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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TTA Jan 02. 2017

내 인생 첫 일탈을 선택한 2016년

부모님 말은 귓등으로 듣나 봅니다.

2016년 하반기가 바쁘긴 참 바빴나 보다. 너무도 오랜만에 브런치의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쓰려고 들어왔다 나갔다, 글감도 저장하곤 했지만 쉬고 싶은 간절함이 글을 쓰고 싶은 의지를 누르고 말았다. 내일도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하지만, 오늘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이긴 것 같다.


2016년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1. 외국에서 2달 이상 지내본

2. 작가가 된

3.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4. 세 번째 나 홀로 여행을 한

5. 처음으로 정해진 route가 아닌 길을 선택한

해였다.


1. 외국에서 2달 이상 지내본 것은 하버드 대학에서의 인턴 생활 덕분이었다. 어느새 하버드에 발을 딛었던 때가 1년 전이라니 감회가 참 새롭다. 비록 하버드 학생으로서는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동경해 왔던 학교에서 공부 비슷한 Research를 했던 경험은 30년 후에도 두고두고 꺼내볼 소중한 경험이다. (하버드 인턴 매거진 바로가기) 사실, 아직 보스턴 & 뉴욕에서의 여행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미완성 매거진이다. 아직 풀어낼 얘기가 조오금 더 남아있어요.


2.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면, 감개무량하게도 '작가'라는 호칭을 얻는다. 꽤나 오래전부터 글쟁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는, 브런치에서의 작가라는 호칭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딱 1년 전 브런치로부터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 2017년 목표는 꾸준한 글쟁이가 되는 것,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발이라도 걸쳐보는 것.


3. 학교 경력개발센터에서 모의면접관을 하며 만난 팀원들, 회사 사람들과 발행기업 담당자분들. 올해에만 100명 가까이 되는 새로운 분들을 만나며 든 생각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인복은 최고다.' 그리고 장은 묵은 장맛이 좋다고, 늘 곁에 함께 해 주신 좋은 분들 덕분에 역시 든든했던 한 해였다.


4. 2015년 여름 유럽, 2016년 초 뉴욕에 이어 2016년 연말 여행으로 혼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 서쪽에 머물며 좋은 공간과 멋진 곳을 실컷 구경했던 일주일을 또 사진과 함께 기록해야지. '제주의 시간은 느리다 - 서쪽 제주(가제)'의 이름으로 하나의 여행 매거진을 더 추가하는 것도 올해의 목표. 나답게 여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들기도 했다.


5. 난 참 - 말을 잘 듣는 애였다. 중학생 때도 외고 가면 좋다는 말에 외고에 입학을 했고, 고등학생 때도 SKY 대학에 가면 좋다는 말에 삼수까지 해가며 원하던 학교에 입학했다. 물론 나도 원했던 학교들이지만 부모님 역시 원했던 곳이기 때문에, 아마도 부모님은 '부모님이 원하시는 기업 또한 내가 원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그래서 남들보다 2년 늦게 들어간 대학 빨리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 취업했으면 좋겠다 싶으셨을 텐데. 학점관리 안 해, 매 년 동아리나 학회 활동한다고 집에 안 들어와, 대기업 인턴은커녕 재밌어 보이는 일하겠다고 휴학해, 쟤는 도대체 뭘 하려고 저렇게 천방지축 날뛰고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하셨을 것이다. 오죽하면 엄마는 내게 "난 니가 이렇게 모험적인 애인지는 꿈에도 몰랐어. 지금 널 보면 무슨 물가에서 뛰어노는 애 같아." 라고 하셨을까?


그렇다, 나는 모든 학점을 수료하고 판교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고민을 많이 했다. 내 주변 친구들은 당연히 대기업/공기업 입사를 위해 치열한 취준 생활을 하거나 고시를 준비하고, 재수 삼수까지 해가면서 결국엔 다 성공하니까 나도 해야 하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아예 대기업 입사를 시도도 안 해보면 후회할까 싶어서 try는 해보았다. 학점이 안 좋아서 그런지 그나마 서류전형을 통과했던 곳은 전부 학점을 안 보던 곳이었고,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한 인적성 전형에서 다 떨어졌다. 면접을 갔던 곳은 OO전자 인사팀 인턴이었는데, 합격 통보를 받고는 나보다 더 간절한 분과 일하시는 게 좋겠다고 거절했다. 당시 1:6으로 한 시간 반 동안 탈탈 털리며 든 생각이, '굳이 맞지 않는 옷에 내가 들어갈 필요는 없겠구나.' '내 꿈을 옆에 두고 꺼내보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전혀 아니겠네.' 였기 때문이다. 결국 난 지금 다니고 있는 스타트업에 계속 남아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을 즐겨보기로 맘을 먹었다. 이렇게, 나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일탈을 선택했다. (뭐 그리 큰 일탈이냐 싶을 수 있겠지만, 모두가 아는 그 길이 정답인 줄만 알았던 내겐 정말 큰 일탈이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친구들이 한참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을 보고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선택한 것에 대한 기회비용은 치러야 한다. 1년 후에는 또 어디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갈지 전혀 모르지만, 지금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으려면 매 순간을 귀이 여겨야겠다. 나의 반짝반짝 빛날 2017년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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