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학원마을이라고 나름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새로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개발과 관련이 있겠지만, 오래 전에 빈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놔두는 데에는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주차장도 그대로 쓰는 중입니다. 1번글 사진에서 보이지만 주차난인 게 뻔할 텐데, 차량 대여섯 대는 세우고도 남을 공간을 그대로 비워두고 있어요.
위 간판을 보면 성진학원은 초등 전문 학원이었고 한나어린이교육센터라는 곳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모아 교육시키고 같이 키우던 공간이었던 것이죠. 지금은 낡은 마을로 보이지만 처음 생겼을 당시 마을 사람들의 꿈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유치원도 만들고 학원도 만들고, 아이들 잘 키워야지... 하는. 그런 소박한 희망의 흔적이 표지판에 남아 있는 것이죠.
마을 옆의 큰 도로로 잠시 나갔다가 들어왔습니다. 저는 벽화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 이유가 사진에 드러나 있습니다. 정말 마음먹고 예술적으로, 제대로 유지할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벽화는 저렇게 되버리고 맙니다. 물론 제대로 만들고 관리하면 대단히 아름답죠.
다시 마을로 들어왔습니다. 도로와 문이 바로 붙어 있는 일본식 구조입니다. 가끔 동네를 다니다 보면 볼 수 있어요. 문짝에 도어락이 야무지게 붙어 있어서, 안에 어떤 생활이 있는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건강원, 골목슈퍼, 그리고... 골목 오락실!
나무 간판이 빛바랜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습입니다. 여전히 남아 있지요. 아니면 남겨 놓았을지도요. 성진학원 건물처럼. 이 마을에서 사람들이, 아이들이 어떻게 즐거운 일상을 이어갔을까요.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죠. 이 마을도 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컨테이너에 있던 사무실이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두 군데 모두 '쫓겨나지 않는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이제까지 한국의 부동산 개발이 어떤 만행을 저질러 왔는지 잘 보여주죠.
재개발 하면 대박 수익이 바로 떠오르는데 이 곳의 목표는 쫓겨나지 않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조금만 나와도 이렇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럼 저 사람들도 대박나야 하나요?"라고 되묻는 소통 변태들이 꼭 있는데 저리 좀 가시기 바랍니다. 재개발이라는 건 대박도 추방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서 균형을 찾아야 정상입니다.
사족) 최근 근방에 임대주택 사기분양 현수막이 창궐해서 뉴스 하나 링크해둡니다. 전세사기 세력들이 이쪽으로 옮겨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https://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1/22/20241122008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