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작 후 한달이 지났다

(이 글은 연애 시작 한달 후에 썼으나, 글 게시는 연애 1년 뒤 시점)

by 기메리

오늘은 기념할 만한 날이다. 아무도 못 만날거라 생각했던 내가, 연애를 시작한 지 딱 한달이 지난 날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잘 생긴 남자를, 아주 착한 남자를 만났다. 이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에서 여태 만난, 그리고 앞으로 만날 수 있는 남자 가운데 가장 좋은 사람이란 생각 말이다. 애칭도 '왕자님'이라고 저장해놨다. 거짓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는 왕자님같다. 신이 내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란 생각이 들정도로 괜찮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그에게 좋은 여자일까?

나의 명랑함에 반했을 그에게 과연 기대를 충족시켜줬을까?


아니 결코.


나는 한달간 그에게 이것저것을 바꿔달라 요구하기 바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내게 맞춰주란 식이었다. 시덥지않은 질투와 끝없는 서운함을 반복해서 내비쳤다. 내가 오빠였고 나같은 여자를 만났더라면 아마 머리에 총을 쐈을 거다. 나는 내가 봐도 버려지고 싶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엊그제 늦은 밤, 우리는 대화를 했다. 그는 지친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싸울 때마다 피가 갈리는 느낌이라고.


그말을 들은 이후로 이틀이 지났다. 이틀동안 그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짐작이 가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는 나보다 더 좋은 대접을 해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나야 할 것만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나도 피가 갈리는 고통을 느낀다.


이 말을 이제 준비하려고 한다.


"당신이 반한 내 모습과 진짜 내 모습 사이에 간극이 너무 크죠? 당신은 아마 밝고 유머러스한 내 모습을 멋지다 생각했을 수 있어요.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는 당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정상과는 거리가 먼 이상한 사람이에요. 당신을 만나기 1년 전, 나는 퇴근 후에 늘 술을 마셨던 사람이에요. 오랜 기간 슬픔과 자기혐오 사이를 오가며 살았어요. 당신에게 늘 질투하고 화냈던 모습에서 밑바닥 자존감을 알 수 있죠. 이런 내가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속이고 싶지 않았단 말은 거짓이고. 끝까지 잘 감추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못 하겠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다른 질문을 해보자면,

나는 그를 사랑했을까?


그를 잃을 생각이 날 미치도록 고통스럽게 하는 걸 보니, 대답은 '그렇다'이다. 여태 살면서 그렇게 같이 있을 때 행복한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그가 힘들어 하는 걸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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