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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Jun 11. 2019

신해철 거리에 다녀온 후 그가 더 보고 싶어졌다.

-“태어난 게 목적이야. 목적을 다 했어”...그리운 마왕의 메시지

신해철 거리에 다녀온 후 그가 더 보고 싶어졌다.

-“태어난 게 목적이야. 목적을 다 했어”...그리운 마왕의 메시지


“태어난 게 목적이야. 목적을 다 했어.”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럼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시간은 뭐냐고? 신이 우리를 예뻐해서 우리한테 윙크를 하면서 보내준 보너스 게임이야.”


소명, 어떤 쓰임새, 과제…

이런 말보다 태어난 게 목적이고 우린 그 목적을 다했다는 것.


처음 들어본 어법이었다. 굉장히 신선했다.


그는 “언제부터인지 주위에 ‘다 됐으니깐 아프지만 마’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나마 그가 청년들에게 아프지만 말고, 오늘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곤 했었다.


뮤지션, 논객.

그리고 멘토이자 많은 이들의 친구였던 신해철.  


마이크를 들고 앉아 있는 그와 마주한다. Ⓒ 석혜탁 촬영


그는 무슨 일이든 해보라는 식으로 청년들을 내몰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분별없는 의식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청년들이 몸이 힘들어서 어떤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앞이 보이지가 않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며 청년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는 청년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정말 몇 안 되는 희소한 캐릭터였다.


철학을 공부한 그는 때로는 거리의 철학자 같았다.

물론 대중의 언어로, 난해하지 않은 문장으로 현상을 날카롭게 진단했다.


가령 복지에 대한 신해철의 비유는 그 어떤 사회과학자의 논문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운전하다가 기름 떨어져서 차가 섰을 때 보험사 직원이 나와서 최소한 주유소까지는 갈 수 있는 기름을 넣어 주듯이, 최악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복지라는 것.


그런 그가 떠난 지 4년 하고도 수개월이 지났다.


며칠 전 우연히 그의 이름을 딴 거리를 걷게 됐다.  


신해철. 그를 기념하는 거리. Ⓒ 석혜탁 촬영


신해철.

‘마왕’이라 불렸던 그를 오랜만에 나지막이 불러본다.


“왜, 뭐가 고민인데? 말해봐 인마”라고 말해줄 친근한 선배가 우리에겐 이제 없다.


그가 남긴 음악을 다시 들어본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 넥스트, <날아라 병아리>

https://www.youtube.com/watch?v=POnGz7w8m2k

1994년에 나온 노래. 그 울림의 시효는 영원한 듯하다. Ⓒ 석혜탁 촬영



이런저런 일로 또 힘이 들 때, 이 거리에 다시 와서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아야겠다.


굿바이 마왕.


그가 남긴 그림자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 석혜탁 촬영



석혜탁 sbizconomy@daum.net


최근 대법원이 신해철 유족이 집도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를 기각했다.

그의 이름 뒤에 배상액으로 '11억 8700여만 원'이라는 수치가 붙은 걸 보고 참 허망했다.


마왕 신해철.


판결, 배상액, 신문기사가 아닌

목소리로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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