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마스크 쓰는 사람이 없었어
포스트 코로나 : 2030의 슬픈 라떼는
얼굴을 마주보고 산다는 게 어떤건지 해든이는 잘 상상이 안되겠다.
아무도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이 없었어.
지금은 우리 층 사람들 얼굴도 전혀 모르지만
그 때는 매일 밖에서 서로 얼굴을 보고 지냈으니까 아파트 사람들 얼굴도 다 알았어.
너무 신기하지.
엄마 아빠는 학교도 매일 갔어.
학교에는 운동장이라는 것도 있고 체육 시간이 따로 있어서
같이 축구하고 배구하고 매일 뛰어다녔는데.
점심시간에는 밥도 다 같이 모여서 먹고
떡볶이도 한 접시만 시켜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었다니까.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손을 잡고 인사했고,
헤어질 때는 서로 안아주기도 했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든 다정하게 길에서 입을 맞추고
버스에 앉은 예쁜 여학생을 보고 첫 눈에 반해 밤새 그 얼굴을 떠올리는 남학생들도 많았지.
엄마아빠는 해 마다 여러 번 다른 나라에 여행가기를 좋아했어.
해든이랑 같이 세계일주를 하려고 계획해뒀었는데.
그 때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서로 가까웠던거 같아.
먼 나라의 낯선 외국인들도 이웃이라고, 세상을 한 마을 처럼 지구촌이라고 불렀었지.
서로에게도 관심이 많았고, 이해하려 노력했고, 함께하기를 좋아했지.
전혀 모르는 남에게도 그랬고, 세상의 모든 이들과도 그랬어.
그 일이 있기 전 까지 엄마아빠는 지금쯤 어쩌면
운전하지 않아도 알아서 가는 자동차들이 생겨서 얼마나 편해질까 신나했지.
차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세상이 될 거라고는 정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
그래서 항상 미안하단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고, 더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을
너에게 주지 못한 것에.
이렇게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꿔놓기 전까지
수많은 편리함과 이기심들을 그대로 두었던 것을.
그렇게 당연하던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