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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Jun 26. 2023

승리해본 경험은 오래 남는다

서산개척단과 '넝마주이' 축구단(8)

개척단 축구단에는 한 가지 성과가 더 있다. 조원철이라는 프로 축구 선수를 배출한 것이다. 1946년생인 조원철 선수는 원산 출생으로 개척단이 없어지면서 민정식 단장에서 축구를 계속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어진 사람은 다름아닌 장운수 감독이었다.


경신고 축구부 코치였던 장운수 감독은 차범근과 조광래를 발굴한 장본인이다. 장운수 감독은 평북 정주 출생으로, 조 선수를 집에서 지내게 하면서 가르쳤다. 덕분에 조원철 선수는 경신고와 중앙대를 거쳐 한일은행 프로 선수가 되었다(한일은행은 이후 한빛은행을 거쳐 지금의 우리은행이 되었다).


https://footballk.net/mediawiki/%EC%A1%B0%EC%9B%90%EC%B2%A0


이 위키 사이트는 조원철 선수의 이야기는 <월간 축구>를 인용했다고 한다. 이 사이트에는 청소년개척단 항목도 있다.


https://footballk.net/mediawiki/%EC%B2%AD%EC%86%8C%EB%85%84%EA%B0%9C%EC%B2%99%EB%8B%A8


축구 전문 위키 사이트에 청소년개척단 항목이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사에 이들의 자리가 있다는 합의를 의미할 것이다.


서산개척단 조사는 이제 시작단계이고,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국가가 아이들과 청소년을 어떻게 짓밟고 착취했는지, 그에 협조한 경찰과 평범한 악인들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피해자들은 무엇을 빼앗겼는지 하나하나 밝혀지길 소망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바쳐 메운 땅의 정식 소유권도 인정받기를. 


그리고 나는 정말 궁금하다. 축구단의 이야기가. 감독은 누구였는지, 전략은 어떻게 짰는지, 여성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응원을 맡았는지. 전국대회를 누비던 무용담도 알고 싶다. 그렇게 이겨 본 경험이 어떻게 지역과 역사 속으로 녹아들었는지 말이다.


살면서 조금이라도 이겨 보는 경험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실을 살면서 이기는 경험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삶의 대부분 우리는 숨죽이고 눈치보며 산다. 그렇지만 스포츠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기기 위해 대드는 행위 자체가 허용된다. 그때만큼은. 그래서 우리는 스포츠를 한다. 여성과 아이들에게 스포츠가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그렇게 이겨 본 경험은 의외로 오래 간다.

그 경험은 언젠가 현실이 되어, 뜻밖의 꽃을 들고 찾아올 테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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