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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식 Nov 20. 2015

비둘기가 암을 진단해 드립니다

비둘기들은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 그림을 보고 피카소와 모네의 작품을 구분하는가 하면, 알약 캡슐 생산라인에서 불량품도 골라내고, 구글 검색 엔진에서 앞에 나올 페이지도 골라준다. 2001년 벨기에에서는 비둘기 다리에 인터넷 데이터 패킷을 매달아서 수신자에게 보내는 방법으로 비둘기 인터넷을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비둘기 인터넷”은 인터넷의 표준 프로토콜을 담는 IETF RFC에 당당히 등록되어 있고, 이미 통신 품질 보장(QoS)과 차세대 인터넷인 IPv6까지 지원할 정도다.


2002년 구글 페이지 랭크 시스템 구조도 (ㅋ)

이렇게 멋진 비둘기에게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이번엔 현미경으로 조직 사진을 보고 유방암에 걸렸는지 아닌지, 양성인지 악성인지 판단해 주는 병리학자가 되었다. UC버클리의 Levenson과 아이오와의 Wasserman은 비둘기에게 유방암 조직검사 사진을 보여주며 한 달 동안 열심히 학습시켰다.

병리학 공부 중인 비둘기 (doi:10.1371/journal.pone.0141357.g001, CC-BY, (C) 2015 Levensen et al.)

힘든 한 달이 지난 뒤, 각각의 비둘기들은 80% 정도의 정확도로 유방암을 판독할 수 있게 됐다. 여러 변형 시험을 해 본 결과, 단순히 사진 모양을 기억한 것이 아니라, 유방암 조직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해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여러 비둘기의 능력을 모아서 다수결 투표를 시킨 결과 (ensemble learning), AUC가 무려 0.99인 상당히 정확한 병리학자가 탄생했다.

진료 중인 갓둘기님


내년 이그노벨상 누가 받는지 잘  봐야겠다. ㅋㅋ 언젠가는 병원 가면 비둘기가 1차 검진을 하게 될 날도 오려나..? ^^;;;


(참고로, 비둘기에게 유방암 조직사진을 학습시키는 실험은 윤리심의위원회(IRB)의 동물실험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___^)


진지한 참고사항

혹시나 내용을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병원에 가지 않고 길에서 비둘기한테 물어볼 분이 있을까 해서 덧붙입니다(ㅋ). 이 논문 내용에도 설명이 있지만, 비둘기가 학습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의 의료사진 분석은 이미 최신 기계 학습 기법들이 더 잘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기계 학습을 활용하는 것이 비둘기를 교육시키고 먹이고 기르는 것보다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실제 병리학적 진단은 전공의의 폭넓은 배경지식과 경험으로 더 높은 정확도로 이뤄져야 합니다. 아주 희귀한 사례들은 원리부터 충분히 교육받은 전공자가 아니면 확신을 가지고 구분하기 힘듭니다. 기계 학습 기법들은 진단을 보조하는 형태로 슬슬 도입되고 있습니다.


제목 배경 사진 라이선스

(c) by David Morgan, CC-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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