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그립다
‘한잔할까?’
톡하면,
‘오케이’
이유도, 시간도, 장소도 묻지 않고
바로 이모티콘으로 답하는 사람.
내가 평소보다 말이 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으면,
아무거나 쓰고 나온 야구모자 아래로 조심스럽게 내 안색을 살피는 눈빛을 감추고는
헬스장에서 데드리프트 들다가 허리가 삐끗해 침 맞고 왔다고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
술집에서 나와 집에 가는 내내 내게 팔짱을 끼고,
별도 없는 하늘을 보며 ‘진짜 좋다’ 소란스럽게 감탄하는 사람.
헤어질 때 내 손에 편의점 맥주 4캔이 든 비닐봉지를 들려주는 사람.
칼몬드 한 봉지도 잊지 않고 넣어주는 사람.
오늘 내게 필요한 사람.
그 사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