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고, 잘 듣고, 잘 따라 하고

모든 문제 해결의 기초

by 혜윰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알게된 점은,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글자를 바르고 정확하게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책을 싫어해서도 아니고, 이해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막상 소리 내어 읽게 하면 조사 하나가 빠지고, 단어가 반쯤 사라지고, 소리가 어딘가 급하게 흘러간다. 아이들은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글자를 제대로 보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다.


나는 학습의 기본이 결국 잘 듣고, 잘 보고, 잘 따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반대로 이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아이는 계속 엇나간 방향으로 힘을 쓰게 된다.


그래서 내가 수업에서 중요하게 진행하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유창성 훈련이다. 짧은 두 줄 정도의 텍스트를 크게 소리 내어, 바르고 정확하게 읽는다. 한 번에 완벽하게 읽어냈을 때만 통과할 수 있는, 게임 같지만 꽤 까다로운 훈련이다. 대충 읽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은 처음엔 답답해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속도를 조절하고, 글자를 하나하나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들은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속도를 스스로 맞추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쌓이면, 문장을 말할 때도 훨씬 자연스럽고 정확해진다. 사고력도 좋고 문해력도 나쁘지 않은데, 유독 서술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공통점이 있다. 책을 읽을 때 조사나 단어를 뭉텅뭉텅 빼놓고 읽는 습관이 이미 몸에 배어 있는 경우다.


나는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가지는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탄탄한 기초는 흥미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저학년 수업 시간에는 글씨 쓰기 훈련과 유창성 훈련을 꼭 넣는다. 자신이 틀린 것을 인정하고 반복하는 훈련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시간이 결국 아이를 훨씬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보기에 학습에서 꼬이는 대부분의 순간은 아이들이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천천히 차분하게 읽지 못해서 생긴다. 어릴 적 한 글자 한 글자 짚어 가며 읽고, 틀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었던 그 경험들. 그 시간이 아이들의 조절 능력과 관찰 능력을 길러줄 거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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