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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메리 Jun 14. 2021

제목 없음

사실 거창한 글을 쓰고 싶었다. 무엇에 대하여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로 내 나름의 세계를 뽐내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되고 첫 글을 쓰려고 타자에 손을 얹으니 알겠더라, 결국 내 밑바닥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단 걸. 브런치님들에겐 좀 죄송한 마음이 든다. 정말 대단한 목차를 꾸며서 작가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그럴 맘 사라졌어요. 그냥 내 이야기할래요.


일기에 제목을 붙이는 건 좀 이상하다. 이 홈페이지가 부디 철저하게 나의 일기장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에 구태여 제목 따위 신경 쓰지 않을 예정이다. 또한 조회수나 라이킷? 하트? 도 별 관심 없다. 내가 관심 있는 유일한 건, 나를 한 번이라도 만났던 사람이 내 글을 몰래 읽는 거다.


나를 떠난 사람, 내가 떠나온 사람(원수, 전 애인, 언니들, 오빠들, 동생들, 교회 목사님들, 각종 선생님들, 후배, 선배, 동료, 아르바이트생, 알바 사장님 등) 모두를 '당신'이라고 표현한다면, 나도 당신이 궁금해. 그러니 이렇게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 내가 궁금해지거나 문득 떠오른다면 이곳에 들어와서 몰래 읽어. 절대 추적은 못하니까. 나도 당신이 읽을 거라고 믿고 쓸게.




예전에 유료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곳에  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관리비 12,800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에  달도 운영하지 않고 폐지했다. 이렇게 공짜이면서 글을 쓰기 편안한 공간이 생겨서 매우 행복하다. 현재 유튜브에  조카의 유년시절을 기록하고 있는데(방귀티비),  홈페이지에는  청년시절을 기록할 거다. 그때까지 브런치가  망하기를 바라며 훗날 나의 자서전을  누군가에게(아마 방귀티비 조카) 그나마 수고를 덜어주기 위하여 이렇게 복붙이 가능한 텍스트로 남긴다. 고마워해라 다니엘. 너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등교를 함께하고 밤마다 개인 심리상담가로서  모든 자질구레한 것을 들어주는,  위한  사랑은 내가 죽은 후에 자서전으로 갚길 바란다. 이는 네가 현재  나이쯤 됐을 (28) 내용증명으로 확인하길.


마지막으로 브런치님들 다시금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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