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품은 우주인> 7화
사랑이 꼭 치유만을 주진 않더라.
너와 잠시 떨어진 오늘엔
너에게 나의 마음을 내키는 대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답답함과
떠나는 너를
너른한 마음으로 보내주지 못한 헛헛함,
그러면서도 너에게
자꾸만 더 큰 확신을 내심 기대하는
내 못난 갈급함이 새롭게 찾아왔어.
그래서 또 이렇게 글을 쓰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연약하지?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런 결핍까지도 모두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어졌다는 거야.
어설프게 숨기면서
너와의 거릴 더 벌릴 이유가 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게
너를 울린 것보다 훨씬 더 미안하고 부끄럽다.
나는 말을 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만을 전하느라
정작 내 얘기하는 데는 서툴러졌어.
그래서 네가 물어보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도
늘 그냥…하고 말끝을 흐리거나
정적과 침묵으로 일관하지.
그런데 있지,
내가 영화감독이었다면,
내가 애니메이션 제작자였더라면
내 눈 속 망막에 맺힌 너의 모습과
내 머릿속에 신경 세포 하나하나 흘러들어간
너에 대한 감정들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아쉬워할 정도로 너를 사랑해.
내가 화가였다면
처음 관계를 약속했던 날,
우리를 지켜보던 호수에 비친 달빛을 그렸을 거야
내가 음악가였으면
너와 처음 입을 맞췄을 때,
귓가에 맴돌던 멜로디로 작곡을 했을 것 같아
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겐 그런 능력들이 없네.
내 마음이 또 뜰까봐 불안해하며
애써 잠든 너를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지만
밤새 고민하고 깊이 생각해서
멀리 있는 너에게
마음을 그려주고 들려주고 보여주는
유일한 방법이라 이 글이라 믿어
J가 나에게 말했었지?
내가 너의 마음을 아무리 의심해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다시 말해줄 테니까
옆에 있으라고 했잖아.
오늘도 인생은 혼자라고 말하는 나에게
너는 또다시 둘이 되어줄 거라고 해줬지.
나도 천 자고 만 자고
내 마음 표현할게.
창밖을 바라봐봐
어느새 단풍이 물들고 있지?
풋사과는 새빨간 사과가 되어가고
단단해서 먹기 힘들 것 같던 떫은 감도
홍시가 되는 계절이 왔네
나에게도 올해 여름날엔 J가
우럭우럭 커져가기만 하는 풋사과 같았어.
그런데 가을로 지날수록, 사랑이 무르익을수록
달달하고 삼키기 좋은 홍시처럼 느껴져.
버겁던 마음이 네가 주는 행복의 맛에
벅찬 마음으로 바뀌었고
이젠 너랑 무엇이든
다 느끼고 경험하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
그리고 이 마음이 절대
한 세월에 머무를 만한 기한을 가지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제는 감히 확신해서 말할 수 있어.
겨울이고 오고 봄이 찾아왔다가
다시 여름이 되길 몇 번을 반복해도
너에 대한 마음은 가을처럼 깊어져만갈 거야.
가끔은 나도 내 마음이 너무 커서
이걸 어떻게 잘 다뤄야할지
언제 어떻게 너에게 적절한 시기에
흘려보내야할지 고민일 때가 있어
그게 때로 침묵이 되고 보류가 되고 무위가 되지만
결코 사라지진 않을 양이고
언젠가 다 너에게 갈 방향이야
그러니까 시간이 좀 걸려도
내 옆에 마음 편히 있어주라!
나는 너를 품을 수 있는 좋은 사람 되어줄게.
그래도 가끔은 또다시 불안할 수 있겠지?
그럼 여기를 찾아와줘.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들
바로바로 표현은 못 해도,
여기엔 꾸준히 쌓아둘게.
그렇게 또 치유하고
우리가 보내온 시간과 나눈 정을 믿고 앞으로 가보자.
J가 중력을 거슬러 달리고,
날아오는 물체의 속력을 바꾸고,
사람들의 시선을 하늘로 보내고,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우주인인 것처럼
나는 그런 J가 마음껏 유영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의 별이
끝도 없이, 영원히, 알알이 수놓아진
편하고 잔잔한 은하수가 될게.
2025.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