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때 이상하고 독특한 답변으로 팀장님 눈에 띄다
스타트업 기획팀 면접을 보게 되었다. 시험기간에 겹친 면접이 부담스러웠지만, 면접경험이라도 쌓고 오라는 주변 조언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스타트업답게 면접은 격식 없이 이루어졌다. 구체적인 질문은 기억나지 않지만, 강남 직장인들과 가볍게 커피챗하는 느낌이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도 나와 포트폴리오 속 경험을 파악하려는 몇가지 날카로운 질문들은 있었다. 예를 들어, 파이썬 모델링 프로젝트에서 어떤 모델을 왜 선택해서 썼는지,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무인데 팀에서 어떻게 창의성을 올리기 위해 기여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이었다. 당황하지 않고 구체적인 프로젝트 사례를 바탕으로 자신감있게 답변했다.
그런데 회사에 대한 질문에서는 면접준비 부족으로 아쉬운 답변만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애초에 붙고 싶다는 욕심이 없기도 했다.
몇주 후 놀랍게도 합격을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더욱이 시간이 안 된다는 나의 말에 입사일도 3주가량 미뤄주셨다. '나 같으면 간절하지도 않은 나를 안 뽑았을 텐데...' 생각하며, 왜 나를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입사 첫날, 면접 봤던 그룹장님과의 점심 자리에서 조심스레 여쭤봤다.
"저 면접 준비 하나도 안 해갔는데, 왜 뽑으셨나요?"
“준비안한 티가 났는데, 뭔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아서요.”
”어? 전 정상인데… 너무 평범한 인생이라 고민인 사람인데요”
"원래 진짜 특이한 사람은 자신이 이상한지도 몰라요.
참고로 전 정상이 아닌 사람 좋아해요." 하면서 웃으셨다.
그분은 내가 준비 안 한 것을 알았지만, 당돌하게 내 의견을 말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고 하셨다.
특히, 면접 중에 '진짜 강한 사람은 결코 만만한 위치가 아닌데 만만해 보일 수 있는 사람, 즉 전략적 만만함’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재밌었다고. 만만한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하셨다.
그 결과, 나의 면접 이야기는 팀 내에서 유쾌한 일화가 되었고, 이제 나는 '전략적 만만함'이 내 별명이 되었다. 기존의 규칙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걷고자 하는 스타트업 방향성과 나의 당돌한 성격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내가 가진 독특한 개성이 팀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요소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잘 활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