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출판사를 차린 이유

5개월 전 일기를 보며 깨닫는다

by 혜성

*2025년 10월 14일에 쓴 일기를 2026년 2월 27일에 발견하고 기록함


2025년 6월 13일에 개업을 했고, 그 달에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편집자의 독서노트라는 이름으로 인상 깊게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리고 나의 글쓰기는 중단되었다. 그러니까 2025년 2월 24일에 서울로 이사를 와서 특별히 브런치용 글쓰기를 하지 않다가 개업을 한 뒤에는 글쓰기에 대해 잊어버렸다는 게 맞는 말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아주아주 심해에 있다면 조그맣게 있는, 그런 보이지 않는 욕심인가 보다.

내가 원한 건 글 쓰는 작가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아니었나, 지금까지의 내 선택들을 보며 깨닫는다.

나에게 글쓰기는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있어요, 라는 말 대신 내가 뭐라도 하고 있다는 것을 나와 주변에 알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사실, 말 그대로 '모른다'. 수단이었는지 대상이었는지 방향이었는지 꿈이었는지 지나가는 바람이었는지 잊힌 욕망이었는지, 그 이상 그 이하 아무것도 아닌지 그 이상 그 이하 무엇인지

지금으로서는 모르겠다.


나는 지금 대체로 불편하게 행복한데,

행복이라고 칭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일이란 걸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돈이 될지 안 될지, 나한테는 2순위의 문제였다.

나의 1순위는 언제나 '일' 그 자체였다. 일하는 나였다.

이전에는 그 일이란 걸 회사의 직원으로서 했기 때문에 경제적 보상을 월마다 받았던 게 지금의 일과 다를 뿐이다.


지금의 일도 그때의 일과 성격이 다르지 않다.

다만 책임은 높아졌는데, 수익은 일할수록 마이너스라는 것만 차이다.

물론 내년부터는 일할수록 플러스가 되리라 믿는다.

아니어도 할 수 없다.

나는 칼자루에서 칼을 빼어 들었고, 그 칼의 날이 나를 베는 일이 수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 봐야 내가 천억 원 빚을 지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경제사범이 될 정도의 날은 아니다.

소소하다. 내가 스무 해 동안 마음의 피고름 짜내며 한 푼 두 푼 모은 몇천만 원을 날리는 정도다.

그러니까 나만 배고프면 모두에게 무해한 일이다.

2천2백만 원 정도를 쓰고 네 명이서 일주일 영국-스위스 여행을 다녀왔다.

2천2백만 원이라는 돈이 그렇게 쉽다.

하지만 내가 6월 13일부터 10월 13일 어제까지 4개월간 쓴 돈은 1천2백만 원이다.

7일간 2천2백만 원이니, 1일에 약 3백만 원을 썼다고 계산하면

1천2백만 원이라는 돈은 4일간 쓴 돈이다.

말하자면 여행하며 하루에 쓴 돈을 일을 하며 한 달 동안 쓴 것이다.

1:30

매우 가성비가 높다.

소비만을 위한 시간이 생산하는 시간보다 훨씬 비싸다.

그러므로 일하자.

일을 하면 소비를 못하니 더 남는 장사다.

돈을 벌어 어디에 쓰나, 일하는 데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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