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o Hana
운전 좀 한다 하는 사람도 지치게 만드는 악명 높은 64마일(약 100KM)의 커브길.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온 신경을 운전에만 집중하며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는데 운전석 옆에 앉은 사람은 창 밖의 절경을 감상하며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는 모습을 본다면 운전하는 사람은 당연히 화가 나겠지,
이 길 좀 다녀 본 현지인이 반대 차선에서 시속 10~15마일의 제한 속도를 어기며 빠르게 달려와서 내 차와 종이 한 장 간격을 두고 휙 하고 지나간다면 아무리 고상한 사람도 가슴이 철렁해서 바로 'FxxK You! ' 욕을 하며 이성을 잃을 거고.
뱀이 똬리를 튼 듯한 길을 가면서 운전대를 잡은 사람에게 운전석 옆에 앉아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를 해대면 싸우다가 여행이건 뭐건 치고받고 차도 버리고 사람도 버리고 가기 딱 좋은 미국에서 악명 높은 길, 그래서
Hana Highway라고도 하는 이 길의 별명은 'Divorce Highway'이다.
전에 마우이에 왔을 때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던 Hana를 이번에는 꼭 가보자 생각은 했지만 남편과 이 길을 직접 운전해서 가겠다는 생각은 진작에 접었다. 퇴직을 앞두고 유난히 신경이 곤두서서 '투덜이 싸움닭' 처럼 구는 남편에게 운전대를 맡겼다가 우리는 이 길의 별명처럼 될 게 뻔하다.
22주년 결혼기념일로 떠나온 여행을 '이혼 여행'으로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다.
"Hana에 가자. 그룹 투어로, 운전하지 말고.. 어때?"
"오케이"
"콜"
오전 6시 40분에 호텔에서 출발해서 12시간가량 소요된다는 그룹 투어를 호텔 콘시어지 데스크에서 예약을 했다. 1인당 투어비는 '사악하게 비싸다' 그래도 어쩌겠나, 뭐든지 비싼 하와이인 걸. 이혼의 리스크를 감당하느니 돈을 지불하는 게 낫지.
우리가 묵는 호텔은 서쪽 끝에 있는데 Hana는 동쪽 끝에 있다.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구불구불 덜컹거리는 길에서 평소에 하지 않는 '멀미'를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비위가 약한 나는 관광버스에 동승한 누군가가 토하기라도 하면 같이 토할게 뻔했다.
출발 전날 민트 사탕, 생강 젤리, 껌, 에션셜오일까지 가방에 챙겼다.
Hana에 도착하면 'Black Sand Beach'와 '폭포'에서 수영을 할 거라며 수영복과 타월도 챙기라는 직원의 말에 수영복,타월,여벌 옷까지 단단히 준비를 했다.
나 수영복 안 가져왔어
하와이에 오면서 수영복도 안 챙겨온 남편~
"조깅할 때 입는 반바지라도 넣어!"
남편은 여행할 때 비치에서 선탠을 하거나 관광지를 가는 대신 현지인들이 모이는 콘서트에 가고 부동산 사이트 zillow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그 집이 있는 동네를 둘러보며 현지 분위기를 살피는 걸 더 좋아한다.
정확히 6시 40분에 관광버스가 우리를 픽업했다.
오늘따라 바람이 심하게 불어 일반 차보다 높은 관광버스는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험하다는 길은 아직 근처에도 안 갔는데 벌써 머릿속에 있는 말캉한 뇌가 둘러싼 두개골에서 떨어져 나와 제 멋대로 돌아다니는 느낌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던지 다들 차가 많이 흔들린다고 웅성거린다.
운전사 겸 가이드인 'Yvonne'은 '본인의 운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바람 때문이라며' 곧 아침 식사하는 곳에서 쉬어 가니 조금만 참으라 한다.
Yvonne은 마우이에서 태어나서 자란 하와이안으로 운전을 하면서 멈추지 않고 일정과 주의할 점 그리고 '마우이'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왼)땅 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상체 같은 모양의 마우이 지도, 우리가 묵는 호텔은 사람의 눈 위치라면 Hana는 척추 가장 아래쪽 쯤의 위치에 있다. (우)관광버스
아직 힘든 여정이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태풍 같은 거센 바람을 '맨몸'으로 맞서며 달려온 듯 버스에서 내리는 데 어질어질하고 뒷목이 땅긴다.
감사하게도 아침 식사 장소는 조경이 잘 되어 있는 아름 다운 마운틴 뷰의 farm house였다.
모든 관광버스는 이곳에서 다 멈추어 가는 듯 하지만 관광객을 호구 취급하는 곳은 아니었다. 열대 과일과 스콘, 머핀 그리고 꽤 괜찮은 맛의 커피를 아침으로 먹었다.
가이드 Yvonne은 오늘 먹을 점심을 여기에서 픽업해서 차에 실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Road to Hana여정이 시작됐다.
느긋한 성격의 수다쟁이 하와이안 가이드, Yvonne
'히피타운'이라 불리는 Paia를 막 지났을 때 Yvonne이 "Honu(하와이어로 거북이) 보고 갈까?" 하며 아침에 거북이들이 나와서 쉬는 지점이라며 차를 세운다.
"거북이가 보여도 가까이 가거나 만지지 말고, 소리도 지르지 말고 쉿. 꼭!!"
'Honu, 거북이'는 하와이 인들이 '행운, 수호신'으로 특별하게 여기는 동물이다.
구불구불 'Road to Hana'
아찔하게 좁은 길과, 오래된 좁은 다리. 폭포, 폭포, 폭포. 그리고 빽빽한 대나무 숲
직접 운전하지 않고 단체 관광을 하기로 결정한 건 잘한 일이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절경뿐이다.
우리의 가이드 Yvonne은 하와이안 음악 특유의 'wave (파도)' 같은 리듬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뱀이 좁은 길을 빠져나가 듯 버스를 운전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잠시도 쉬지 않는다.
가끔 아찔한 순간이 있어도
"Oops... you guys are All Right?" 하며 다시 몸으로 리듬을 타며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참 대단하다. 아무리 익숙한 길이어도 운전하며 말하며 춤추며~"
"우리 직접 운전 안 하고 온 게 다행이야. 운전만 하다가 지쳤을 거야."
기대했던 목적지 'Waianapanapa State Park'
점심 식사를 마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Black Sand Beach로 유명한 Waianapanapa State Park으로 향했다.
버스를 내리기 전에 Yvonne은 경고를 했다.
"이곳에서는 하와이안들이 꼭 지키는 이 말을 명심 또 명심해야 됩니다. '등을 바다에 보이지 마세요.'"
"????"
"바다를 향해 서 있어야 안전합니다.파도가 잠잠하다 빠르고 세게 밀려와서 해변에 서 있다가 어느 순간 바다 중간으로 휩쓸려 갈지 몰라요. 더구나 바위가 많아서 파도에 쓸려 바위에 부딪히면 중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종합 병원도 Hana에 없고 큰 병원으로 가려면 앰뷸런스 타고 지금까지 온 길 다시 되짚어가야 합니다."
비치로 내려오니
검은색이 검어도 너무 검어서 광산에서 캐온 석탄을 '쫙' 뿌려 놓은 거 같다.
오늘 바람도 유난히 많이 부는 데다 파도도 너울거려서 Yvonne이 경고한 게 뭔지 이해가 되었다.
바다에 등을 돌리고 포즈를 취하면서 셀카 찍다가 천국 가기 십상이겠다. 다들 해변에서 타월을 어깨에 걸친 채 바다를 보고만 있다.
"무서워서 근처에도 못 가겠는데 여기서 수영을 하라고?"
현지인인 가이드 Yvonne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신나게 물속으로 뛰어든다.
이곳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은 접근하지 않는 게 나을 듯하다.
무시 무시한 파도를 보며 결국 물에 들어가는 걸 포기했다 Hana Town_미국에서 가장 외딴지역으로 꼽힌다.
물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하고 Hana Town으로 갔다.
식당이라곤 관광객들 상대하는 푸드트럭 몇 개 정도,
상점도 흔히 '구멍가게'라 부르는 작은 가게 두 개?
가솔린 가격이 1 Gallon에 10달러 정도니까 미국 본토의 2배 값이다.
인터넷도 데이터도 안 된다.
Hana : 하나님의 작품 ( God's Work )이라는 뜻이라는데 그래서일까 인간의 손으로 만든 문명이나 편리를 거부하는 이유가,
오프라 윈프리가 1년의 반 정도를 이곳에서 보낸다고 하는데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이 곳에서는 시끄러운 세상의 모든 것을 완전 차단하고 자기만의 성 안에서 자기의 방법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
물론 오프라 윈프리는 Hana Highway가 아닌 전용기로 Hana Airport에 내려서, 본인 소유의 Private Road를 통해 본인의 '성'까지 가는 거니 우리가 오늘 경험한 불편함은 겪지 않을 거라.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Hana에 또 올 거 같애?"
"아니"
Been There, Done T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