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by hyesae

아토피는 내가 2살이 되던 해부터 시작되었다고 엄마는 말했다. 한 차례 입원을 했고 퇴원을 했는데, 그 뒤로 어쩐 일인지 병이 더 악화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당차고 씩씩하게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를 다녔던 기억이다. 밝고 붙임성 있고 당찬 나를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아토피가 없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나로 성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엄마를 닮았다면 말이다.


아토피가 내 몸을 심하게 덮고 있는 사진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진에서의 나는 깨발랄하게 웃으며 온 몸을 써서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당시 부모님 두 분 다 늦은 나이에 얻은 딸이었기에 5살,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자랐고, 그렇기에 나의 어린 시절은 행복했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병은 사춘기로 접어들수록 더 심해져갔다. 온 몸이 가려웠고, 잠을 자기 힘들어졌다. 엄마는 결벽증처럼 한 톨의 먼지도 허용하지 않았고, 밤마다 내가 잠들기 전까지 부채질을 해주거나 가려운 곳을 손으로 톡톡톡 두들겨주던 기억이 있다. 여기저기 잘한다는 병원도 다녀봤고, 음식도 조절해봤고, 연고도 종류별로 써봤지만, 잘 듣지 않았던 것 같다.

살이 접히는 곳은 디폴트 값이고, 어느 날은 발등이 또 어느 날은 귀 밑이, 또 어느 날은 왼쪽 볼이. 이마가, 인중이, 눈두덩이가, 허벅지가, 목이, 두피가, 손목이… 마치 나의 모든 부위의 존재 여부를 돌아가며 확인 시켜주는 듯이 매번 다른 곳이 말썽이었고, 지독한 가려움과 매일을 싸워야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붉어져갔다. 몸이 붉어지면 마음도 같이 붉어졌다. 엄마는 분홍색을 제일 좋아해 집을 온통 분홍빛으로 장식했는데, 그래서 분홍색 아이가 태어난걸까? 만약 그런 판타지였다면 좋았을텐데, 나의 분홍빛 몸은 끈적하고 미끄덩하고 갈라지고 진물과 피 냄새가 진동했다.


<엄마와 나>, Oil on canva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