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도 경로의존성이 있을까
보수적인 작은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집회가 열린다는 건 사안이 심각하다는 의미입니다. 저녁 산책을 겸해 잠시 참석했습니다.
ISO를 최대한 올렸습니다(실은 같이 간 남편이 미리 세팅해줬어요).
여기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듯 경찰이 라인을 만들어줬습니다. 사진에 안 나오지만 빨갛고 파란 불빛이 번갈아 점멸되서 응원봉 불빛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동물 친구도 함께 해줬습니다. 추운데 고마웠어요.
집회 참가자와 반갑게 인사해요.
핀트가 나갔지만 왠지 오른쪽에 아웃포커스된 팻말 글씨가 느낌있어서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 작은 동네에 누군가가 선결제라도 해주신 걸까요.
오래 있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응원봉 불빛 찍는 데 실패했네요.
금요일 밤이고, 다들 귀가하느라 바쁜 데다 무척 추운 날씨였습니다. 그래도 떠나기 직전에 사람이 조금 늘어 있었습니다. 집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찰은 저만치에 경찰차를 세워뒀고, 기자로 생각되는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아마 참석 숫자가 적을 듯해 일부러 가서 사진 기록을 남겼습니다.
사실 이 지역 분들은 서울 집회에 참석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이나 적어도 수원 같은 대도시에서 의사표시를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법 하죠. 광주는 오래 정착할 도시로 잘 여겨지지 않습니다. 아직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걷기도 쉽지 않습니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아직 불편이 많습니다.
그런 면들이 집회 규모에도 반영되었지 않나 싶어요. 아무튼 이날 집회 주최하신 분들, 맹추위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작고 소외된 도시라도 자꾸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뉴스에서 얼마나 오늘 집회를 보도하는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덧붙임) 집회가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지역 뉴스에는 보도가 없습니다. 오마이뉴스에 하나 실린 듯 한데 당장 못 찾겠네요. 지역 언론의 한계와 보수성, 게으른 관성이 느껴집니다. 어떤 구조로 유지되고 돌아가는지 대강 짐작은 갑니다만 말을 아끼도록 하죠. 규모가 작든 크든, 어떤 식으로도 사회가 움직이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따라붙어 '일기'를 써 주는 게 언론의 책무입니다. 그게 아니면 사설 정보수집기관에 불과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