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너무 일찍 깨서 인지 좀 피곤하기도 하고 해발 10,000 feet의 고도까지 올라가서 일몰을 본 후에 깜깜한 길을 운전해서 내려온다는 게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더구나 내일 오전에 Maui에서 Big island로 이동해야 하는데 오늘 저녁에 일몰 보고 밤늦게 호텔에 도착하면 좀 무리가 되겠다 싶어 목적지 몇 군데 정해서 '슬슬 드라이브나 하자'로 계획을 바꿨다.
우선 Upcountry라고 부르는 Kula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전에 Kula에서 보타닉 가든과 라벤더 농장을 가본 적이 있긴 한데 Haleakala에서 일출을 보려고 추운 곳에서 몇 시간을 떨다가 와서 그랬는지 Kula에 와서 담요를 뒤집어쓰고도 너무 추워서 덜덜덜 떨며 아침을 먹었던 기억 외엔 특별히 남아 있는 기억이 없다.
우리는 4대째 마우이에서 커피 농사와 로스팅을 직접 하고 있다는 Grandma's Coffee House를 목적지로 정한 뒤 그 근처에 가 볼만한 곳이 있으면 들러 보기로 하고 출발했다.
Kahului에서 동남쪽 Upcountry를 향해 가다 보면 이름처럼 해발이 점점 높아지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 바다가 아닌 밭과 과수원이 보이면서 고랭지 농업을 하는 마을의 풍경으로 바뀐다.
우리는 Kaanapali에서 출발해서 Kula를 거쳐 Keokea까지 갔다.
Grandma's Coffee House의 커피 맛은 기대했던 것에 못 미쳤다.
1918년에 직접 블렌딩과 로스팅을 시작해서 지금은 Haleakala에서 유기농 커피를 직접 재배한다고 하는데 커피는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밍밍하고 맛이 없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사실 카페라기보다는 홈메이드 쿠키나 케이크 정도 사서 먹을 수 있는 Roadside Shop 같았다.
그래도 관광객과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줄이 길어 한참 기다려야 했다. 동네 주민들의 작품인 듯한 그림과 악세사리도 팔고 있어서 다소 정신 없었지만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하와이의 'Ohana (가족)'감성이 있는 곳이었다.
Grandma's Coffee House
Grandma's Coffee House에서 나와 차를 타는데 바로 옆에 붙은 '중국인 이름'의 두 상점과 그 사이에 있는 갤러리가내 관심을 끌었다.
General Store(작은 마트)와 옛날식 가솔린펌프가 있는 주유소의 간판에는 Fong과 Ching이라는 중국인 '성(family name)'이 쓰여있다.
중국 이름에 'Established 1906'라 쓰인 것이 독특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Kula'는 화교 공동체가 조성된 지 100년이 넘었고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한 때는 700명의 화교들이 살았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처음에는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와서 공동체를 이루고 이 곳에 정착했다는 데 '쑨원(Sun Yat Sen)'과 그의 형도 이곳에서 거주했었다니 꽤 영향력 있는 화교집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상점 사이의 갤러리는 '화교'의 애환을 표현한 것인지 중국인들을 비웃는 듯한 문구를 엉터리 영어로 쓴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Grandma's Coffee House와 그 옆의 갤러리, 갤러리 옆의 Henry Fong 상점과, Henry Fong 상점 옆의 Ching 주유소까지 모두 Fong Family 소유라고 한다.
내부의 모습도 역할도 시골 구멍가게 같은 Henry Fong 상점. Fong Family는 이곳에 4만 평가량 땅을 소유하고 있다.
Kula에 있는 보타닉가든이나 라벤더 농장은 생략하고 서북쪽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차를 돌려 우리가 묵는 호텔이 있는 Kaanapail를 지나 Honolua Bay까지 갔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마우이가 처음이 아닌데 이번에는 어디를 가도 사람은 절대 만들 수 없는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자연의 걸작품'만 보게 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