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전환의 기로에서, 기후테크를 묻다

[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기후테크, 착한 기술을 넘어 필수 무기로

녹색 전환의 기로에서, 기후테크를 묻다

[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기후테크, 착한 기술을 넘어 필수 무기로



김민석 <일하는 사람을 위한 ESG적 생각> 저자


기후변화 대응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역이 있다.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기후테크’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후테크는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현대 사회의 딜레마에 대한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물론 기후테크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기후테크는 우리가 활용해야 할 중요한 도구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기후테크의 영역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부터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도록 돕는 기술까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폭넓은 분야를 아우른다. 특히 주목받는 다섯 가지 핵심 영역이 있다.


ㅇ.jpg <기후체크 경진대회 더 챌린지> 예선 심사

클린테크는 재생·대체 에너지 생산 및 분산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분야로,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대표적이다. 카본테크는 공기 중 탄소포집·저장 및 탄소 감축 기술을 개발하는 영역으로, 직접공기포집(DAC·Direct Air Capture),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차량용 배터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에코테크는 자원순환, 저탄소원료 및 친환경제품을 개발하는 분야로 폐자원의 원료화와 업사이클링이 대표적이다. 푸드테크는 식품 생산·소비 및 작물 재배 과정에서 탄소를 감축하는 기술로, 대체육, 스마트팜, 세포 배양육 등이 해당된다. 지오테크는 탄소 관측·모니터링 및 기상정보를 활용해 사업화하는 분야로, 위성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시 등이 포함된다.


기후테크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강력한 국제 규범의 등장이 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각국은 5년마다 10년 단위 감축 목표를 담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라는 감축 목표를 확정했다. 이는 현재의 기술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바로 여기서 혁신 기술기업 육성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정책과 산업, 두 가지 관점에서 기후테크의 가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책적으로는 국가 탄소중립 전략과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기술 기반이 된다. 산업적으로는 글로벌 ESG 규제에 대응하면서 청정기술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기후테크를 기후 위기 해결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는 산업으로 정의한다. 결국 기후변화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후테크의 핵심 가치가 드러난다. 에너지 다배출 산업에 기후테크를 적용하면 산업 전반의 탄소 대응력 향상과 혁신기술 확보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이는 기후테크가 단순히 환경 문제 해결을 넘어 산업 경쟁력 강화의 수단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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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술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0% 수준이다. EU(96%)와 일본(90%)에도 뒤처진다. 미국, EU, 일본, 중국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기후테크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국가 성장동력과 신산업 육성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우리 정부 역시 ‘대한민국 녹색 대전환(K-GX)’을 내세우며 기후테크 발굴과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탄소중립 실행에는 신속하고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데, 이는 스타트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산하 MITEI(MIT Energy Initiative)가 분석한 기후기술 기업 투자 실패 원인을 보면 구조적 어려움이 드러난다. 사업화까지 소요 기간이 길어 단기 회수를 선호하는 투자자들과 온도차가 있고, 공장 건설 등에 소요되는 확장 자금 규모가 크다. R&D 투자와 원가 절감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데 이익률은 낮은 경우가 많다. 대기업 등 잠재적 인수자들도 위험을 기피하며 높은 비용 지불을 꺼린다.

9791168322189_02.jpg 김민석, <일하는 사람을 위한 ESG적 생각>

전문가들은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기후테크 특화 액셀러레이터 육성, 세제 혜택, 공공 실증 연계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탄소중립과 기후적응에 기여하는 제품 구매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이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조달 시장 진입을 돕고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기후테크는 이제 그저 환경을 지키는 착한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무기다. 기후테크의 산업적 활용성에 주목하고, 정책과 자본, 시장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녹색 전환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기후테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기술 격차를 좁히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기후테크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새로운 산업 지형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민석 listen-listen@nate.com (기고·강연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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