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긴 시간을 '함께'할 겁니다.

by 리나

1996년,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난 날,


여자는 남자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남자는 다소 존재감도 특별한 구석도 없는 평범한 외모에 목소리도 작은 '조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날 여자는 보스에게 엄청 혼이 나고 (지금은 왜 혼이 났는지 기억도 안 나요!) 저녁에 친구들과 술 마시러 갔습니다. 데낄라 샷과 진토닉을 부어 대며 (술 좀 마셨던 여자) 화를 식히고 있는 모습이 남자가 본 여자의 첫 모습이었습니다.


몇 주 후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 Phenomenon'을 친구들과 함께 보러 갔을 때 그 남자를 두 번째 보게 되었는데, 여전히 여자에게 그 남자는 존재감 없는 사람으로 잘 알아보지도 못했죠.


시작은 그렇게 조용했습니다.


1997년 1월,

남자는 여자에게 정식으로 사귀어 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여자는 진솔하고 성실한 남자에게 호감이 갔고 남자는 사려 깊은 여자의 착한^^ 마음이 좋았다고 합니다.


1999년

남자는 여자에게 프러포즈했고,

여자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내가 살아야 할 '목적'을 찾기 전까진 누구 하고도 결혼하지 않을래. 미안."이라 말해서 다이아몬드를 들고 있던 남자의 반짝이는 큰 눈과 큰 코에서 눈물과 콧물을 뽑았습니다.

'그럼... 준비가 되면 말해줘. 기다릴게.'


2001년

남자와 여자는 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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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퇴직을 결심했습니다.


2023년

퇴직합니다.


국제결혼, 딩크, 해외주재원...

남들과 조금 특별하게 살아와서 퇴직을 준비하는 과정도 조금 특별합니다.


한 장을 넘기고 다음 장으로 가는 준비를 하면서 '나', '너'가 아닌 '우리'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짧은 인생'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