료 나의 천사들


함께 사는 스페인 친구들, 늘 마주치는 단골 카페 직원들, 심지어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로컬 가이드들, 기사들, 식당 점원들도

"안녕 나의 자기, 나의 천사. 오늘은 어떤 하루였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

"안녕 멋쟁이"

"난 너의 목소리가 좋아." "너의 미소는 날 기분 좋게 해."

이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내 눈을 바라보며.


어떤 이는 작업 거는 멘트 아니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노노 무슨 소리.

연령,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하는 말들이라는 것이다.



한 친구는 나에게 말해준다.

"아니따,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

"살아있는 동안 있는 힘껏 당신을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살아야 돼."

"표현할수록 너에게 더 큰 기쁨이 생길 거야."


매일 예쁜 말들로 내 자존감을 높여줬던 친구들




표현하지 않아 후회가 된 순간을 맞게 됐다.


나의 할머니.

나에겐 엄마의 역할을 해주셨던 나의 천사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프라도 미술관 투어 중에 소식을 듣게 됐고, 난 울음을 삼키며 투어를 해야 했다. 사실 무슨 정신으로 투어를 마쳤는지 모르겠다.

한동안 나를 못 견디게 했던 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돌아가시기 직전에 전화로 딱 한번 했다는 거다.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말할 수 있었을 텐데...

난 정말 멍청이다.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말씀드리니 간신히 "나도 사랑한다 혜림아"라고 힘껏 외쳐주셨던 그 마지막 통화를 잊을 수가 없다.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더 이상은 후회하지 말자.

지금부터라도 눈빛으로 해결한다 생각하지 말고,

뚫린 내 입으로 내 감정을 표현하자.

소중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사랑한다 해주자.

한국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스페인으로 돌아오기 전,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빠 사랑해요."

한동안 나를 지긋이 바라보시던 아버지도 나한테 말씀하셨다.



"..... 나 돈 없다." (단호하게)



하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하... 한바탕 웃어버렸다.

얼마나 그동안 표현을 안 했으면 딸의 사랑한다는 말을 두렵게 받아들였을까.

반성하며 이제는 제법 표현하며 살고 있다.








사랑을 다양한 언어로 표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나의 표현에 오글거림, 진지충이라고 놀리지 않는 사람들

예쁜 말들에 화답으로 안아주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 살면서 내 인생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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