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Day 9 사람 빼고 모두 깨어있다.
자려고 누웠을 때야 이해가 되었다.
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혹시 귀마개가 필요하면 줄까?'하고 물었던 게.
우리가 묵는 에어비앤비는 코나 커피벨트에서도 남쪽에 있는 '캡틴 쿡'이라는 곳에 위치한 농장이다.
호스트는 우리가 빅아일랜드 도착하기 전날과 당일에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왔다.
몇 시쯤 빅아일랜드에 도착하는지 그리고 농장에 가까이 오면 연락을 해 달라고..
공항에 도착해서 렌터카를 픽업하고 출발하면서 연락을 했는데 농장에서 5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다시 전화를 해달란다. 그러면 게이트를 열어 주겠다고.
대충 알아서 열어 놓고 기다릴 것이지 로밍도 데이터도 잘 터지지 않는 섬에서 가까이 도착하면 연락을 다시 해달라고 하는데 좀 짜증이 났다.
여행하면서 bed&breakfast, Airbnb에 자주 묵어봤지만 이렇게 까칠한 인상의 호스트는 처음 본다.
30대 초반이나 됐을까, 전혀 커피 농장 주인 같지 않은 다소 왜소한 몸과 Nerd 같은 인상의 젊은 청년,
전혀 Welcome 하는 것 같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과 제스처
'아, 이 자식 뭐지?'
우리에게 연락을 적극적으로 해왔던 게 마치 자기의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것인 듯 느껴져 좀 불쾌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농장 안에는 총 세 개의 작은 집이 있다.
호스트와 약혼녀가 살고 있는 본채와, 우리가 머무는 에어비앤비로 사용하고 있는 컨테이너를 개조한 스튜디오, 부모님들의 공간인 유르트.
호스트와 가족들은 캘리포니아 출신이며, 호스트는 베이지역 (샌프란시스코 주변)에서 일하고 살다가 2년 전에 부모님들이 구입하신 농장에서 자택근무 중이라고 한다.
어쩐지 실리콘 밸리 근처에서나 보이는 nerdy techie가 여기에서 뭐 하나 싶었다.
호스트는 사무적으로 짧게 집과 농장을 소개하며
농장에 멧돼지가 출몰할 수 있다는 것과 귀마개가 필요하면 주겠다는 말을 했다.
'귀마개?'
"밤에 개구리 소리가 좀 많이 들려서 잠귀가 밝은 편이면 필요할 거예요."
개구리라면 전에 힐로(빅 아일랜드 동쪽)에 있는 계곡에서 묵을 때, 계곡 소리보다 더 큰 개구리 소리에 체류하는 내내 며칠 동안 제대로 밤잠을 못 잤던 기억이 있다.
"뭐, 시끄러워야 얼마나 시끄럽겠어? 괜찮아. 필요하면 말할게."
우리가 체크인한 낮시간에는 바늘 하나만 떨어뜨려도 크게 들릴 듯 조용했기에 필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해 버렸다. 밤이 되어서야 알았다. '귀마개'는 멧돼지 출몰과 맞먹는 'Warning'이었음을..
아.. 새가 종류별로 여러 겹으로 울어대고, 야생 닭, 꿩, 칠면조들이 역사를 만드는지 난리 법석이다.
오히려 개구리 소리는 새들에게 묻힌 데다 리듬 있게 단조로워서 '각종 잡조류들'이 내는 다양하고 불규칙한 소리에 비하면 애교에 불가했다.
'아~ 너무 피곤한데 도저히 못 자겠다. 누가 내 귀에 확성기를 대 놓은 거 같애.'
이 모든 소리에 더해서, 엄청나게 키가 큰 망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망고는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처럼 들려 내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떻게 그렇게 잘 자? 나는 밤새 못 잤어. 힐로의 개구리 소리는 단조롭기나 했지. 여기는 온갖 조류들이 제멋대로 소리를 내고. 거기에 망고는 밤새 쿵쿵거리고 떨어지지. 식물도 동물도 다 살아있어. 밤에"
남편은 나에게 City Girl이라며 웃고 넘긴다.
밤을 새우다 보니 한밤 중, 일출 전, 해 뜬 직후의 새소리가 틀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같은 새들이 소리를 줄이는 것인지
해가 뜨면 야행성 새들은 잠들고 다른 종류의 새들이 활동개시 하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오늘 밤엔 귀마개를 하고 잘 까봐."
"야행성 새들이 활발해지기 전에 잠들면 되지."
"그럼 초저녁 해지기 전에 자라고?"
"응. 그게 최선이야."
"됐어. 이제 시차 적응 다 돼서 초저녁에 못 자."
"억지로 자야지."
"참 똑똑하시네요. 누구 남편이신지.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