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틀렸네."

나를 인정하는 법

by 혜윰

아무리 어린아이들과 수업을 한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직시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문제는 아이들이 이 '틀림' 앞에서 겁을 낸다는 것이다. 나는 다 맞아야 해, 나는 틀리면 안 돼,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잘나야 해. 어느새 아이들의 초점은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비교’가 되어 있다. 틀린 문제 하나가 곧 ‘부족한 나’가 되어 버리는 순간, 아이들은 배움보다 자존심을 먼저 지키려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틀린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 책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책 한 권으로 쉽게 지워지지 않는 마음이 있다. 틀리면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 된다는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이 유난히 강한 아이들도 있다. 태생적으로 자의식이 강할 수도 있고, 경쟁과 비교가 일상이었던 환경의 영향일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 학원에서만큼은 남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길 바랐다.


그래서 나는 늘 말했다. 틀린 것은 내가 멍청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을 발견했다는 신호라고. 때로는 일부러 과장된 연기를 하기도 한다. 틀린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차분하고 멋지게 표현하고, 틀린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은 조금은 과장해 희화화한다. "나 어떡해, 틀렸어. 이거 큰일 난 거야. 난 망했어." 하면서 호들갑 떠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좀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습관처럼 몰래 답을 고쳐 쓰는 아이를 볼 때면 마음이 아팠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이 정답이 아니라 체면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를 풀고 답과 비교하는 시간이었다. 유난히 틀리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하던 아이가 문제의 의도를 잘못 파악해 답을 쓴 것을 보았다. 나는 속으로 ‘아, 이 아이가 틀린 걸 알고 당황하면 어떻게 안심시켜 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채점을 하던 아이가 말했다. “앗, 틀렸네.”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숨기지 않고, 핑계 없이 말하며 채점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제 드디어 진정한 배움이 시작되겠구나. 겉으로는 담담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꽤 벅찼다.


그 순간은 그 아이에게 시험 100점을 받은 것보다도 더 값진 태도를 얻은 순간이 아닐까?


틀림을 인정하는 순간, 배움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로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서로가 틀렸는지에 관심을 갖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두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사실 어른인 나조차도 남들이 보는 앞에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즉시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은 결국 틀렸다는 사실 앞에서 나를 방어할 것인지, 아니면 나를 설득할 것인지의 선택이 아닐까. 틀림을 인정하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점수보다 훨씬 값진 능력이다.


이 와중에 똑똑한 친구들은 “선생님은 선생님이 싫어하는 모습만 더 우습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순간 찔려서 웃음이 터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은 내가 무엇을 강조하는 것인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똑똑한 아이들이니까.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이미 성장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한마디를 기다린다.

"앗, 틀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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