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버릿 (The Favourite)

여왕의 여자

by Hyese 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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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는 사라와 애비게일이 앤 여왕의 눈과 입을 틀어막는 모양새지만 앤 여왕은 의외로 아주 꼭두각시는 아니었다. 아둔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사를 아주 놓아버린 것도 아니고 사라와 애비게일 사이의 기류를 대놓고 즐기기도 함.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표정이 좋았다. 권력과 함께 태어난 사람의 얼굴이란. 아무튼 올리비아 콜먼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앤 여왕이라는 캐릭터에게 심정적으로 설득당해서 보는 내내 나까지 마음이 공허했다. 장기가 다 없어진 기분이었다고. 가구 하나 없는 저택에 사는 사람처럼. 콜먼의 연기는 다 좋았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육체 너머에서 오는 희미한 총기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계속된 비극과 상실감의 누적으로 흐릿해졌지만 분명히 남아있는 여왕의 총기.


엠마의 표정 연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과한 것 같지만 과함 직전에서 기민하게 멈추는 그 눈썹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요. 앞에서 웃고 뒤돌아 서자마자 웩, 하는 식의 장면들이 마음에 든다. 큰 눈과 연극적인 눈썹 덕분에 옆으로 씨익 웃는 표정이나 greedy한 표정이 좀 더 극적으로 보여서 좋아함. 레이첼 와이즈 역시 혼자 생각하는 장면에서의 눈빛이 좋았다. 좀 동물적으로 우아했음.




사라는 앤 여왕을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애비게일은 앤 여왕의 권력을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했지만 사라는 권력 이면의 여왕까지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니 애처럼 굴지 말라고 여왕에게(감히) 쏘아붙이고 강경하게 굴었겠지만. 사라는 후에 애비게일에게로 마음이 돌아선 여왕에게 사랑은 솔직한 거라 말하며 여왕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는데 묵묵부답인 방 앞에서 촛불을 들고 선 사람의 표정이 복잡해서 신경이 쓰였다. 반쯤 화를 내고 반쯤 애원하는 그 장면에서 앤 여왕에 대한 사라의 마음은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사랑은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지만 영화에서는 남성들이 더 과하게 화장을 하고 연극적인 말투를 사용하는데 이런 점이 재미있었음. 물론 그 시대에는 정말로 남성들이 더 꾸미던 시절이지만 뭐 시대가 그러니, 하며 흘려보내지 않고 디테일하게 표현한 것이 좋았다. 비꼬는 몇 대사(마스카라 번졌~)에 이용한 것도 위트있었음. 같은 맥락에서 여자들도 가끔은 장난을 치고 싶을 때가 있죠~' 하는 부분은 좀 통쾌하다고 느껴질 정도였고.







더 안 쓸 것 같아서 그냥 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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