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내가 퀴즈 낼게, 한번 맞춰볼래?”
“무슨 퀴즌데?”
“내가 지난번에 꽃에 관해서 말해줬던 거 기억나?”
“아, 봄에 왜 유독 노란 꽃이 많이 피는 줄 아냐고 물었던 거? 기억하지. 이번에도 꽃 퀴즈야?”
“이번엔 곤충에 관한 거야.”
“좋아. 해봐.”
“벌은 파란색과 노란색 꽃에 이끌리지만, 빨간색 꽃은 무시한다. 맞다, 아니다?”
“아니다.”
“땡! 정답은 맞다. 벌은 적색맹이라 빨간색을 보지 못해.”
“그래? 그럼, 다음 벌초 갈 땐 벌에게 물리지 않게 빨강 옷을 입고 가야겠네.”
“당신은 빨간색이 안 어울리는 거 알지? 그런데 벌과 달리 빨간색을 잘 감지하는 곤충이 있어. 뭘까?”
“음... 나비?”
“오, 어떻게 알았어?”
“꽃과 관련 있는 곤충이라니까 제일 먼저 나비가 떠올랐지.”
“맞아. 나비는 빨간색을 잘 감지해서 빨간 꽃의 꽃가루를 운반하지만 파란 꽃이나 보라색 꽃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어.”
“나비가 빨간 꽃에 특화돼 있다는 말이네.”
“그렇지. 또 야행성 나방에게 꽃가루 배달을 맡기는 꽃들도 있어. 이 꽃들은 색상이 다양하지 못해서 다른 걸로 나방을 유혹해. 그게 뭐게?”
“글쎄... 모양? 아니면 향기?”
“오, 눈치가 점점 빨라지는데. 향기가 맞아. 향기로 밤에 활동하는 나방들을 끌어들여서 수분 활동을 맡겨.”
“꽃 하면 역시 향기지!”
“꽃이 꼭 좋은 향기만 내는 건 아니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나쁜 향기를 내는 꽃도 있어?”
“그럼, 있지!”
“에이, 안 좋은 향기를 뿜어대는데 다가가는 곤충이 있겠어?”
“있다니까! 무슨 곤충이게?”
“글세... 전혀 감이 오지 않는데?”
“파리야. 파리는 보통 음식이 부패할 때 많이 꼬이잖아. 그래서 파리에 의존하는 꽃들은 썩은 고기의 악취를 흉내 내기도 해.”
“와, 꽃들이 수분을 하기 위해 필사적이구나. 그래도 꽃과 파리의 조합은 의외인데”
“우리나라 국립 생태원에 타이탄 아룸이라 불리는 꽃이 있어.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시체꽃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꽃이 파리에게 수분하는 꽃으로 알려졌어.”
“헉, 우리나라에 시체꽃이라는 게 있다고? 처음 들어봐.”
“시체꽃은 전 세계에 천 그루도 남지 않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됐어. 세계에서 가장 큰 가지 없는 꽃차례를 가지고 있는데 식물 크기가 4m에 무게가 100kg 이상이래. 물론 꽃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꽃은 7~10년에 한 번씩 하루나 이틀만 피어서 개화 때마다 세계 각지 온실에서 화제가 된다고 해.”
“와, 그런 꽃이 있구나!”
“19세기 후반에 영국 큐 왕립식물원에서 이 꽃을 처음 전시했을 때 한 여성이 꽃냄새에 기절했다는 이야기도 있어.”
“그 정도로 냄새가 심하다고? 궁금한데, 언제 한번 보러 갈까?”
“윽, 생각만 해도 싫어.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나도 기절하면 어떡해. 그러면 당신이 고생하잖아. 당신 생각해서 참아볼게.”
“그럼, 그럼. 당신이 기절하면 안 되지.”
“꽃이 색깔이나 향기로 곤충을 유혹하듯 사람도 상대를 끌어당기는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잖아. 당신이 보기에 나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 같아?”
“당신은 벌처럼 톡 쏘는 매력이 있어. 당신 말에 쏘여서 내 속이 매번 벌겋게 부어오르거든.”
“뭐라고? 그러는 당신은?”
“나야 뭐 매력 그 자체지.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꿀 떨어지는 다정함, 유머러스한 말재간이랑 배려 넘치는 행동. 나비든 벌이든 사람이든 안 넘어오고는 못 배길걸? 당신도 그래서 나한테 넘어온 거잖아. 하하하.”
“당신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나한테 아직 덜 쏘였네. 정신 차리게 크게 한 방 쏴 줘?”
“에이, 나비처럼 여리여리한 당신이? 말도 안 돼!”
“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무하마드 알리 몰라?”
“당신이 힘이 어디 있다고. 제발, 봐줘. 자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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