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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Feb 15. 2018

친한 선배와 카이사르가 공히 고민했던 것

친한 선배와 카이사르가 공히 고민했던 것


친한 선배가 탈모로 고민 중이다. 그와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다. 어렸을 적 꽃미남 소리를 적잖이 들었던 그가 몇 년 전부터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걱정하더니, 작년부터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내 눈엔 아직도 잘생겨 보이는데, 정작 본인의 고민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닌가 보다.  


탈모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장구하다. 서양사에 한 획을 그은 로마의 정치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eus Julius Caesar)는 탈모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시저’라는 영어식 발음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정수리가 반짝이는 것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가리고 다녔고,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그를 대머리라고 조롱한다고 생각해 탈모를 큰 결점으로 여겼다. 그가 원로원이나 대중들 앞에 설 때 늘 월계관을 썼던 이유가 대머리를 가리기 위해서였다는 설도 있다. 


탈모로 스트레스를 적잖이 받았던 로마의 정치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었던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모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 염소 오줌을 직접 머리에 발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비둘기 똥을 이용해 탈모 환자에 대한 치료를 시도했다는 기록이 있다. 

작년 여름 둘이 만나 맥주 한 캔 나눠 마신 적이 있었다. 역사책 읽기를 좋아하는 그 선배에게 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자신이 카이사르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며 내게 너스레를 떨었다. 

며칠 전 이 ‘카이사르 선배’에게서 야밤에 연락이 왔다. 정기적으로 모발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데, 6개월 전보다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의 말인즉슨, 카이사르도 아리스토텔레스도 탈모로 고민했다는 게 자기에게는 작은 위안이 됐고, 그 이후부터 스트레스를 덜 받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했다는 것이다. 민망하게 고맙다는 말까지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곧 장발이 될지 모르겠다는 농까지 쳤다. 

책에서 읽은 것을 친한 사람 앞에서 떠들기 좋아하는 철없는 후배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고쳐준 선배가 한편으로는 좀 귀여웠고,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특유의 유쾌함으로 주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그가 스트레스를 더 받지 않게 되길 바란다. 카이사르 선배의 장발을 보고 싶다.


[논객닷컴 기고]  sbizcon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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