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이는 처음부터 민규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항상 조용하고 소심한 지연이는 존재감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주변을 관찰할 수 있었다. 기척을 숨기는 마법까지 배우자 지연이는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릴 수도 있었다. 그 능력으로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조용히 살펴보기도 했다.
지연이는 모일 때마다 심드렁했던 민규가 적극적으로 참석했을 때부터 민규의 의도를 대충 짐작했다. 평소와 다른 민규의 모습도 의심하기 충분했다.
그래서 기척을 숨기는 마법을 사용해서 민규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지연이의 예상대로였다.
민규는 이미 보석을 훔쳐 가야겠다고 결심했는지 평소에 봤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보석을 가지고 도망까지 가버렸다. 친구들에게 알릴 수도 있었지만, 지연이 성격상 아이들에게 나쁘게 말할 수 없었다.
지연이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에게 많이 상처받았다. 아멜리아 중학교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지연이에게 아름이가 먼저 다가왔다.
아름이 덕분에 봄이, 현우, 민규도 사귀게 되었다. 처음 생긴 친구들과 새로운 경험을 공유했다. 아름이를 통해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름이 덕분에 맺은 친구들은 그 무엇보다 값진 존재였다. 이 아이들과 영원히 같이 친구로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아름이가 죽었다.
지연이는 아름이의 죽음이 그 누구보다 속상했다.
아름이의 일을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알아봤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지연이는 자기 능력을 모두 발휘해서 아름이의 일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알아볼수록 자꾸 친구들과 자신도 아름이처럼 위험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더 파고든다면 아름이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연이는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아름이의 죽음을 알아보는 것을 미루고 있었다.
아름이를 잃은 것도 슬픈데 다른 친구들까지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랬던 지연이가 민규를 보고 더는 조용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보석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건지. 아름이를 데려간 것도 모자라 남은 친구들까지 이렇게 갈라버리다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름이의 죽음과 학교의 비밀을 제대로 파헤치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다른 아이들은 민규가 배신하고 보석을 훔쳤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듯했다. 평소 지연이였다면 그냥 못 본 척 조용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지연이는 민규의 행동에 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할까 말까 한참 망설였다. 한참 고민하던 지연이는 현우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우야. 민규, 학교 쪽으로 가는 거 같던데 저대로 둬도 괜찮을까?”
“괜찮아. 민규는 돌아올 거야. 민규는 좀 퉁명스럽긴 해도 속은 따뜻한 아이야. 게다가 우리 중에서 제일 아름이와 친했던 아이잖아. 걱정하지 마.”
현우도 사실 민규가 보석을 가지고 나서는 순간, 민규가 그 보석을 부모님께 가지고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현우는 민규의 진심을 믿었다.
지연이는 현우를 이해할 수 없었다.
민규는 보석을 가지고 갔고 그 보석을 학교에 낼 거다. 학교는 우리 편이 아니다. 선생님들은 이미 아름이의 일과 연관이 있다. 과연 우리를 도와줄까?
민규가 가져간 보석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았다. 민규를 믿는다고 하더라도 학교에 보석을 내고 나면 민규가 되찾아오기는 힘들 거다. 현우도 분명 그걸 알고 있을 텐데….
지연이는 현우에게 뭐라고 말을 꺼내려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사이 봄이가 민규가 보석을 가지고 도망가 버린 것을 눈치챘다.
봄이가 화를 냈다.
현우와 지연이가 어찌할 새도 없었다.
“아아악!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야! 이현우! 그거 왜 줬어! 쟤가 다 꼰질러 버리면 어쩌려고! 짜증 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줬어! 모일 때마다 뒷짐을 지고 있더니, 이제 아예 보석까지 가져가 버렸잖아! 어쩔 거야!”
미친 듯이 화를 내는 봄이의 온몸에서 불꽃이 뿜어 나오는 것 같았다.
화를 내는 봄이를 보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지금 봄이를 건드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지연이와 현우는 서로 눈치를 보았다.
지연이가 현우에게 눈빛으로 애원했다.
‘내가?’
‘제발 부탁해. 나는 봄이가 화내면 너무 무서워….’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봄이가 네 말은 좀 듣는단 말이야. 제발 부탁해.’
‘휴. 어쩔 수 없지…. 알았어.’
현우가 용기를 내서 봄이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현우도 봄이를 달래는 건 절대 쉽지 않았다.
지연이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