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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디자인의 업무 범위(Scope)

by HEY

어디까지 UX일까?

UX 디자인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분야입니다. 종종 'UX 디자이너=화면을 예쁘게 꾸미는 사람'으로 인식되곤 하죠. 하지만 UX는 User Experience, 즉 사용자가 서비스를 처음 만나고, 이용하고, 떠나는 전 과정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택시 호출 앱을 예로 들어볼까요? 단순히 화면이 보기 좋다고 UX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예상 요금은 잘 보이는지, 결제는 자연스러운지, 기사님과 소통이 쉬운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잘 해결되는지 — 이런 전 과정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UX입니다. 그래서 UX 디자이너는 단순한 화면 디자이너가 아닌, 서비스의 전체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UX 디자인의 흐름을 설명하는 더블 다이아몬드

이 과정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모델이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입니다. 영국 디자인 의회(Design Council)이 제시한 사용자의 문제를 발견하고(Discover), 정의하고(Define), 해결 방안을 개발하고(Develop), 최종 서비스를 제공하는(Deliver) 네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는 이 과정을 꼭 순서대로 밟기보다, 때로는 문제 정의부터, 또는 개발 중 다시 문제를 찾으며 유연하게 적용합니다. 중요한 건 UX 디자이너가 이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점입니다.



tempImagede5A9W.heic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


Discover, 문제를 발견하는 과정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용자는 무엇에 불편을 느끼는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사용자 인터뷰, 커뮤니티 조사, 서비스 리뷰 분석 등을 통해 단순히 기능에 대한 요구사항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왜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지, 어떤 맥락과 심리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Define,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

문제를 찾았다면, 이제 그중에서도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좁혀야 합니다. 실제로 창업팀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벽도 이 단계에서 나타납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도 넘치지만, 팀의 리소스는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문제를 다룰 수는 없기에, 이 단계에서는 서비스의 우선순위를 세우고 ‘우리가 진짜 풀고 싶은 문제’를 팀 내에서 명확히 정의합니다.

이를 위해 페르소나, 사용자 여정 지도(Journey Map), 서비스 플로우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실무에서는 Discover 단계에서 이미 타깃이 명확한 경우, 페르소나나 여정 지도는 간소화하거나 생략하기도 합니다.


Develop, 해결책을 구체화하는 과정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정리되면,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실제로 서비스의 형태를 만들어 나갑니다. 창업팀에서는 화이트보드에 플로우를 그리며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와이어프레임과 lo-fi(low fidelity)프로토타입을 빠르게 제작하는 단계입니다. UX 디자이너는 화면의 구조를 설계하고, 사용자의 행동 흐름과 인터랙션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합니다. 이때부터는 개발자, PM, 마케팅 담당자와 긴밀히 협업하면서 실제 서비스에 가까운 프로토타입을 구축합니다.


Deliver, 서비스로 구현하고 운영하는 과정

이제 서비스는 사용자를 만날 준비를 합니다. GUI(Graphic User Interface) 디자인이 적용되고, 개발과 협업하여 실제 서비스로 구현됩니다. 작은 조직에서는 UX 디자이너가 UX Writing, 인터랙션 설계, 간단한 비주얼 디자인까지 폭넓게 담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런칭이 끝은 아닙니다.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UX 디자이너는 다시 Discover 단계로 돌아가 문제를 발견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반복하게 됩니다. 창업팀에서는 UX 디자이너가 서비스 런칭 후 고객센터 대응, 리뷰 분석, 개선사항 도출까지 함께 수행하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UX 디자인은 ‘한 번 잘 만들고 끝’이 아니라 계속 운영되고 개선되는 살아있는 작업입니다.


참고: 영국 디자인 의회: The Double Diamond - A universally accepted depiction of the design process., https://www.designcouncil.org.uk




프로젝트 리더는 누구일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초의 서비스 혹은 프로덕트(제품) 디자인을 선행 UX 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운영 중인 서비스에서 사용자 피드백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편을 개선하고 경험을 다듬어가는 작업은 후속 UX 디자인 또는 UX 개선 작업으로 분류됩니다. 두 작업 모두 UX 디자이너가 깊이 관여하는 영역이지만, 서비스의 상태와 목표에 따라 접근 방식도, 협업 구조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UX 디자이너가 모든 판단을 혼자서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UX 디자인은 서비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자 경험을 누구보다 깊게 고민하지만, 그 고민의 끝에서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최종 결정하는 것은 PO(Product Owner) 혹은 PM(Product Manager)의 몫입니다. 작은 팀에서는 UX 디자이너가 경계 없이 도맡는 경우도 많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아우르는 리더가 필요해집니다.


tempImagernDUxx.heic 제품 성장 단계에 따른 조직 구조 변화와 PO, PM의 역할 by 토스


PO(Product Owner)와 PM(Product Manager)는 이름이 비슷해서 종종 혼동되곤 합니다. 특히 실무에서는 'Project Owner', 'Project Manager'와도 뒤섞여 사용됩니다. 이럴 때에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프로덕트(Product) 안에도 여러 개의 프로젝트(Project)가 포함되므로, 프로덕트 단위의 전략과 우선순위가 프로젝트 단위보다 상위에 위치합니다.


협업 과정에서 오너(Owner)와 매니저(Manager) 개념이 뒤섞이기 쉬운데, 토스에서는 PO와 PM을 위계가 아닌 역할의 차이로 둘을 명확하게 구분합니다. 누가 더 높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냐가 아니라,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어떤 단계에 책임을 지는가가 다를 뿐이라는 것입니다.


오너는 서비스가 세상에 나오기 전, 즉 아직 시장에 없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잠재 고객을 관찰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전략을 세우고, 제품화하는 일을 주도합니다. 매니저는 이미 출시된 서비스가 시장에서 잘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을 운영·개선하는 일을 맡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UX 디자이너는 선행 디자인에서 존재 이유와 방향성을 PO와 함께 설계하고, 시장에 출시된 서비스의 개선에서는 PM과 함께 사용성과 기능 업데이트 등 운영 중심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참고 : 토스 커뮤니티 이야기: PM(Product Manager)과 PO(Product Owner)는 뭐가 다를까?, https://naver.me/FvWP4q65



UX 디자이너는 1명이 아니야

하나의 제품이 완성되기까지는 PO의 우선순위 설정에서부터 PM의 조율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PO와 PM은 긴밀하게 협업하며, 서비스의 방향성과 작업 환경을 설정하는 역할을 나눠 가집니다. 그 안에서, 이전 편에서 소개했던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을 설계합니다.


그리고 이 경험의 세부적인 부분들에서는 각각의 전문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역할을 맡아 깊이 관여합니다. 사용자 리서치, 콘텐츠 구성, 인터랙션, 비주얼 디자인까지, 각자의 손을 거친 수많은 작은 경험들이 모여 비로소 하나의 서비스가 완성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UX 디자인 안에 어떤 역할들이 존재하는지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4D(더블 다이아몬드) 구조의 UX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어떤 직군이 어느 단계에 활약하는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tempImage55P29N.heic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별 UX 세부 직군 (1)


문제를 정의하는 디자이너들입니다. 실전에 UX 리서처가 없을 경우에 프로덕트와 서비스, UX 디자이너가 직접 사용자 연구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팀의 리소스에 따라 역할의 경계는 유동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데 집중합니다.


tempImageVI74Hp.heic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별 UX 세부 직군 (2)

솔루션을 실체화하는 디자이너들입니다. 이들은 서비스의 구조와 방향이 정해진 이후 실제 화면, 동작, 텍스트, 인터랙션, 톤앤매너, 비주얼을 구체화하고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전 과정을 담당합니다. 각각의 디자이너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 같지만, 결국 하나의 사용자 경험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긴밀히 연결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서비스가 완성됩니다.


창업팀에서는 UI 디자이너가 디자인 시스템까지 설계하거나, UX 라이터 없이 모든 문구를 다듬고, UI 개발자와 1:1로 협업하여 인터랙션까지 함께 조율하는 등 여러 역할을 병행하는 상황이 흔합니다. 조직의 규모와 관계없이 결국 "사용자가 만나는 최종 경험"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입니다.


위 도식은 주변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라인,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등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주니어 UX 디자이너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UX 디자이너의 역할에 정답은 없다.

장황하게 정리했지만 세부 직군의 명칭과 역할은 기업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채용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직무명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반드시 해당 기업의 업무 설명(JD, Job Discription)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터랙션 디자이너’라는 직무는 어떤 회사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나 UX 디자이너를 포괄하는 명칭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다른 회사에서는 hi-fi 애니메이션이나 마이크로 인터랙션 구현에 특화된 역할로 정의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아직도 많은 비(非) IT 중심 기업들이 이런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UI/UX 디자이너’라는 자리에 한두명을 채용하고 모든 역할을 기대합니다. 사실, 기대의 대부분은 결국 “화면을 보기 좋게 만들어 주세요”로 수렴합니다. 그렇게 주니어 디자이너가 밤을 새워 준비한 사용자 리서치나 사용성 테스트 결과는 아무도 보지 않는 폴더 속에서 조용히 묻혀버리곤 합니다. ‘필요한 줄은 알겠는데, 지금 당장 이 화면부터 먼저 만들어야 하니까’라는 이유로요.


조금이나마 이 글이, “일단 화면부터 그려주세요”의 세상을 바꾸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희 부모님조차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컴퓨터로 뭐 그리는 거지?" 정도로만 알고 계시거든요. 이번 글이, ‘UX 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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