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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혜윤 Oct 28. 2022

3살 32살, 안나푸르나 한달 살기

정서적 노키즈존 개척의 시작 영유아 동반 네팔 트레킹

이 여행이 기억에 남을지 사라질지도 모르는 나이의 너와 

일과 육아에 지쳐, 따뜻한 계절의 해변에서 휴양하고 싶은 나와

그렇게 우리 둘의 항공권을 결제했다.

아들 덕에 처음 국제선을 국항기 직항으로도 타보는구나


아이와 함께 하는 가족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

출장 육아에 가깝다고 늘 생각했다.


그리 원대한 계획과 다짐도 없었지만

여행을 떠난다는 것과

늘 꿈꿔오던 네팔 트레킹을 한다는 것보다 

정서적 노키즈존에 대한 한계 어디쯤,

엄마다움에 대한 저항과 투쟁의 어디쯤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근거림과 설렘이 일었다.


어쩌면 우리 진짜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육아가 아니라 데이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너는 귀엽고 밝은 어린아이의 모습 일 뿐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고 작은 개척으로 살아온 엄마를 만나 

그 덕분 혹은 그 탓이라 생각하고서

너도 크는 동안 너의 권리를 위해 우리 함께 노키즈존을 깨부셔보자.

우리 이렇게 하나씩 시작해보자.


아이를 위해 가는 것도 아니고 나의 욕심을 위해 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별 일 아니라 생각하고 신나서 이야기를 꺼냈다가 별의별 소리들을 들었다.

애 고생만 시키려고, 애가 뭘 안다고, 겁도 없이, 아빠도 없이 등으로 시작되는

추위에서 시작해 고산병, 수인성질환에 까지 이르는 다양한 아플 걱정과

자연에 가깝게 키우는 건 그리 좋다면서 

왜 이렇게나 웅장한 대자연 안에 살아보는 것이 해로운지

하루 종일 지치지 않고 뛰는 아이가 왜 산은 오르면 안 되는 건지

나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되는 문의와 건의가 많았지만

이런저런 애정 가득한 잔소리들은 이미 임신-출산-육아 쓰리콤보를 지나오며

사뿐히 웃으며 읽씹 할 수 있는 정도는 굳세어졌다.


나의 가치관 안에서 이 여행의 다양한 문제들을 감내하고도

완전히 너에게 이로울 선택을 했다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

기억이 나든 나지 않든 너는 경험할 것이고 성장할 것이다.

아플지도 모르고 조금 고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그건 살아가는 동안 언제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과

나의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일말의 위험도 없는 보호 안에 너를 가둬 안전과 안심을 누리기보다

내가 먼저 너의 한계를 먼저 가늠하지 않고 

네가 소화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다짐 또한 떳떳하다.


좋은 엄마도 좋은 아들도 되지 말고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행복을 고민하자.


이렇게 멋지게 그 고민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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