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notitl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혜탁 칼럼니스트 Aug 15. 2018

양세형의 감성, '별의 길'

- 무더위에 시 한 편

양세형의 감성, '별의 길'

- 무더위에 시 한 편


무더운 날씨의 연속이다. ‘서프리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서울과 아프리카를 합친 조어란다. 덥다고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햇볕이 뜨거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래도 밤에는 한 번쯤 하늘을 쳐다보길 권한다. 


열대야 현상이 암만 심해도, 밤하늘은 낮처럼 그리 매섭지 않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몸도 마음도 식히며 여유를 만끽해보자. 그때 짧게 읽어볼 만한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제목은 <별의 길>이다.

<별의 길>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그냥 밤하늘의 별의 길을 따라가다

그대가 생각났소


난... 몰랐소

밤하늘의 별이 좋다고 해서

그저 하늘을 어둡게 칠한 것뿐인데

그대 별까지 없앨 줄

난 몰랐소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대에게 가는 별의 길은

나타나지 않았소


아쉬운 마음에

밤하늘의 어둠을

지우개로 지워보리오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오늘도 고개 들어

별의 길을 쳐다보오


짧지만 울림이 큰 시다. 특히 이 부분에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을 듯하다.


“밤하늘의 별이 좋다고 해서

그저 하늘을 어둡게 칠한 것뿐인데

그대 별까지 없앨 줄

난 몰랐소”


사랑, 우정, 인생, 일 등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대가 좋아서 그대가 하는 말에 세심하게 귀 기울였다고 생각했는데, 의도치 않게 ‘그대 별’을 없애버리고만 불가해한 결말.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아쉬운 마음에/밤하늘의 어둠을/지우개로 지워보”려고 애써 보지만 이미 때는 늦은, 되돌리기엔 너무 많이 간 상황.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잘 지내는지 묻고, 다시 그 대상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이다. 길지 않은 시를 한 편 읽었는데 마음이 서늘해진다. 서늘함의 의미는 여러 가지일 터.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 사람, 혹은 그 대상에게 말 걸어보길.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 위의 시 <별의 길>을 쓴 사람은 코미디언 양세형 씨입니다.    


석혜탁  sbizconomy@daum.net

매거진의 이전글 유치진지한 여행기 - 유럽 # Prologu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