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붙은 공고를 본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보석을 찾으면 학교에서 마법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과 가산점까지. 아마 아멜리아 중학교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학교의 보석 이야기로 시끌시끌했다. 온종일 공고의 보석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반응은 학교에 그런 보석이 실제로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럴 만했다.
보석의 존재에 대해서 몰랐던 선생님들도 있었으니까.
평소 교장 선생님의 능력을 생각했을 때 진짜 교장 선생님이 쓴 공고라면 확실히 보석이 있을 거로 생각하는 아이도 많았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학교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보석을 찾는다는 공고는 확실히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보석을 찾는 데 효과가 있었다.
민규, 현우, 봄이, 지연이는 이 공고를 보고 착잡했다.
진짜 이 보석들이 학교의 보석이었구나.
이 보석들이 학교와 관련 있고 중요하다는 게 확실해졌다. 잘 모르긴 해도 학교와 관련된 굉장히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다. 이 보석도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밝힐 수 있지 않을까.
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거 어떻게 해…? 만약 우리가 훔친 게 들키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민규가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야,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
“그럼, 이현우 네가 먼저 의견을 내봐!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지 말고!”
“저…. 저기…. 내가 생각해둔 게, 있긴 한데….”
지연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지연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다른 아이들은 지연이의 말을 듣지 못하고 투닥거렸다.
보석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안, 민규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공고에 있는 제안은 민규에게 가장 솔깃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규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고민했다.
‘마법 시험에 합격하면 더는 부모님께 면박을 듣지 않겠지? 어쩌면 아버지께 칭찬받게 될지도 몰라. 생각만 해도….’
민규 부모님은 마법 능력이 뛰어났다. 그래서 민규가 아멜리아 중학교에 입학할 때 민규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는 엄청났다.
그런데 민규는 부모님의 마법 능력을 타고나지 못한 건지 민규의 마법 성적은 형편없었다. 답답해진 민규 아버지는 마법의 기초부터 다시 가르쳤다. 그래도 민규의 성적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
마법 성적이 나올 때마다 민규 부모님의 민규에 대한 실망은 커졌고, 민규는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보석을 가져가면 마법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시켜준다니. 지금까지 한 번도 마법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는데.
이 보석만 가져간다면 아버지께 인정받을 수 있다. 민규는 친구들과의 우정보다 우수한 성적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그 말은 곧 친구들을 배신한다는 뜻이다. 열망과 죄책감 사이에서 괴로웠다.
성적에 대한 열망이 커질수록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느꼈다. 밤마다 악몽까지 꾸었다. 악몽으로 잠을 설쳐 얼굴이 상해 가는 민규를 친구들이 걱정해주었다. 그럴수록 죄책감이 더 커졌다.
민규는 한참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드디어 결심했다.
명문이라는 아멜리아 중학교의 마법 시험에서 훌륭한 성적을 받아 무뚝뚝한 아버지의 칭찬을 받기로.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생각을 하니 설레기까지 했다. 결심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악몽도 꾸지 않았다.
보석을 하나만 가져가면 안 되겠지? 확실하게 인정받으려면 최소 두 개 이상은 가져가야 할 거야.
민규는 다른 아이들의 보석을 언제 훔칠 수 있을까 기회만 엿보았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아이들이 보석의 능력을 다시 알아보자고 보석을 가지고 모이기로 한 것이다.
민규는 어떤 때보다 일찍 도착했다. 아이들이 놀라며 평소 항상 늦던 네가 웬일이냐며 한 마디씩 했다. 평소라면 반박하며 화를 냈을 민규였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씩 웃으며
“이런 날도 있어야지.”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친구들의 구박을 받아넘겼다. 아이들이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며 더 크게 놀렸다. 민규는 그래도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민규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보석들을 보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보석을 가져가기 위해 친구들에게 말을 어떻게 건넬지 고민했다. 친구들이 구박하자 이 장난스러운 분위기에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말을 할지 고민했다.
민규는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이거 우리 부모님 보여드리는 건 어떨까? 우리 엄마 아빠 어떤 분들인지 알지? 그분들이 보시면 분명 뭔가 더 알 수 있을 거야.”
아이들은 당황스럽다는 듯 민규를 쳐다보았다.
어, 이게 아닌데. 뭐라고 해야 하지?
“뭐야, 나 주기 싫은 거야? 나 못 믿어?”
봄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니, 그렇잖아. 이제까지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보석을 달라니. 부모님께 보여드린다고? 너희 부모님이 보시면 학교에 갖다 드리지 않겠어? 너 설마 말도 안 되는 공고를 믿어? 정신 차려. 이 멍청한 놈아.”
‘네가 뭘 안다고….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난 이것밖에 없단 말이야. 알지도 못하면서….’
짜증이 난 민규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벌떡 일어나 봄이 앞에 섰다. 봄이는 민규가 갑자기 화난 표정으로 앞에 서자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잠시 후 봄이가 화난 표정으로 말을 꺼내려고 하자,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현우가 웃는 얼굴로 그사이에 끼어들었다.
“이제 그만하자, 응?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할 때잖아. 안 그래?”
봄이가 눈에 힘을 풀고 말했다.
“… 이번만 봐주는 거야. 다음에는 어림없어. 알았어?”
투덜거리는 봄이를 노려보던 민규의 손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쥐어졌다.
“…? 이건?”
어리둥절해하는 민규 옆에서 현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부모님께 보여드려서 보석에 대해 알아보려는 거지? 가져가. 나중에 꼭 돌려줘. 알았지?”
민규는 울컥했다. 그러나 꾹 참으며 말했다.
“알겠어. 뭐라도 알아 올게.”
현우를 보고 다른 아이들도 갖고 있던 보석을 민규에게 주었다.
“그래, 친구를 믿어야지. 여기 있어.”
민규는 보석을 주머니에 넣었다.
‘현우야. 얘들아. 미안…. 너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