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이의 담임 선생님인 김혜림은 자기 반 아이인 아름이가 죽자, 모든 게 자신의 탓 같아 자신을 질책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름이가 죽은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구나….’
2주 전이었다.
똑똑.
“아름이 왔니? 무슨 일이야? 뭔데 그렇게 우물쭈물해?”
“저기… 이거요. 내일 5월 15일 스승의 날인데 주말이라서 오늘 드리려고요. 선생님을 위해 초콜릿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이것도요.”
아름이는 자기 교복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선생님의 손등에 붙였다.
‘선생님 사랑해요. 항상 감사합니다.’
쪽지를 읽은 김혜림은 아름이를 안았다.
“아름아, 고마워. 이 쪽지 항상 기억할게. 나도 고마워.”
아름이 생각이 나자 김혜림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름이가 절대로 그런 선택을 할 리 없어.’
김혜림은 스승의 날 아름이가 준 쪽지를 다시 꺼내 읽었다.
쪽지를 꽉 쥐었다.
‘도대체 아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혜림은 아름이가 너무 그리웠다. 한참 동안 울었다.
김혜림은 퉁퉁 부은 눈을 가라앉히려고 화장실로 향했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았다. 물방울이 얼굴을 타고 턱에서 똑똑 떨어졌다.
“화장실이 참 깨끗했는데.”
아름이는 자기 일이 아닌데도 항상 화장실을 청소했다. 마법 청소도구를 이용하면 훨씬 빨리 청소할 수 있지만 아름이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법 청소도구를 사용하면 꼼꼼하게 청소할 수 없다며 직접 손으로 화장실을 청소했다. 다른 친구가 당번일 때도 아름이가 청소를 도왔다.
그 덕에 늘 화장실은 깨끗하고 청결했다.
아름이가 떠난 후로 누구도 아름이처럼 청소하지 않았다. 넘쳐나는 휴지통, 풀어져 있어서 바닥까지 내려온 휴지 두루마리, 액이 다 되어 더는 향이 나지 않는 디퓨저. 화장실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아름이의 죽음이 김혜림 자신의 탓이 아니었지만, 김혜림은 자기 반 아이의 일이라 그런지 무척 괴로웠다. 아름이가 죽은 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어젯밤에도 괴로워하다 평소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덕분에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허둥지둥 서둘렀지만 지각이었다.
교감 선생님이 지각한 김혜림을 불렀다.
‘아, 어쩐다.’
“김혜림 선생님, 저랑 잠깐 밖에서 이야기할까요?”
김혜림은 교무실을 나와 교감 선생님과 밖에 나왔다.
“선생님이 아름이 담임 선생님이시죠. 아름이가 죽고 마음이 매우 괴로울 겁니다.”
교감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조금 풀렸다.
다른 선생님들이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너무 시큰둥해서 매우 속상했다. 교감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자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교감 선생님의 말은 김혜림을 더욱 속상하게 했다.
“그렇지만 김 선생님. 선생님은 언제까지 아름이의 죽음만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선생님 반에는 아름이 말고 다른 학생들도 있잖아요. 선생님은 송아름 학생 하나만의 선생님이 아녜요. 학교는 학생 전체를 위해서 움직여야 해요. 이제 송아름 학생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세요.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송아름 학생에게 집착하는 티를 내지 마세요.”
교감 선생님의 말은 위로도, 응원도, 격려도 아니었다. 교감 선생님의 말은 가슴에 꽂히는 칼 같았다.
교감 선생님이 간 후, 교감 선생님의 말을 다시 곱씹어 보았다.
교감 선생님의 말은 무슨 뜻일까?
정말로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 아름이를 잊어야 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아름이의 죽음이 속상하고 의문이 없는 걸까?
나만 아직 이렇게 미련하게 아름이를 그리워하는 건가?
마음이 복잡했다.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김혜림은 한참 동안 울었다.
김혜림은 아름이가 죽던 날의 기억을 도무지 잊을 수 없었다.
김혜림은 그날따라 학교에 일찍 도착했다.
아침 공기가 무척 상쾌했다. 모처럼 일찍 출근한 날이었다.
김혜림은 신나게 학교로 들어섰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잠겨 있어야 할 교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뿐 아니었다. 사이렌의 시끄러운 소리, 경찰차와 구급차,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 지금 시간이면 조용해야 할 학교가 외부인으로 가득 차 소란스러웠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불안하고 무서웠다.
김혜림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쳐다봤다.
아….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김혜림은 믿을 수 없었다.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렸다. 자신이 본 대상에게 다가갔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진짜가 아니라고. 잘 못 본 거라고….
김혜림은 지금 자기 눈앞의 상황이 꿈이기를 바랐다.
김혜림이 본 것은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송아름이었다.
김혜림이 다가가자 경찰이 그녀를 막았다.
“더 이상 진입이 불가합니다.”
김혜림은 자신이 이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라며 진짜 우리 반 학생이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게 얼굴이라도 자세히 보여 달라며 사정했다.
경찰은 단호했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현장을 정리해서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김혜림을 뿌리쳤다. 김혜림은 경찰을 붙잡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경찰관은 아직은 밝혀진 게 없다며 학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학교 뒤쪽의 계단을 이용하라고 했다.
“무슨 소리예요? 제 학생이 죽었어요! 우리 반 학생을 보고 그냥 갈 수 없어요. 무슨 일인지 말 좀 해주세요!”
김혜림은 경찰을 붙잡고 담임으로서 경찰에게 협조하겠다고 했다. 김혜림이 도저히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찰은 신분을 확인하고 김혜림을 경찰서로 데려갔다.
김혜림은 조사하기 전, 아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물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송아름 학생은 자살했습니다.”
“네? 아름이는 자살할 아이가 아니에요. 얼마나 밝은데요. 보증할 수 있어요.”
조사 도중 다른 경찰이 들어와서 김혜림을 조사하던 경찰의 귀에 속삭였다.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귓속말을 한참 주고받았다.
김혜림을 조사하던 경찰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가셔도 됩니다. 더 이상 참고인 조사는 필요 없을 것 같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네? 도대체 무슨…? 뭔가 더 발견된 건가요?”
경찰은 아무 말 없이 김혜림을 조사실에서 데리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