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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메리 Jul 14. 2022

아빠에게

아빠를 보내고 일주일이 지났어.

나는 오늘 다시 출근을 했어.

아직 내 차 뒷좌석엔 아빠의 영정 사진이 있어.

엄마는 사진을 내다 버리래.

그 말을 듣고서 심장이 삐- 하며 멈춘 것 같았어.

아니 어쩌면

그날 새벽, 2시 48분에 아빠의 심장이 멈춘 그 순간부터

내 심장은 계속 멈춰있는 것 같아.

사는 것 같지 않아.

살고 싶지도 않아.



지난 2년간

아빠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려고

이것저것을 단단히 준비했다고 느꼈는데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어


오늘은 사람들과 만나서 웃기도 하고

나를 걱정하고 아껴주는 분들께 감사함도 느꼈건만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혜리야

혜리야

혜리야

아빠 목소리가

혼자 구석진 곳에 가서

조용히 흐느끼게 만들어


장례식장에 오신 분들께

감사 연락을 드려야 하는데

오늘 센터장님도 연락을 드려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아직도 병원 입원실에  

창문 너머로 밝아오는 아침 여명을

딱딱한 아빠 손을 잡고 멍하게 바라보고 있어

오직 우리 둘만 있었어


사망선고를 하러 온다는 의사가

결코 오지 않기를

아빠를 옮겨준다는 장례식장 기사님도 오지 않기를


그냥 그 순간에 멈춰서

영원히 아빠 손을 잡고 그렇게 멍하니 고 싶었어



어디선가 아빠는 분명  글을 읽을 것이

농장일이 너무 바빠서 앞으로 얼굴을  보는 것이며

아빠의 오래된 핸드폰 때문에 전화가 안되는 것 뿐이다.

아빠는 잘 살고 있고

날 그리워하며

큰언니도 잠시 바빠서 다니엘과 우리를 두고 멀리 해외로  것이다.

우린 여전히 서로를  세상 어디에서건 사랑하고 있을 거다.

차라리 이렇게 믿게 도와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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