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크’가 없는데 ‘라이프’가 온전할 리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열풍이 뜨겁다. 도처에서 PC 오프제 도입을 공언하고, 주말 근무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한다.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의 육아휴직까지 보장한다고 나서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라이프’보다 소중한 게 또 어디 있으랴.
며칠 전 여섯 명의 취업준비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중 한 학생의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저는 주말 포함해서 매일 야근해도 좋으니 일단 어디든 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온 그의 입에서 나온 저 문장을 듣고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다. 매일 야근을 하는 것은 노동법에 저촉이 되기도 할뿐더러 그렇게 스스로를 혹사하겠다고 암만 고래고래 외쳐도 기업에서 그런 ‘결기’를 높이 사는 것도 아니다. 또 ‘일단 어디든’ 들어가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말하는 그의 심정이 어떨지 역으로 생각을 해보니, 선배로서 밥 한 끼 사주는 것 말고는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나 자신이 무력하게만 느껴졌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는 말을 감히 꺼내지도 못했다.
제대로 된 ‘워크’를 갖기 힘든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 이 단어는 먼 나라 이야기일 게다. ‘밸런스’라는 것은 A와 B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워크(A)’가 없으니 그들의 ‘라이프(B)’도 온전할 리 만무하다.
총명하고 성실한 청춘들이 매일 야근해도 좋으니 어디라도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워라밸은 직장인만이 전유할 수 있는 개념이 결코 아니다. 20대 중후반의 이 친구들도 일과 삶의 균형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이들에게 하루빨리 건강한 ‘밸런스’가 찾아오길, 이 병리적인 사회도 보다 균형 잡힌 모습으로 변화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